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벌어진 민주당 대전/세종/충남 경선 유세에서 여유있게 지지자들에게 화답하는 문재인 고문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10연승을 올리며 질주하고 있다. 대구·경북과 서울·경기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등을 한 것이다. 이것으로 누적투표에 있어서도 50.3%로 과반을 넘겨 결선투표가 시행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덕분인지 대선후보 다자대결 구도에서도 지지율이 껑충 뛰어 안철수 교수의 턱 밑에까지 도달한 분위기이다.

사실 문재인 후보의 선전은 제주 경선에서 압승하면서부터 예상됐다. 손학규, 김두관 등 소위 비문(非文)진영 주자들이 제주 경선 이후 경선 불참까지 시사하며 격렬하게 저항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재인 후보가 고전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강원, 경남, 전북, 광주·전남 등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1등을 했다. 특히 광주·전남의 선택은 비문진영 주자들로서는 뼈아프다. 광주·전남이야 말로 민주·평화·개혁 세력의 심장이며 김대중 총재 시절부터 이들을 지지해온 지역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은 그렇다 쳐도, 광주의 야권 지지자들은 왜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것일까? 숫자들을 보면 사실 광주가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기 보다는 차라리 민주통합당 전체를 외면했다고 보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것 같다. 광주는 2002년에 당시 야권에서 대세론을 형성했던 이인제 후보를 선택하기 보다는 영남 출신인 노무현 후보를 선택하는 것으로 충격을 안겨줬던 일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례를 들며 광주가 다시 한 번 영남 출신인 문재인 후보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그동안 광주의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들이 ‘친노’로 표현되는 정치적 흐름에 대하여 일정 정도 상처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호남 홀대론’은 민주통합당 창당 시 박지원 원내대표가 시민사회세력과의 통합에 비토를 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러한 기억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친노의 핵심인 문재인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정권교체는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과거야 어떻든 그를 지지할 수 있는 것이 또 광주의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들의 성향이다. 문제는 문재인 후보에게는 그런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에게는 그것이 아무리 예외적인 결과로서 제시된 것이라고는 해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문재인 후보에게는 그것이 없었고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오로지 안철수 교수가 유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의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들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수 있었겠는가?

이러한 흐름은 득표 결과를 보면 더욱 잘 드러난다. 광주 경선 결과 모바일 투표의 경우 63%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지만 대의원과 현장투표 등을 합한 전체 투표율은 50.2%에 그쳤다. 특히 투표소 투표율은 14.53%에 그쳤는데 광주·전남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지역의 열성 지지자들이 문재인 후보에게 ‘냉담’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든 사실들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호남의 경우 민주통합당 소속의 후보들 보다는 당 외의 후보를 지지했던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부터도 근거를 찾을 수가 있다. 즉, 광주·전남에서 문재인 후보의 선전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그나마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점이 모바일 투표를 통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의 전망은 어두운 것일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12일로 예정된 대구·경북지역 경선의 경우 김두관 후보가 상대적으로 선전할 것이다. 이럴 경우 문재인 후보가 현재 50%에 턱을 걸치고 있는 누적득표율은 하락할 것이며 언론은 일제히 ‘문재인 과반 확보 실패’라는 기사 제목을 뽑을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층의 결집이다. 서울·경기의 경우 손학규 후보가 자신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기는 하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긴다는 결과가 나온 일이 없다. 때문에 이는 결과적으로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로 작동할 수 있고 서울·경기의 결과를 더하고 나면 오히려 결선투표도 없이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는 결과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내 추측이다.

▲ 손학규 후보가 2위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추격자'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연합뉴스

그러나 그러한 예상과는 달리 결선투표가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결선투표가 시행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선투표가 시행되면 승자는 누가 될까? 이것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논란 등에 대하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핵심은 경선 룰 자체가 후보들 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선 중간에 불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불러일으킨 것 자체가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것이 경선 과정에서의 어떤 ‘수’로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당 내의 공분을 기초로 판을 뒤집는 등의 전략은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룰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후보들의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 수위에 있어서는 정도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떤가? 순회투표를 할 때마다 고성이 나오고 당 대표에게 계란을 투척하는 등,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당 외의 지지자들이 오히려 경선 과정 때문에 민주통합당 후보가 상처를 입을까 걱정을 하는 지경이다. 일부 세력의 이러한 행태는 경선 룰과 지도부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각을 세우고 있는 손학규 후보가 짊어져야 할 몫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당장 김두관 후보 측에서 계속해서 발을 빼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여태까지 무언가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정세균 후보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때문에 결선투표를 할 경우 문재인 후보가 패배하는 수의 전제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간의 연대는 불가능한 것이 되거나 최소한 부담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김두관, 정세균 후보의 지지자들이 손학규 후보를 지지하기 보다는 그냥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 비문재인의 1:1 구도로 붙어도 어려울 수 있는 마당에 이런 상황은 비문재인 진영의 결선투표에서의 전망을 더욱 어려운 것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결선투표가 진행되더라도 문재인 후보가 승리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뭐든지 예상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말이다.

▲ 이른바 '비문후보들'의 이해득실도 제각각이라는 게 결선투표의 뒤집기를 힘들게 하는 요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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