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권리보다 정권에 빌붙은 중재위 결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이다-

지난 19일 언론 중재위원회(이하 중재위)는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파헤친 MBC <PD 수첩>에 대해 ‘보도문’이라는 생뚱맞은 직권 결정을 내렸다. <PD 수첩>이 광우병 위험을 과도하게 부각시키고 부처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농림식품부의 조정 신청에 따른 결정이다. 중재위 역할에 크게 기대를 걸지는 않았지만 나보란 듯한 정권 영합적인 결정은 놀라울 따름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재위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그러자 중재위는 지난 8일 홈페이지 공지란에 다음과 같은 안내문을 게시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의 보도내용과 관련하여 분쟁이 있을 경우 이를 접수하여 조정 중재하는 기관입니다. ........ 여기서 조정이라 함은 당사자간의 분쟁에 대해 중재위원회가 개입하여 합의를 유도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저희 위원회는 이번 사건에 대하여 양측의 주장을 충분히 청취한 후,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를 방영하는 문제에 대해 당사자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하여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정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자신들이 밝힌 것처럼 중재위는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청취한 뒤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정절차를 진행하는 곳이다. 섣불리 합의를 유도할 사안이 아니면 중재위는 중재불성립이라는 결정을 내리면 족했다. 하지만 중재위는 역할에 충실하지도 않았고 시민들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보도문’이라는 전대미문의 직권 결정을 내리면서 앞으로는 살아있는 권력에 철저히 복종하겠다는 충성 서약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들이 주장하는 중립 입장은 정치적 수사일 뿐임도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은 중재위의 보도문 결정이 무효임을 선언한다. 또한 중재위가 밀실, 졸속 협상을 한 정부를 감시하며 진실을 알리려 노력한 공익 프로그램을 옥죈 것은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중재위 결정은 사람이 내리는 것인 만큼 중립적이라는 수사로 중재위의 해바라기 성향과 본질을 감출 수 없다. 피해자의 억울함이 중요하지만 이번 중재 신청의 피해자임을 자청한 정부 기관이었다. 힘없이 언론에 당한 일반 시민의 조정 신청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살아있는 권력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에 중재위가 선뜻 손을 들어준 행태는 중재위의 존폐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다. 아울러 진실 보도를 위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프로그램과 기사가 앞으로 어떤 수난을 겪을 것인지도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뒤로 숨은 채 가치 중립적이라는 중재위를 앞세워 공익적 보도를 가로막으며 국민을 기망할 것 아닌가? 중재위는 그런 시나리오에 따라 이미 정부의 장단에 기꺼이 놀아나며 언론을 탄압하는 앞잡이로 새롭게 변신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언론노조는 중재위 결정에 불복한 MBC <PD 수첩> 제작팀의 판단을 지지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에게도 엄중히 경고한다. 이미 언론을 탄압하고 장악하려는 시도가 도를 넘고 있다. 광우병에 대한 염려와 정보를 괴담으로 둔갑시켜 국민을 기망하는 것도 모자라 이를 빌미로 공영방송을 탄압하려는 작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언론의 자유를 지켜내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에 한발 더 다가서는 것임을 명심하고 더더욱 진실 추구에 나설 것이다. 정권의 다양한 언론탄압을 오히려 독려로 삼고 한국사회의 건전한 방향을 고민하는 시민들을 섬기는 데 앞장 설 것이다. 정부가 내동댕이 친 국민을 우리 언론노조가 섬길 것이다. 선무와 삐라 정책을 국정 홍보로 착각하는 이명박 정부의 유효 기간은 이미 전국 방방곡곡에서 촛농으로 흘러내리고 있음을 직시하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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