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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선의 연대기가 아닌 향기를 그리고 싶었다"다큐멘터리 <어머니> 태준식 감독을 인터뷰하다
한윤형 기자 | 승인 2012.09.03 11:15

편집자 주 : 9월 3일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의 1주기다. 이소선 여사는 아들의 죽음 이후 자신의 삶을 통해 '노동자의 어머니'가 되었고, 그 아들이 극우정당의 대선후보조차 '화해'를 시도하는 상징이 되는데 기여했다. 1주기를 맞은 미디어스의 릴레이 기사의 마지막은 이소선 여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어머니>를 찍은 태준식 감독의 인터뷰다.

   
▲ '어머니' 방에서 촬영을 준비하던 태준식 감독의 모습

- 이소선 여사를 찍은 방송다큐는 이전에도 있었을 것 같지만 전태일이 아니라 이소선이 중심이었던 다큐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어째서 그랬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이전에 인물현대사에서 다룬 것 빼고는 방송이든 독립영화든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이소선 어머니’가 나온 것은 없었다. 아마도 전태일이라는 신화를 쫓아가기도 바빴을 것이고 워낙 어머니가 현장 중심으로 활동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특별한 인물로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 여겼던 안이함도 있었을 것 같고 어머니 특유의 투박한 언어를 담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던 것 같다.

- 이소선 여사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기획의도와 실제의 편집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원래 영화를 찍으려고 했던 의도와 죽음 이후의 상황 변화를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사실 기본적인 컨셉은 바뀌지 않았다. 의도했던 건 이소선의 연대기가 아니라 이소선이 뿜어내 향기를 그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그 의도는 유지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나 돌아가신 이후 상황을 넣으면서 애초에 집어넣으려고 했던 몇 가지의 이야기가 빠지게 되었고 '이소선의 죽음'이 영화 전체 구조에서 시작과 끝을 차지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 미디어스에 실린 앞선 리뷰는 읽어보셨나. 의도하지 않게 두 명의 리뷰어가 다 여성이라, 남성 감독과 바라보는 바가 달랐을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받아들이셨나.

리뷰는 잘 봤다. 특히 첫 번째 리뷰의 '이른 추모곡'이란 평가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요즘에서야 드는 생각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너무 급작스럽게, 정신없이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삭히고 작업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변명처럼 느끼겠지만 당시에는 다르게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작업을 거의 완성한 상황에서 변경해야 했던 상황이라 그 시기를 놓치면 어머니의 향기를 그리겠다는 애초의 의도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또 어차피 어머니도 안 계시는데 더 시간 끌어봤자 뭐가 더 나오겠냐는 자포자기적인 심정도 있었다. 그래서 차라리 빨리 털어버리려고 했다. 이 작업과 관련된 여러 말들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여성들이 보이는 이 작업과 관련한 이러저러한 언급들은 많이 들었다. 대체적으로 동의를 하고, 다른 한편으론 '어머니'라는 호칭에 대한 여성들 스스로의 반감과 동시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하는 한 측면, 갈등하고 있는 면들을 보게 된다. 모성신화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어머니'라는 제목에 반감을 가지고 계시다가 꼭 작품이 그런 작품이 아니기에 조금은 헷갈리고 새롭게 봐야겠다는 말씀들을 많이 들었다. 여성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깊은 생각이 정확히 다가오진 않는 건 사실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한 인간이 중심이었지 어머니라는 여성이 중심은 아니었다.

- 원래는 이소선의 일상과 연극 <엄마, 안녕> 두 축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고 알고 있다. 그 연극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는 무엇이었나?

그렇다. 원래 그런 구조였다. 연극은 재현의 장치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영화에서 설명해주지 않는 최소한의 기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카메라는 주로 지금의 이소선을 찍고 있는데 관객들에게 이소선의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었던 전태일과의 관계, 그 과거를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엄마, 안녕>은 그런 면에서 우연찮게 발견된 씨퀀스였고 연극 관계자 분들에게 아주 많이 감사하고 있다.

