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원장이 수원 영통구의 서울대 융합대학원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가 3일 오전 안철수 원장이 기성 정당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18대 대선에 참여하기로 내부 방식을 확정했다는 단독 보도를 웹상에 올렸다. 또한 안원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무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헤럴드경제가 안철수 원장 측 ‘핵심관계자’의 발언을 빌려 보도한 이 기사는 뷰스앤뉴스에서 받아 쓰는 등 세간의 화제가 되었으나 오후에 안원장의 대변인 격인 유민영 전 춘추관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면서 공식적으로는 진화가 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매우 익숙한 패턴이다. 안철수에 대해서만은 이렇게 보도가 앞서 나갔다가 공식적인 반박이 나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언론사가 안철수의 ‘결단’을 소재로 한 사실상의 ‘낚시 기사’를 계속 쓰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언론사 기자는 “단순한 낚시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할 것인지, 단일화까지 배제한 단독 출마를 할 것인지는 모든 사람에게 초미의 관심사인데 이에 대해 안철수 측은 딱 부러진 얘기를 하지 못하고 계속 결단을 지연하고 있다”라고 안철수 측의 처신을 비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단서가 나오면 아무래도 (기사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또 그 기자는 “해당 기사는 안철수 원장과 그 주변 사람들의 정당 정치에 대한 혐오가 상당히 강하다는 점은 드러내고 있고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정보전달은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정치인도 아니고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이에 대해 교수들이 지지선언을 하는 모습은 진풍경이다. ⓒ연합뉴스

하지만 헤럴드경제 기사 자체로도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있다. 기사에서 그 관계자는 “야권 후보 단일화 및 민주당 입당 등에 대해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 안 원장의 굳은 의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여론조사에서 독자 출마를 바라는 이들이 민주당 입당을 바라는 이들보다 많다는 것이 안철수 원장이 독자 출마를 결심했다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여론은 뒤집힐 수도 있다. ‘바람’이 부는 단계에선 유권자들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하더라도, 막상 선거전이 치러지는 상황이 되면 민주당과 손을 잡아서라도 박근혜 후보를 앞서는 것을 바랄 수가 있다. 만약 안철수 원장이 자신의 지지기반을 잘 알고 있다면, 민주당과의 협력의 시기를 되도록 늦추면서 현재의 지지율을 끌고 가다가 어느 시기에 박근혜를 이기기 위한 야권단일화라는 결단을 내린다는 선택을 내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시기의 여론조사에서는 적어도 안철수 원장의 지지층에선 그가 민주당과 연합하는 것을 바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즉 저 발언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일종의 ‘핑계’일 수 있는데 헤럴드경제는 그 지점은 보도하지 않는다.

다른 기자는 “안철수의 평소 스타일을 관찰했다면, 그는 전적으로 정치적 선택을 홀로 결정하는 스타일이란 것을 알 수 있다”라면서 기사의 논리를 비판했다. 핵심관계자나 측근의 전언을 통한 그간의 보도가 계속해서 부정되어 온 것은 안철수 원장이 국민여론에 대한 ‘공감의 멘토’를 자임하면서 최종 결정은 오롯이 혼자서 내려온 스타일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 기자는 “취재원의 멘트에 구미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를 끼워넣어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이번 대선이 박근혜와 안철수의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런 기사를 쓴다는 것은 안철수라는 정치인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안목조차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이러한 정국에 대한 판단이 대단히 어려운 것이 아니라면, 헤럴드경제의 기사는 ‘단독’이라는 명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확보한 자료의 신뢰성을 과대평가했다는 얘기가 된다. 기사에 매우 비판적인 한 기자는 “안철수 지지율을 이용한 클릭 장사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헤럴드경제의 최근 행보도 ‘낚시 기사’ 생산에 무관하지 않다는 증언도 있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온라인화’를 선언하고 조회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조회수가 늘어나는 성과가 있어 간부들이 ‘인터넷에서는 모 일간지를 앞섰다’는 식의 자랑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한다. 온라인 조회수 확보가 중요해진 것은 꼭 헤럴드경제만의 사정만은 아니다. 종이신문 판매가 사양길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온라인 조회수 확보와 광고 유치는 언론사의 재무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되고 있다.

한 일간지 기자는 “언론이 인터넷에 치중하면서 조중동(조선․중앙․동아)과 한경(한겨레․경향신문) 정도의 차이를 제외하면 언론사간 이념 경계가 흐려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정치기사가 아니면 조중동과 한경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라며 “그 신문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면 지면기사나 사설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도 “한국의 언론사 데스크들은 웹 기사는 종이판 기사와 달라야 한다고 보는 강박관념이 있다. 웹 기사로는 조회수를 끌어와 돈을 벌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보도패턴은 비슷비슷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비슷비슷한 기사가 비슷비슷한 방식으로 양산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결국 ‘안철수 낚시 기사’는 그에 대한 기대가 많은 정치상황과 안철수 개인의 스타일이 변화된 언론환경에 조응하며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가 언제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한 확답을 줄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추석 전까지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들은 자주 ‘물고기’가 되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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