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협정문에 명문화하지 않고 레터, 즉 외교서한 교환이라는 형태로 마무리한 데 대해 논란이 거세다.

정부는 "격식을 갖춘 서한이므로 협정문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주장하지만 국제법 상 해석도 그런지, 정부의 희망 섞인 주장은 아닌지 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20일 저녁 방송사 메인뉴스를 보고서도 그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수입 위생조건 아닌 외교서한 명문화, 국제법상 효력 의문"

▲ 5월20일 KBS <뉴스9> '위험입증이 관건'과 '독소조항 여전'.
먼저 KBS <뉴스9>. KBS는 20일 정부가 발표한 추가합의 내용을 전한 첫 번째 리포트 <서한으로 보장>에서 "합의문을 수정하지 않은 채 양국 통상 대표 간의 서한만으로 졸속협상 논란과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KBS는 이어 '레터'의 효력을 따져본 <위험 입증이 관건>에서는 문서의 내용을 짚었다. "광우병이 발생해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중단한다"지만 우리 정부가 '국민건강의 위험'을 어떻게 증명할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KBS는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즉각 수입 중단은 힘들다는 얘기"라며 "과학적인 증거 없이 수입을 중단할 경우 무역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마찰 소지 있다">에서 "수입중단이 국민 건강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우리 정부가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조차 분쟁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보도했다.

MBC는 "결국 광우병이 발생하고 수입이 중단됐을 때 미국이 순순히 승복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지만 서한의 효력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의 장관급 수준에서 이뤄진 만큼 향후 무역 분쟁 시 효력이 있다"는 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SBS <8뉴스>는 "정책적인 합의 같은 경우는 위반하더라도 정치적 책임은 부담을 하지만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화여대 법학과 김영석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수입 위생 조건이 아닌 외교 서한에 명문화한 것이 국제법적 효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고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KBS·MBC '독소조항'에 초점…SBS 시민단체 기자회견 리포트로 갈음

▲ 5월20일 MBC <뉴스데스크> '독소조항 여전'.
전체적으로는 KBS와 MBC가 정부 발표에 비판적인 보도에 비중을 실은 반면 SBS는 정부 측 발표와 향후 일정에 무게를 실었다.

KBS는 <위험 입증이 관건> <'독소조항' 여전> <"미봉책 불과"> 등에서 합의 내용의 문제점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비중있게 전했다. KBS는 "SRM(광우병 특정위험물질) 기준에 위반되는 부위가 들어오다 적발돼도 수입검역은 계속해야 하고 위생조건 시행 후 90일이 지나면 한국은 수출 작업장에 대한 승인 여부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KBS는 "무엇보다 이번 전면 수입 개방의 전제조건이었던 미국의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가 당초 예상보다 완화됐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MBC도 기획보도로 내보낸 <독소조항 여전>에서 "척추 뼈의 일부분은 잘하면 안 들어올 수도 있지만 나머진 그대로"라고 정리했다. MBC는 수입 쇠고기가 소시지와 햄버거 등의 원료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광우병위험물질을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MBC는 "30개월 이상의 광우병위험물질이 검역과정에서 적발되더라도, 미국 업체는 잘못을 반복하지만 않으면 계속 쇠고기를 팔 수 있다"는 점을 허점으로 지적하며 "이런 내용을 가지고도 정부 일각에선 재협상에 준하는 보완조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 5월20일 SBS <8뉴스>.
반면 SBS는 <서한으로 보장> <미국과 동일규정> <원안대로 고시> 등 연속 3건의 리포트에서 정부의 입장과 향후 일정을 거의 그대로 전달하고 비판적인 의견은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을 다룬 <"재협상하라">에 모았다.

SBS는 이 리포트에서 "미국이 서한에서 확인한 GATT나 WTO 회원국 권리는 우리 정부의 당연한 권한이지 미국이 양보한 것이 아니"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전하며 △수입중단 조치에 앞서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가 증명해야 한다는 점 △광우병 발병 우려가 높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문제와 원안보다 한참 후퇴한 동물성 사료 강화 조치 문제는 협의 대상에 올리지도 못한 점 등을 포괄적으로 지적했다.

"이제 외교서한이 어느 정도 힘을 갖는지, 여기 나오는 GATT 20조 효력은 어떤지 정부 설명과 똑같은지, 국제법과 국제경제학에서 알아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공부했던 의학 국제정치학에 이어서 함께 공부하셔야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된 시민되기 쉽지 않습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의 마무리 코멘트 내용이다. SRM, AMR 등 전문용어에 익숙해질만 하니 이제 국제법까지 공부해야 할 판이다. 뉴스가 좀 더 쉽게 설명해줄 수는 없는지, 판단의 근거를 더 다양하게 제공해줄 수는 없는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