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5층 대회의장에서 열린 '한국 정치와 안철수' 심포지엄 1부의 풍경 ⓒ연합뉴스

심포지엄이 시작하는 오전 10시가 채 되기 전부터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나이 지긋한 시민들이 경향신문사에 운집하는 보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10시가 되기 전부터 행사 장소가 어디인지 물어보는 이들과 왜 이렇게 좁은 장소를 잡았느냐고 호통치는 이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발표자들의 글을 모은 소책자는 10시 행사가 시작되자 금방 동이 났다. 참석자들의 요구에 의해 1부가 끝나기도 전에 프린트물 수십 부를 추가적으로 공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사장 열기도 뜨거웠다. 마지막 4부 청중 질문에서 한 시민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행사를 참관한 어르신들”이란 표현을 썼는데, 빈말이 아니었다. 발언자의 목소리가 좀 작거나 마이크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싶으면 어김없이 뒷좌석에서 “좀 크게 해주세요!”라는 발언이 터져나왔다. 발표자나 토론자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관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그러나 한편으론 질의응답을 하고 싶은 욕망이 큰 청중들이 많았는데 행사에서 그것이 충분히 충족되진 못했다.

경향신문사와 4개 싱크탱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생활정치연구소, 좋은정책포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에서 주최한 <한국 정치와 안철수> 심포지엄은 이처럼 안철수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참여자들의 면면도 화려하여 시민사회 단체와 학계의 비판적 사회참여 지식인들을 총망라했다.

그러나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행사 참석자들과 한국 사회에 던진 메시지의 내용은 풍성하지 못했다. 뜨거운 관심과 빈곤한 담론이 교차하는 이 상황은, 참석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철수 현상’에 접근하는 비평이 모종의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안철수 현상’ 비평의 딜레마 : 사회분석이냐, 인물론이냐

▲ 융대원 학위수여식에서 질문을 받는 안철수 원장. 최근 "대통령이 목표는 아니다"라는 발언이 알려지는 등, 아직 뚜렷한 거취를 표명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번째 딜레마는 ‘안철수 현상’ 비평이 기본적으론 그 현상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지만, 현재 안철수를 제외한 야권 후보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그의 출마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나온다.

이 딜레마는 특히 <제1부 시대정신과 안철수>와 <제4부 집중토론: 안철수의 선택과 한국 정치의 미래>에서 드러났다. 1부의 두 발제자인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분석은 한국 사회의 현 상황과 당면과제를 분석하고 이 상황에서 안철수가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나 가능성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서술하다 보면 논의의 부분 부분은 타당해 보일지라도 결국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안철수’란 식으로 해석되고 그의 출마를 위해 읍소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전제조건이 되어 버린다는 인상을 낳게 된다.

실제로 청중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한 얘기는 안철수가 출마할 것인지, 그리고 안철수가 출마한다면 야권단일후보가 되어 박근혜를 꺾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그 자리에는 없었다. 안철수를 호출하고 있되 안철수 측에서 참석한 자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선 참석자들이 각자의 전공의 논의와는 상관없이 모두가 할 수 있는 정치적 예측을 남발할 수밖에 없었다. 1부 발제자 김호기 교수는 “기다리다 보면 (출마 선언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고 3부 발제자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까지 하고 나오지 않는다면 정치(적) 공황(상태가) 올 것”이라면서 안철수의 출마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4부 집중토론의 패널인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와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도 안철수가 결국엔 대선에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논의가 안철수의 거취 문제로 흘러가는 것에 비판적인 참석자들의 발언도 있었다. 3부의 토론자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현상에 말한다는 것”이라 발언하면서 본인이 참여하는 논의에 대해 선을 그었다. 1부 토론자 이숙이 젠더사회연구소 소장도 “지난 1년간 그의 행보를 살피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평적 소통’의 자세는 보기 힘들었고 그의 행보와 발언 하나하나에 다른 사람들이 집중하고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관련된 논의가 안철수에게로 수렴되는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들은 의미가 있긴 했지만 단지 그런 논의만으로 이 시기에 경향신문사 등에서 안철수와 관련한 심포지엄을 하루 종일 개최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점에서 ‘핵심에서 겉도는’ 측면이 있었다. 그야말로 딜레마였다.

‘안철수의 생각’의 해석에 관한 딜레마 : 그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의 사이

