어제(20일) <'PD수첩 반박보도 결정' 중재위, 네티즌 항의로 '시끌'>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19일 농림수산식품부 발표로, 언론중재위원회가 MBC < PD수첩>에 대해 '보도문' 결정을 내린 것이 알려지면서 들끓고 있는 인터넷 여론을 다룬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가 나간 지 몇시간 안돼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이 관계자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 오해가 증폭되고 있다"며 설명을 하고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① 중재위의 '보도문' 결정은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라 농림부와 MBC < PD수첩>팀 간 조정을 거쳐 내린 결론이며 ② <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편 방송 내용 전체에 대해 정정이나 반론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었습니다.

①과 관련해, 지난 15일 심리 과정에서 4시간 가까이 양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했고 문안에는 거의 합의했으나 그 제목을 놓고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농림부는 '정정 및 반론보도문'을 원했지만 MBC는 '정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말입니다.

그러니까 '보도문' 내용에 대해서는 양 당사자가 '거의' 합의를 봤으나 그 형식을 두고 의견이 좁혀지지 앉자 중재위가 직권으로 '보도문'이라는 특이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를 두고 MBC노조는 '듣도보도 못한 해괴한 결정'이라고 비판한 바 있지요.

농림부는 농림부대로 이 결정을 <언론중재위, MBC "PD수첩"은 정정 및 반론 취지문 보도해야> 라는 제목으로 자료를 내, 마치 정정·반론보도가 결정된 것처럼 오도되기도 했습니다.

▲ 농림수산식품부가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언론중재위 결정 보도문 내용'.
②와 관련해선 "보도문의 범위는 극히 일부분에 대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습니다. 소가 일어서지 못한다고 해서 모두 광우병은 아니며 미국인 아레사 빈슨씨의 사망 원인이 광우병이 아닐 수도 있다는 두 부분에 대해서만 반론을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당초 농림부가 요청한 SRM(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나 수입소의 월령 문제 등 부분에 대해서는 중재위의 판단영역도 아니라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마치 중재위가 농림부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네티즌들이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 언론중재위원회 홈페이지(http://www.pac.or.kr/html/main.asp).
그는 "개별 사건에 대해 중재위가 코멘트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조심스러워서 네티즌들의 항의가 억울하지만 감수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털어놓더군요.

덧붙여 "엉뚱한 방향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기에 무슨 뜻인지 물었더니 "언론중재위가 언론자유를 핍박하는 기관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우리는 당사자 의견을 들어서 그를 근거로 결정하는데 그런 과정은 묻히고 결정 자체에 대한 비난여론만 거세지는 것 같다"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네티즌이 찾을 일이 거의 없는 중재위 게시판은 요즘 네티즌들의 항의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이곳 게시판에는 "여기가 최시중인가 뭔가가 대빵으로 있는 거기냐" "여기는 또 누구와 연관이 있어서 이렇게 언론에 제재를 가하는 거냐" 등 '사실'이 아닌, 혹은 의혹은 있으나 사실로 확인안된 의견들도 수없이 올라오고 있지요.

▲ 언론중재위원회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공지.
중재위 게시판은 이달초 농림부가 < PD수첩> 관련 조정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 네티즌들로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급기야 지난 8일에는 중재위가 별도의 공지글을 띄워 해명하고 나섰습니다. 중재위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정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특정 방송에 대한 보도금지나 징계, 처벌 등의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지요.

조정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심리 내용은 비밀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언론의 취재에도 소극적인 언론중재위원회가 이렇게까지 설명하고 나선 것을 보면 광우병 사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새삼 알게 됩니다.

최근에는 문화관광체육부가 경향신문 보도를 정정해야 한다며 조정신청을 내 또 관심을 끌고 있지요. 역시 광우병 논란과 관련된 내용으로 정권에 각을 세운 경향에 정부광고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보도를 놓고 벌어진 일입니다. 심리는 26일이라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관련기사 <문화부, 경향 '비판언론대책회의' 보도에 정정신청>)

▲ 경향신문 5월17일자 2면.
뱀발 같지만, "권력의 시녀인가" 혹은 "권력의 나팔인가"라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것도 같습니다. <미디어오늘>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 PD수첩>에 보도문 결정을 내린 서울 제6중재부에는 뉴라이트, 삼성 측 변호사, 중앙일보 출신 인사 등 보수적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하네요.

참고로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전체 80명 중 23명은 지난 4월1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새로 위촉받은 인사들입니다. 권성 신임 위원장 또한 그 위원들의 호선으로 뽑힌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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