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 관련 인터뷰를 하다보면 싸이의 미국 성공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반복해서 받게 된다. 모두들 그게 궁금한가보다.

점쟁이도 아니고, 이런 예측이란 게 무의미하긴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싸이의 성공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지금까지의 남성 한류 스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금까지의 남성 한류 스타들은 모두 멋진 남자 이미지였다. 이건 동아시아에서 100% 통한다. 그런데 미국에선 그렇지 않다. 미국사람들은 동양 남자를 그렇게 멋지거나 섹시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반면에 싸이는 우스꽝스러운 남자 이미지인데 이건 통할 수 있다. 웃긴 동양남자 캐릭터는 미국사람들도 얼마든지 좋아할 수 있다. 싸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시장이 있다는 얘기다.

사실 싸이의 자유분방한 스타일 자체가 한국보다는 미국 스타일에 더 가까웠다. 한국이니까 싸이가 ‘통한의 10년’을 보냈지 미국이었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엔터테이너로서 싸이는 얼마든지 미국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싸이가 하는 음악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 만약 싸이가 락음악을 한다면 성공가능성이 낮았을 것이다. 동양인의 락을 서양인이 동경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싸이는 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렉트로닉 클럽 댄스 음악을 하는데 이건 동양인도 성공할 수 있는 분야다.

싸이 정도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와 끼라면 음악시장뿐만 아니라 시트콤 같은 연기 부문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을 거라 여겨진다.

문제는 영어다. 싸이가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영어를 굉장히 잘해야 한다. 랩을 하고 말로 웃기려면 본토인 이상으로 영어를 잘해야 할 것이다. 이게 문제다.

또 미국 활동에 전력투구할 의지가 있는지도 지금으로선 불분명하다. 전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니만큼 미국에서 자리잡으려면 그야말로 전력투구를 해야 할 텐데 이건 순전히 싸이 마음이다.

결론은 영어와 의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운만 받쳐준다면 싸이의 성공가능성이 상당히 커 보인다는 얘기다. 강남스타일은 말이 강남스타일이지 사실은 싸이스타일이었는데, 대놓고 저질 코믹 허세 B급인 싸이스타일이 서양사람들에게 상당히 웃기는 코드이기 때문이다. 운이 잘 따라준다면 말춤이나 싸이를 그래미 시상식장에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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