두 번째 딜레마는 <안철수의 생각>에 관련된 것이다. 우리는 안철수란 인물을 검증하기 위해 ‘안철수의 생각’을 문자 그대로 비평해야 하지만 또한 야권의 비전을 위해선 그 ‘안철수의 생각’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사회문제의 상과 대처방법을 삽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이 딜레마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가장 풍성한 논의가 있었단 <제3부 ‘안철수의 생각’과 경제․사회정책>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3부의 두 발제자였던 이병천 교수와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둘 다 <안철수의 생각>에 대해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병천 교수는 발제문에서 ‘안철수의 생각’이 미국 교육 경험(MBA) 때문에 우려되는 지점이 있었으나 생각보다 미국식 시장경제에 크게 경도되어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야 정치권을 통틀어 대선 후보군 중에서 이 정도로 경제민주화와 한국 경제 미래에 대해 자신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정리된 생각을 들려 준 사람을 보지 못했다”면서 “대한민국 근대화 50년(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 깊이 있는 비판적 성찰력을 가진 인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상이 대표 역시 발제문에서 책을 읽고 난 후 “안철수 교수는 한국형 복지국가의 담론과 주요 정책을 충분히 그리고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감탄했다고 서술했다. 그는 “복지국가에 대한 안철수 교수의 이해는 지식인의 관념적 이해를 넘어”섰으며, 이 책의 내용이 “구체적인 정책들로 알기 쉽게 설명되고 잘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복지국가 담론을 설득해 나가는데 매우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 안철수 교수가 복지제도 확충을 위해선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안철수의 생각’에 자신들의 생각을 덧씌워야 한다. 이는 그의 책을 야권 성향의 경제학자나 경제정책통이 읽을 경우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병천 교수는 책의 ‘빈틈과 과제’를 상세히 지적했고 이상이 대표는 안철수를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의 대변자로 해석했다. 이렇게 될 때엔 그것이 과연 ‘안철수의 생각’인지 그들의 생각인지가 모호해진다.

3부 토론자 신광영 교수는 전두환 취임사로부터 시작된 복지란 말에 대해 아직 한국인들은 낮은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는 복지국가를 시대정신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 증세 담론 역시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이 좋아할 얘기는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조세체계에서 제대로 징수가 되지 못하는 고소득층의 자산과 소득에 대해 징수하겠단 식으로 세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이 대표의 안철수에 대한 이해를 뿌리부터 비판한 것이다.

한편 문진영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안철수의 생각>에 대해 “아주 잘 정제된 언어로 상식적인 내용을 잘 설명한 교과서”이며 ‘앵그리영맨’들을 대변하는 효과는 있지만 교과서에 그친다는 점에서 여기 모인 학자들 누구나 쓸 수 있고 사실은 더 깊이 있게 쓸 수 있을 법한 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라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없는 이 책으로는 안철수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기 어렵고 그의 예전 책에 나온 일화대로 바둑을 배우기 위해 1년 동안 바둑 관련 책을 먼저 탐독했다는 행동 방식으로 정책문제에 접근하다간 큰 실패를 거둘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이해문제에서 벗어나 안철수의 경제사회 정책에 대한 회의를 가장 강하게 표현한 것은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이었다. 김상조·유종일 등과 함께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경제학자 그룹에 속했던 3부 토론자 홍종학 의원은 “재벌개혁을 위해 역사 공부를 해보니 민주주의 국가의 역사에서 재벌개혁의 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가 하나도 없었고 그나마 챙길 만한 것이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사례였다”고 전했다.

홍종학 의원은 이어서 “그렇기에 2007년부터 약 2년 동안 내 마음은 미국에서 재벌이 번성하던 1920년대 워싱턴에서 살았다”라고 설명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정부가 금권세력, 거대 자본과의 싸움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철수 원장이 알고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는 “안철수 현상이 민주당 혁신을 촉구한 점에 대해서는 감사할 일이나 우리에겐 안철수란 메시아가 아니라 ‘성공하는 정부’가 중요하다. 고려 무신정권처럼 수십 명 측근으로 나라를 경영해 보겠다는 무모함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병천 교수는 ‘안철수 현상’을 비정상적인 사건으로 보는 시선에도 반대했다. 그는 “민주당의 통렬한 반성이 더 있어야 한다”면서 “민주정부가 실패하면 ‘박정희 향수’가 생긴다. 그러면 서민들이 정권과 정당에 좌절했을 때 ‘박정희 향수’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정상적인’ 상황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안철수 정도 되는 인물이라도 있어 ‘안철수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이며 “정상적인 상황”이라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진보정당의 노동중심성이 대기업 정규직 편향성으로 빠지고 민주당이 누구를 대변하는지도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2030세대에게 출구전략을 제시한 것이 안철수 말고 누가 있는가”라고 물으며 기성 정치세력의 반성을 촉구했다.

안철수와 민주당의 관계에 대한 딜레마 : 민주당에 혁신을 요구한단 것

▲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 광주전남 TV 토론회의 모습. 한참 경선이 벌어지는데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지 못했고 이날 심포지엄에서도 민주당 주자나 경선을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연합뉴스

여기서 우리는 안철수의 정책적 내용에 대한 토론에서 자연스럽게 마지막 딜레마가 도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딜레마는 안철수와 기존 정치세력, 특히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자기 혁신이 없었기 때문에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다고 민주당을 질타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철수 현상’을 끌어안기 위해서라도 다시 민주당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빠져 있다.

이 딜레마는 <제2부 안철수와 정치․시민사회>와 <제4부 집중토론: 안철수의 선택과 한국 정치의 미래>에서 주로 드러났다. 2부 발제자인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철수 현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국가비전의 문제, “누구와 그 비전을 실현할 것인가?”라는 핵심적 정책그룹과 정치세력의 문제, 그리고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라는 국정운영 능력과 정치리더십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설명한다.

