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오늘자(20일) 만평에서 청개구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등장시켰습니다. 한 ‘동물’과 전직 대통령을 동원해 조선이 겨냥하고 있는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조선일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간의 ‘관계’는 굳이 별도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지요. ‘청개구리 대통령=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조선의 등식에 이의를 제기하고픈 마음이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심을 모으는 건, 이 범주에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시켰다는 점입니다. <청개구리 두 대통령>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만평은 반대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대운하를 ‘붙잡고’ 있는 이 대통령을 고집불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오늘자(20일) 조선일보에서 만평 못지않게 눈여겨봐야 할 곳은 사설인 것 같습니다. <국민을 뭐로 보고 이러는 건가>라는 제목의 이 사설은 지난 19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을 문제 삼고 있는데 톤이 좀 셉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강 대표는 대통령에게는 사전 정보 유출에 대해 ‘누를 끼쳤다’며 사과했으면서도 정작 나랏일이 언제나 제대로 풀리려나 걱정하면서 이날 회동을 지켜봐 온 국민에겐 죄송하다는 한마디도 없었다. 하긴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간의 소통도 이 모양인 집권 세력이니 국민과의 소통인들 제대로 될 리가 없다 … 정치적 장래를 생각하고 있는 강 대표가 대통령과의 충돌을 무릅쓰고 국정 쇄신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결국 무언가 해법이 나올까 기대했던 국민들만 헛물을 켠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정례회동은 무엇 하러 하는지 모를 일이다.”
제가 주목한 건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간의 소통도 이 모양인 집권 세력이니 국민과의 소통인들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부분입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코드’를 같이 하는 장관과 정당간의 소통도 ‘거부하는’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는 게 가능할까요. 어렵습니다. 그래서 색깔론이 나오고 반미가 나오고 배후세력을 추적하겠다는 엄포가 나오는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 조선일보와의 소통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사실 오늘자(20일) 조선일보 만평과 사설을 보며 ‘오죽 답답했으면 이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 동아일보에는 이런 식의 비판이 없습니다. 청와대 정례회동에 대한 기사의 비중도 적고, ‘별도’의 논평 같은 건 아예 없습니다. 이게 조선과 ‘그들’의 차이인가, 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명박 대통령이 조선일보와의 소통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현재 정부 여당 내에서 이 대통령과 제대로 된 소통이 가능한 인사는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소통은 때론 직언도 하고, 얼굴도 붉히면서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말하는 건데 과연 현 정부에서 이 대통령에게 이런 식의 소통을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의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조선일보는 대통령과의 제대로 된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셈입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실패했으니 자기라도 나서야겠다, 이런 차원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소통을 시도하려는 자체를 폄하할 일은 아닙니다.
물론 경향신문과 한겨레 그리고 다른 ‘비판적인 매체’들도 지금까지 이 대통령과 정부와 소통을 시도해 왔지만, 지금 정부 인사들은 이들 언론에 대한 ‘선입견’이 지나치게 많아서 제대로 된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이 그랬다지요. ‘원래 그런 언론’이라고. 이러니 소통이 될 리가 없습니다.
조선일보와의 소통이라도 제대로 하기를 바라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