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을 다룬 MBC < PD수첩>에 대한 언론중재위의 보도문 결정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조중동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사설을 통해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들은 < PD수첩> 자체를 비판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MBC와 PD저널리즘의 문제로까지 확대했다.

조선 "MBC 언론의 기초상식을 회복해야"

먼저 조선일보는 21일자 35면 사설 <MBC 'PD수첩', 온 나라에 불지르고 시침 떼서 안 돼>에서 광우병 안전성 논란을 보도한 < PD수첩>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 조선일보 5월21일자 35면.
조선은 "지난달 방영된 MBC 'PD수첩'은 프로 시작과 함께 공포스런 영상과 충격적 사례를 10분도 넘게 계속 내보내 어린 학생은 물론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게까지 '미국소=광우병'이라는 인식과 두려움을 심어줬다"고 비난했다.

조선은 이어 "'PD수첩'의 비(非)과학성은 방송 직후부터 논란이 됐다"면서 "부정확한 방송 내용으로 여기저기서 지적되고 언론중재위에 회부되자 뒤늦게 지난 13일 미국산 쇠고기 제2편 끝부분에서 미국 여성 사망 원인에 대한 미국 농무부 발표를 전하고 '다우너 소가 전부 광우병에 걸린 것은 아니다'며 마지못해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온 나라에 불을 지르고 불지른 성냥개비를 슬쩍 감춰버리며 시침을 떼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라고 지적한 뒤 "MBC는 시인할 건 시인하고 사과할 건 사과할 줄 아는 언론의 기초상식을 회복해야 한다"며 MBC를 향해 훈수를 놓기도 했다.

중앙 "광우병 괴담 사태의 출발점 'PD수첩'"

중앙일보는 조선보다 한발짝 더 나아가 공영방송인 MBC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21일자 30면 오피니언 사설 <공영방송이라면 사회적 책임도 져야>에서 광우병 안전성 논란을 보도한 MBC를 향해 "MBC는 이제라도 국민을 혼란과 공포에 빠뜨린 과장 왜곡 보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앙일보 5월21일자 30면.
중앙은 "4월 29일 PD수첩을 시청한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모두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게 될 거라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 PD수첩> 방송과 관련해 "돌이켜보면 동물 학대 영상과, 엉뚱한 병으로 죽은 여성을 연결 편집한 것 뿐"이라면서 "이런 보도는 엄청난 여파를 몰고와 온갖 괴담이 인터넷을 통해 번지고 급기야 어린 학생들까지 '우리는 15살밖에 안 살았어요'라는 피켓을 들고 촛불집회에 참가한 계기가 됐다"고 비난했다.

중앙은 "엄청난 국가적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한 광우병 괴담 사태의 출발점이 바로 PD수첩 보도"라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PD수첩>에 돌리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확률이 극히 낮은 광우병 발생 위험을 과대 포장해 국민을 불안에, 정국을 혼란에 빠뜨린 잘못을 저지르고 여기에 더해 오보를 시정하라는 언론중재위의 결정까지 무시한다면 무엇을 근거로 공영 방송 운운할 것인가"라고 MBC의 책임을 요구했다.

동아 "'PD수첩' 광우병 보도, 괴담의 진원지나 다름없어"

동아일보는 'PD저널리즘'의 무책임성을 주요하게 다루며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21일자 31면 사설 <PD저널리즘의 무책임성 보여준 PD수첩>에서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한 달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괴담(怪談)의 진원지나 다름없다"고 맹비난했다.

▲ 동아일보 5월21일자 31면.
PD저널리즘은 한 가지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취재 방식으로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같은 특종을 터트려 때론 호평도 받았으나 최근 의도된 결론에 꿰맞추는 듯한 보도로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해 동아는 < PD수첩>과 KBS1TV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 중금속 황토팩 정정 및 반론 보도 결정을 언급하며 "기자들의 경우 여러 단계에서 검증(게이트키핑)과정을 거치지만 PD저널리즘은 PD 1, 2명과 작가 1~3명으로 이루어진 팀안에서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결론을 정해 놓고 '팩트(사실)'를 짜깁기한 보도의 전형을 보여준다"며 "MBC와 PD수첩 제작진은 오류와 과장이 명백하게 드러난 만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조중동의 보도, 적반하장(賊反荷杖)

조중동의 논리대로라면 광우병 괴담의 근원지는 <PD수첩>이요, 매일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촛불을 드는 수천, 수만명의 시민들은 <PD수첩>방영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다. 더욱이 조선은 MBC를 향해 "MBC는 시인할 건 시인하고 사과할 건 사과할 줄 아는 언론의 기초상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이 있다. <PD수첩>과 MBC, 그리고 PD저널리즘을 비판하기 이전에 조중동의 보도가 어떠했는지 되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겨레 "< PD수첩>, 정부에 대한 용기있는 반론"

보수신문의 논조와는 달리 한겨레는 21일자 25면 '미디어전망대'에서 강형철(숙명여대 언론정부학부)교수의 글 <'피디수첩'이 보인 용기있는 공정성>을 통해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피디수첩'의 보도는 정부의 쇠고기 협상 결과 홍보에 대한 용기있는 반론이었다"라고 평가했다.

▲ 한겨레 5월21일자 25면.
강 교수는 이어 "정부와 일부 신문은 다시 반대 논리로 맞섰고 <한겨레>등 다른 언론은 이를 또다시 반박했다"며 이렇게 다양한 정보와 주장이 오가는 가운데 시민들은 협상에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갔던 것임을 밝혔다.

언론은 중요 사회이슈에 대해 진정성과 믿을 만한 근거를 가지고 보도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피디수첩'의 보도는 공정했다는 것이다.

< PD수첩> 보도에 대한 보수신문의 반박에 대해 강 교수는 "보수 신문들의 반박 또한 나름의 근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좌파 선동'이라는 늘어진 녹음테이프를 반복해 틀어대는 것만큼은 이제 그만 두었으면 한다"면서 "논리가 아닌 낙인찍기나 조롱으로 상대를 쉽게 제압하려 나섰다간 정당한 논지마저도 오히려 불신당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강 교수는 "언론은 공정한 보도를 통해 시민의 판단을 돕는 겸손한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밝힌 뒤 "전문인들의 '과학적 가치판단'과 언론인의 '공정한 가치판단'을 참조해 최종 '사회적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은 시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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