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방송위원회 출신의 젊은 직원 6명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일각에서는 20여명이 넘는 다른 직원들도 곧 사표를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물론 구 방송위 출신이다. 출범한 지 불과 3개월도 안 되는 방통위에서 퇴직자가 속출하는 셈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우선 공무원 신분 전환에 따른 파장으로 거론되지만 30대 초반의 젊은 직원들에겐 '방통위는 희망을 걸어볼만한 직장이 못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정적인 공무원을 희망하는 세태와는 다른 현상이 방통위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방송위 출신이 현재 방통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다. 또한 향후 방통위에서 승진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단정하기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방송위와 정통부 고위공무단에 배정된 주요 인사를 살펴보면 무리한 주장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 출신 주요 국실장 황부군 방송정책국장 유일

▲ 초대 방통위원들이 지난 3월26일 현판 제막식을 갖고 있다. ⓒ미디어스
직제 시행령에 명시된 방통위 주요 5개 실 국장에 방송위 출신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기획조정실장, 방통융합정책실장, 방송정책실장, 통신정책국장, 이용자네트워크국장 중 황부군 방송정책국장이 유일한 구 방송위 출신이다.

기획조정실장은 방송위 출신의 박희정 현 방통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내정됐으나 철회 돼 현재 공석 중에 있다. 이 또한 구 방송위 출신에게 돌아갈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 이 자리는 KBS 기자 출신 인사가 이미 내정됐다는 설이 파다하다. 방통위의 중요 자리를 외부인사로 채워야 하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밖에 고위공무원단이 배정된 직위는 대변인, 비상계획관, 국제협력관, 융합정책관, 전파기획관, 방송운영관, 네트워크정책관, 전파연구소장, 중앙전파관리소장 등이 있지만 방송위 출신이 차지한 자리는 방송운영관, 전파연구소장 두 곳에 불과하다. 이는 현재 방통위가 구 방송위와 구 정통부의 동등한 통합의 결과라기보다는 구 정통부가 구 방송위를 흡수한 결과라는 지적으로 연결된다.

'정실인사' 징후 곳곳…정책보좌관에 최시중 위원장 측근 거론

▲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 ⓒ미디어스

또한 측근, 정실인사의 징후도 간단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통위는 행정안전부와 방통위 직제 개정안을 협의 중에 있다.

이번 직제 개정안의 핵심은 개방형 공무원임용제 도입으로 정리된다. 개방형 공무원임용제 도입대상은 고위공무원단으로 한정됐던 대변인과 기조실장이다. 또한 정책보좌관제 신설을 추진 중에 있으며 2인의 정책보좌관을 행정안전부에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행정안전부가 2인의 정책보좌관은 타 부처와의 형평성상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 협의가 순조롭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다 큰 문제점은 정책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인사가 최시중 위원장의 측근 중 측근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최 위원장의 '비서' 출신으로 알려진 신모씨와 정치기획사 출신의 홍모씨가 정책보좌관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전문성과 중립성 대신한 측근 정실인사의 징후가 직원의 등을 돌리게 한다는 지적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의 김태한 보좌관도 정책보좌관으로 거론된다.

대변인의 경우, 한국일보 출신의 이태희 기자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희 전 기자는 정치부 차장으로 대선 기간 동안 한나라당, 청와대 등을 출입했으며 지난 3월3일 사표를 냈다. 이후 이 전 기자는 최 위원장 국회 인사청문회팀에 합류해 직간접적인 지원을 한 것으로 본인도 해명한 바 있다.

방통위 직원에 따르면 '따가운 여론'도 의식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방통위 독립성을 저해하는 최시중 위원장의 잇따른 부적절한 행보, 청와대의 보도자료 사전 검열과 일일보고 지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주입시키는 특강 등 방통위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방통위 "미국산 쇠고기 촛불문화제 참석말라" 서면 지시 드러나

특히 얼마 전 방통위는 직원들에게 서면을 통해 청계광장과 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중·고등학생의 촛불문화제 참석을 저지하려는 노력이 방통위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방통위의 한 직원은 "정부 부처 공무원으로 정부 시책에 반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면서 "그러나 양심에 따라 판단할 문제를 서면으로 지시하는 것 또한 타당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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