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희 의원이 오전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선출마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아침 이정희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위 폭력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다. 한편 강기갑 대표는 ‘속죄’의 마음으로 단식에 들어갔고, 노회찬 의원은 이석기 의원에게 함께 사퇴를 하자는 내용을 담은 글을 당게시판에 올렸다.

이를 통해 통합진보당이 사실상 분당 수순에 들어갔다는 시선이 많다. 강기갑 대표가 천명한 혁신재창당안이 당적 절차에 의해 부결이 되어야 분당의 동력이 생길 거라는 관측이 많았고, 이에 구당권파는 중앙위 등의 회의의 소집을 최대한 연기하는 전술을 택했다. 이에 통합진보당 내 혁신파들은 분당의 결단을 내릴 순간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정희 전 의원의 사과를 통해 혁신파들의 의견이 빠르게 정리될 거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내 관계자는, “강기갑 대표가 사태수습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던진 세 가지가 중앙위 폭력 사태 사과, 이석기․김재연 사퇴, 그리고 구당권파의 백의종군이었다. 그러나 이정희 기자회견은 첫 번째는 수용했지만 사실상 두 번째와 세 번째를 거부하는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이석기와 김재연 사퇴의 경우 이미 당내 절차가 끝났고 본인이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결국 혁신파들이 요구했던 것과 정반대에 서 있는 것이고 이에 대한 입장이 조만간에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정희 전 의원의 기자회견은 구당권파들의 입장을 충분히 조율한 ‘한 수’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반면 강기갑 전 대표와 노회찬 의원의 행동의 경우 당내 정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치밀하게 계획된 정치적 행동이라기 보다 각자의 캐릭터에 의한 개인행동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기갑이 ‘속죄’를 말하고 노회찬이 끝까지 통합을 호소함으로써 혁신파는 분당을 막기 위한 모든 일을 다 해봤다는 인식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구당권파가 끝까지 이석기 등의 사퇴를 염두에 두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정희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진보당이 사실상 분당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물론 구당권파들 역시 분당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계획을 짜고 있을 것이다. 이정희의 대선출마까지 고려하는 것도 분당 이후까지 내다본 판단이다. 통합진보당의 양 파벌이 민주통합당에 대해 ‘야권연대의 대상은 이쪽’이라고 구애하는 셈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분당된 이후에도 구당권파의 정당이 민주통합당과 협상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민주통합당이 후보 선출 이후의 ‘안철수 딜레마’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혁신파들조차 ‘말빨’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노회찬 의원이 “정치에도 염치가 있어야 합니다. 지난 넉달 동안 온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그동안 연대해온 다른 정치세력들에게 끼친 피해를 생각한다면 자숙하는 의미에서라도 후보를 내지 않되 백의종군의 자세로 정권교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의 대선출마를 시사한 이정희의 기자회견은 더욱 문제가 된다. 구당권파들이 사태를 안이하게 보고 있으며 대선까지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할 만한 집단이 아니라는 인식의 ‘쐐기’를 박을 만한 사건이 되는 것이다. 이정희 기자회견이 지지부진하던 ‘통합진보당 사태’를 활성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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