- 연극은 전태일의 분신과 죽음을 보여주진 않지만 이소선이 기억하기 버거울 상황을 다루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 건강악화로 불발되긴 했지만 이소선에게 이 연극을 보여준다는 애초의 계획이 다소 무모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그렇다. 다른 많은 분들도 그런 지적을 했다. 어머니 건강이 좋든 안 좋든 그 연극이 어머니한테는 잔인할 거란 얘기였다. 그런데 나는 그때, 어머니가 보시기에 힘들어 하긴 했을진 몰라도 그렇다고 어머니가 그것을 이기지 못한다거나 연극을 올리신 분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신 분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는 촬영 전체를 관장하는 내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그 프로젝트를 밀어부치려 했다. 물론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 계획은 자연스럽게 무산되었다. 어머니가 쓰러지시고., 한동안, 그리고 지금도 어머니를 귀찮게 해드렸던게 가슴에 많이 남아 있다. 몹쓸 짓을 했다는 생각이 있다. 작가로서라기 보다는 인간적인 감상이다.

- 리뷰를 쓴 이들도 지적했지만 이소선이 ‘큰아들’을 위해 공적 인생에 뛰어든 이후 남은 가족들과의 관계는 반드시 아름다운 부분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어두운 부분도 과감없이 다루고 싶다는 욕망은 없었나?

없었다. 말씀하신 부분은 이소선의 인생에서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실제로도 있었다. 긴 시간 친하게 지내다 보니 볼 꼴 못 볼 꼴을 다 봤다. 하지만 내가 이소선을 통해서 하려는 이야기는 그쪽을 향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부분이라도 정확하게 정말 아름답게 표현하자는 것이 애초의 목표였다. 사실 영화 나온 이후 많은 평론들이 있었지만 그런 질문들이 제일 기분 나쁜 부분이 있다. 굳이 그런 걸 드러내는 걸 다큐멘터리의 본령인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왜 갈등을 부추기지 않았냐, 그런 사실들이 있었을 텐데 왜 언급을 안 하냐고 하셨다. 그러나 그것은 내 의도가 아니었고 작품 속에서 흔들리지 않게 의도대로 표현했다 생각한다. 그리고 인생 말년에 접어든 할머니에게 그런 걸 질문하고 파헤치는게 도리라고 보지는 않았다.

   
▲ 이소선 여사 장례식 당시의 풍경

- 이소선의 메시지는 단순하기 때문에 힘이 있는 것 같다. ‘어머니’의 매력의 근원은 뭐라고 생각하나?

하나가 되어야 한다. 죽지 말고 싸워라. 낮아져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어머니가 세상에 남긴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이소선의 인생은 굳이 어려운 단어와 논리를 동원하지 않고 특유의 언어와 몸의 실천으로 그 메세지를 단단하게 만들어 온 것이었다. 작품 중간에 쌍차 노동자들에게 배은심 어머니가 “투쟁!” 하자 이소선도 “투쟁!”하고, 바로 이어서 “힘내라!! 힘내라!! 힘내라!!” 이렇게 외친다. 나는 이 모습이 이소선이라는 인물이 노동자들과 소통했던 방법이라고 본다. 처지를 정확히 직시하고 그것을 부모된, 어른된, 선배된 입장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그녀만의 방법이었다. 이소선의 매력은, 그냥 사람됨의 매력. 이웃에게 끊임없이 '연민'하고 약속을 실천하는 '용기'를 가졌으며 물러서지 않는 '당당'함, 그래서 세상 누구보다고 여유롭고 유머스러웠던 인간이었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 쌍용자동차 다큐 <당신과 나의 전쟁> 이후 이 작품이다. 독립영화를 찍으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독립영화, 또는 독립다큐라는 것의 포지셔닝이 굉장히 애매하다. 내부에서도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외부적으로야 ‘듣보잡’인 처지다. 독립다큐의 생산과 소통이 가지는 의미의 생산이 시급하다고 본다. '독립' 이라는 말을 계속 써야 할 이유도 잘 모르겠다. 고민이 많은 계절이다.

- 향후 작품활동 계획은?

짧고 작은 작품들은 계속 제작하고 있다. 현재는 조중동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그리고 장편으로는 평택이라는 소도시를 다루는 '촌구석'을 제작 중에 있다. 이것은 내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촬영을 할 생각이다.

- <어머니>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극장상영은 9월 3일 저녁 8시, 인디스페이스 상영 후 끝난다. 현재 IPTV를 통해 서비스 되고 있다. 전태일 열사 기일 즈음해서 DVD를 제작할 생각이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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