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주년을 맞은 광주 민중항쟁일이었던 2008년 5월 18일 오후, 경기도 광주에서는 장대비가 퍼붓는 가운데 침묵 행진이 있었다.

장면 하나: 경기도 광주

▲ 97일째 진행중인 지난 5월 18일 생명의 강 살리기 도보순례ⓒ향린교회

개신교, 원불교, 불교, 천주교 등 4개 종단으로 구성된 종교인 생명평화순례단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팔당대교변 강줄기를 따라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 2월 12일 한강하구에서 출발해 '한반도 대운하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고자 한반도 곳곳의 대운하 예정지를 따라 걷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종로 보신각으로 돌아와 순례를 마무리짓는 일정이다.

▲ 18일 서울경기지역 5개 개신교교회가 주최한 '생명평화순례단과 함께하는 현장예배'장면ⓒ정영은

이날 도보 순례에는 "생명의 강을 살려 창조 질서를 지켜내자"는 마음을 모아 서울경기 지역의 강남향린교회, 들꽃향린교회, 일산동녘교회, 푸른마을교회, 향린교회 등 5곳의 개신교측 교회 신도 400여명도 현장예배를 갖은 후 함께 했다.

장면 둘: 서울특별시

같은 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개신교측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주최로 5만명이 모여 '국민화합과 경제발전, 북한의 핵폐기와 한반도 평화통일, 재난당한 미얀마와 중국의 이재민 등을 위한 특별기도회를 열었다. 설교를 맡은 조용기 목사는 "최근 우리 사회에 광우병 공포가 번지고 있지만, 과학자들이 근거 없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면서 "과학의 검증을 믿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로 침소봉대하면 나라와 민족의 분열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장면 셋: 전라도 광주

이날 전라도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항쟁 28주년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5.18 정신은 귀중한 자산이므로 그것을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화로 활짝 피어난 5.18을 선진일류국가를 건설하는 정신적 지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요약하자면 '5.18 정신을 국가발전과 선진화로 이어나가자'는 말인 것 같다.

전날 5.18 전야제에서도 금남로에 모인 시민들은 촛불을 밝혀들었다. 다양한 세대가 모여 5.18정신을 현재에 이어가자며 현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80년 광주의 오월과 08년 광주의 오월

도서출판 그린비의 편집주간 김현경씨는 19일 출판사 블로그를 통해 "5.18 광주를 '기념'하지 말고 '현재적 사건'으로 '이야기'하자"고 강조했다. 사건을 ‘역사’로 만들어 과거로 넘겨 기념하는 순간, 사건의 ‘현재성’은 사라져서 과거가 되어 버린다는 얘기다.

그는 그렇게 되면 ‘현재’로 존재하는 사람들, 삶들, 목소리들은 모두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단다. 5.18 광주항쟁을, 중증 장애였던 최옥란의 죽음을, 여수 보호소 화재 참사를, ‘역사로 기념’하거나 ‘과거의 사건’으로 만들어 버리면, 우리에게 지금을 사는 부도덕에 저항하는 사람, 중증 장애인, 이주노동자는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 경향신문 5월 19일자 3면

2008년 5월,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국가폭력에 맞선 민중 저항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한편 "80년 광주의 오월 정신을 계승하자"는 정부와 정치권의 판박이 멘트도 반복되고 있다.

보아하니 정부는 귀닫고 입막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현재의 사건들을 외면한 채로, 대체 광주의 5월 정신을 어떻게 이어나가겠다는 것인지. 2008년 5월, 한반도 땅 곳곳 민중들의 손에 들린 촛불은 연일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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