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 권성)가 MBC < PD수첩>에 대해 '보도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MBC 노조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박성제)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어 "언론중재위의 결정은 통상 진실하지 않는 부분을 시정하라는 뜻의 '정정보도문' 내지는 보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반론권을 더 주겠다는 뜻의 '반론보도문' 형태로 나오는데 이번엔 '보도문'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명칭의 직권 결정이 내려졌다"며 "언론중재위는 이 같은 해괴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괴담'으로 몰아가는 정권의 눈치나 보는 조직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미디어스
MBC본부는 "국민에게 겉으론 안심하라고 사과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중재위를 빌어 언론사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기만적인 양동작전이 아니냐"라고 따져 물으며 "섬기라는 국민은 섬기지 않고 언론중재위나 나아가 재판으로 문제를 끌고 가려는 술책은 아직도 진실을 외면하고, 진실을 대충 덮기 위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최악의 시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날 MBC 노조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언론중재위는 정권의 하수인인가?
< PD수첩>에 대한 보도문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

언론중재위는 어제(19일) < PD수첩>에 대해 '보도문'이라는 희한한 직권 결정을 내렸다. 농식품부가 '< PD수첩>이 일방적인 주장이나 가설에 의존해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부각시키고 농림수산식품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지난 6일 언론중재위에 제기한 조정신청에 대한 결정이다.

언론중재위의 결정은 통상 진실하지 않는 부분을 시정하라는 뜻의 '정정보도문' 내지는 보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반론권을 더 주겠다는 뜻의 '반론보도문' 형태로 나오는데 이번엔 '보도문'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명칭의 직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중재위의 설명은 더 기가 막힌다.

언론중재위 담당자는 "주저앉은 소 영상문제와 인간광우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던 미국의 아레사 빈슨 문제 등 2가지 결정문은 정정보도문 형태로, 나머지 2가지는 반론보도문 형태로 이해하면 되는데, 그 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결정문의 핵심인 셈이다. 하지만 좋다. 그동안 언론중재위가 스스로 '보도 금지나 징계-처벌을 내리는 게 아니라 조정 중재하는 기관일 뿐이다'라고 해명해오던 터라,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조차 안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위는 이 같은 해괴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괴담'으로 몰아가는 정권의 눈치나 보는 조직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말았다. < PD수첩>은 '주저앉은 소' 영상에 대해 '광우병에 걸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이미 반복해 보도했고, '빈슨 씨' 문제도 1편에서 인간광우병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도한데 이어, 2편에선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는 미국 농무부의 중간 결정까지 충실히 보도한 바 있다.

또한 M-M형 유전자와 인간광우병간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학계의 정설이고, 미국 도축장에 대한 허술한 점검도 납득하기 힘든 협상 결과에 대한 의혹 차원에서 제기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 보도한 내용을 다시 보도하라는 것과 국민건강을 위한 언론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인정하지 않고 근거 빈약한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우리는 언론중재위의 허울뿐인 이번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것을 다 떠나 정부가 그렇게 떳떳하게 협상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식품안전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국민과 소통문제에 있어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한 것은 무엇이고, 또 오늘(20일) 대단히 미흡하긴 하지만 쇠고기 관련 추가 협의문을 발표한 것은 대체 또 무엇이란 말인가?

혹시 이 모든 것이 분통터지는 국민에게 겉으론 안심하라고 사과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중재위를 빌어 언론사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기만적인 양동작전의 일환인가? 그리고 이것이 정부가 강조하는 대국민 홍보의 진정한 모습인가? 이 정부는 누차 국민을 섬기겠다고 외쳐왔다.

그런데 섬기라는 국민은 섬기지 않고 언론중재위나 나아가 재판으로 문제를 끌고 가려는 술책은 아직도 진실을 외면하고, 진실을 대충 덮기 위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최악의 시도일 뿐이다. 모든 것이 분명해진 이상 우리도 향후 진실을 향한 행동에 더욱 매진할 것임을 밝힌다. 무엇보다 진실을 분명하게 알아버린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5월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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