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치 <미디어오늘>은 "경향신문이 마지막 남은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을 올해 안에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채용할 사원들도 모두 정규직으로 뽑기로 노사가 합의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래서 블로그에도 바로 경향신문을 칭찬하는 글이 바로 올라왔고 지지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 글은 저랑 마찬가지로 <미디어오늘>을 들먹이면서 "경향신문 칭찬 한 번 해줘야겠다"고 했습니다.

이 누리꾼은 "기사의 논조야 예전부터 마음에 들었지만", 하면서 비정규직 전환을 짚은 뒤에 "회사 경영도 지면이 지향하는 정체성에 맞게 가야 한다는 취지로 했다"는 사용자 쪽 말을 소개하면서 "고마운 일"이라 했습니다.

이어서 "신문을 구독하면 조중동은 자전거나 상품권을 주는데 경향신문은 민주노총에 비정규직 기금을 낸다고 했다"며 "회사 기본 방침이 이러니 기사 논조가 조중동과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짚었습니다.

또, 조중동을 일러 부자를 위한 신문이고 정권을 지키는 신문이고 말과 행동이 다른 신문이라 몰아붙인 다음, 경향신문을 향해서는 비정규직을 위한 신문,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신문이고 논조와 실천이 같은 신문이라 치켜세웠습니다.

14일 우편물이 왔습니다. 민주노총이 경향신문과 함께 비정규기금 모금에 나선다는 홍보물이었습니다. 32절 크기 전단과 2절 크기 포스터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알려진 대로 경향신문 한 부를 구독하면 다달이 6000원씩이 비정규 기금으로 적립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도 못지않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모두 좋은 이야기들입니다. 신문이 실천하고 이를 독자들이 알아주고 나아가 함께 잘해보자는 국면이니 이를 보는 저도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 우리 경남도민일보도 한 번 돌아봐졌습니다. 돌아보니, 우리도 그리 못하지는 않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노사는 4년 전인 2004년 단체협약을 할 때 이미 비정규직을 뽑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었습니다. 이어서 2005년에는 그 때까지 회사에 남아 있던 비정규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비정규직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우리도 독자 확장을 위해 지역의 몇몇 노조를 상대로 신문을 구독하면 그에 걸맞은 대가를 내놓겠다는 조건으로 교섭을 하기도 했습니다. 논의는 조금 진행이 된 바가 있었으나 실제 성과는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를 두고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경향신문보다 그리 못한 바가 없는데 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수도권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일간지라서 이리 되지 않았겠느냐고 여기는 구석이 컸습니다.

우리는 믿음을 얻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는 경향신문을 칭찬하는 누리꾼 글을 우리 지부 인터넷 토론방에 올리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미처 생각도 못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정리를 하자면, '먼저 우리한테 문제가 있다'는 요지였습니다. 원인을 바깥에서만 찾았던 저는 정수리가 뜨끈해졌습니다.

댓글은 먼저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우리 내부 실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라 했습니다. 우리 경남도민일보에 2005년 이후에도 여전히 한 명이 계약직으로 있었는데, 조금 특수한 사정으로 그렇게 지속되다가 지난해 '불미'한 일로 정리된 정황을 두고 한 말입니다.

다음으로는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그들 마음에 들어가 봐야 하겠지만, 어쩌면 우리에 대한 믿음이 약했을 것이고, 그러니 신문 봐주자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겠지요" 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애를 썼든 상대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자책이었습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이런저런 보도를 하고 이런저런 성과를 냈는데, 물론 이런저런 잘못도 저질렀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끼리 그래도 잘하는 구석이 많다고 생각하고 우리끼리 평가를 하고 하면서 '왜 남들이 안 알아줄까?' 이렇게 상대 탓을 주로 했다는 얘기였습니다.

"내가 생각 못한 바가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밀려왔습니다. 며칠 동안 경향신문을 둘러싼 이런저런 얘기들을 듣고 보면서 품었던 억울하다는 생각에 대해, 조합원의 이런 댓글을 보면서 진짜 내가 옹졸했구나, 여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진짜 잘못 생각했습니다.

신문을 구독하고 말고 하는 '절대' 권한을 가진 독자 마음을 얻으려면, '그래 바로 이 신문 말고는 없어!' 하는 '절대' 평가에 미치도록 해야 하지, '그래도 다른 매체보다는 낫지 않느냐?' 하는 '상대' 평가에 만족해 갖고는 어림도 없다는 점을 뚜렷하게 알아챘습니다.

'경향신문'한테 미안합니다. 우리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안으로나마 투정을 부린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먼저, 지역 주민과 지역 노동자들이 보시기에, 우리가 우리 스스로 내건 사시(社是)-'약한 자의 힘'에 한 치도 어긋나지 않도록 우리 지면을 꾸려놓고 나서 투정을 부려도 부리겠습니다.

저는 1963년 8월 경남 창녕에서 났습니다. 함양과 창녕과 부산과 대구와 서울을 돌며 자랐고 1986년 경남 마산과 창원에 발 붙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1999년 들어왔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한 뒤에는 노동조합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일삼아 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발바닥만큼은 뜨거웠던, '직업적' 실업자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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