또 그는 “5천만으로 구성된 정치공동체와 국가 간 관계, 지구적 공동체는 매일 새로운 사건과 과제가 발생하는 움직이는 거대한 유기체와도 같아서, 국정운영의 단계에서 이 거대한 유기체와 맞닥트려 끊임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통령의 위치는 안교수가 보여주는 출마를 위한 선택에 소요되는 것과 같은 긴 ‘생각’의 시간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안철수 현상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질곡을 안철수로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혹은 안철수만으로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판단해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대엽 교수의 지적은 민주당과 안철수 모두에게, 혹은 우리 모두에게 공통의 과제라 볼 수 있다. 2부의 다른 발제자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조금 더 구체적인 차원에서,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유권자 연합이 관건”이라 설명하면서 미국의 뉴딜체제를 떠받쳤던 뉴딜연합(New Deal Coalition)과 같은 유권자 연합을 한국 사회에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해하는 뉴딜연합은 “기존의 지역균열에 기초한 공화당 우위의 정치질서를 계층균열로 재편한 결과 창출된 것”으로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소수인종 등이 정치와 투표를 통해 자신의 삶을 지켜낼 동기를 부여했기에 형성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민주당이 혁신을 하거나 새로운 통합적 혁신정당이 창당되어야 하며 안철수는 이 “민생연합을 구현하는 정당을 만들어내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하고 “그 정당의 후보로서 대선에 나가야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토론자인 민만기 내가꿈꾸는나라 집행위원장의 경우 이철희 소장의 주장에 기본적으론 동의하면서도, 지금의 시기가 수권가능한 정치세력·주체를 형성하는 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사회세력연합·이슈연합·정책연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치세력 상층부의 타협이 아닌 지지층을 구체적으로 찾아다니는 전국적인 만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을 민주당 쪽이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안철수 쪽이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양자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2부 토론자인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의 경우 “안철수가 향후 어느 쪽으로 갈 지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기대 속에서도 일말의 불안감이 있다”면서 “이런 부분을 안철수가 확실하게 약속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철수가 야권후보 진영에 속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이 상황이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도 4부 집중토론 패널인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의 경우 “<안철수의 생각>을 읽어보면 야권에서 논의되었던 사회경제 정책에 대한 답변이 다 있다. 이 책으로 안철수는 야권 후보의 하나임은 입증된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민주당과 안철수의 관계에 대해서도 통일되지 않은 여러 시선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누가 누구를 품을 것인가

▲ 이해찬 당대표의 취임할 때의 모습. 경제민주화는 민주당에도 중요한 화두이지만 그 화두의 중심인물이 되어버린 안철수와의 합종연횡에 대해서는 아직 민주당 쪽의 전략이나 고민이 없는 편이다. ⓒ연합뉴스

특히 후보 단일화가 결렬될 경우의 책임을 묻는 문제에 대해선 4부 집중토론 시간에 날선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4부 패널이었던 이인영 민주통합당 의원의 경우 “안철수 원장에게 가장 최악의 상황은 창당을 한 후 후보단일화 없이 완주를 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최악인 상황은 무소속으로 후보단일화 없이 완주를 하는 것”이라며 “후보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야권 분열에 대한 책임이 안철수 원장에게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택광 교수가 “지금 상황이 민주당이 안철수를 붙들어야 할 상황이지 안철수가 아쉬운 상황이 아니다. 환경이 안 좋으면 정치를 안 하면 그만인 안원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지만 안철수 원장을 끌어오지 못한다면 선거 후 민주당에 큰 후폭풍이 올 것”이라고 비판하자 이인영 의원은 “민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니 누가 그런 소리를 합니까”라고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야권의 승리를 위한 자기 혁신을 요구받고는 있지만 민주당은 경선 과정에서 흥행 없이 당내 불협화음만 높아지는 상황이고 안철수 원장은 아직 출마의사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안철수 원장은 본인의 지지층을 고려할 때 함부로 민주당 입당을 확정할 수 없는 처지이나, 민주당 이해찬 당대표 등은 아직까지 “민주당 입당 후 경선하지 않으면 단일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역시 ‘안철수 현상’의 수혜를 야권이 받아 안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혁신이 필요한 사정을 드러낸다. 이철희 소장의 정리대로 민주당이 안철수와 함께 통합정당을 꾸리기로 결심하고 그 정당에서 함께 혁신을 하든지, 아니면 안철수가 선뜻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정당으로 자기 혁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안철수 현상’에 환호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도 결국 민주당의 자기 혁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민주당 바깥에서 그 요구로 가장 압박을 줄 수 있는 카드 역시 안철수 원장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는 ‘독자적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측근의 말이나 ‘대통령이 목적은 아니다’라는 안철수 본인의 말 속에서 아직 아무것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그를 발견할 뿐이다. 이 심포지엄이, 아니 안철수를 둘러싼 그 수많은 담론이 한국 사회의 현황과 문제를 잘 설명해 내긴 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엔 미흡한 이유를 알려주는 풍경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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