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의 문제제기와 이로 인한 시민들의 우려가 '괴담'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대꾸할 가치도 없다.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이 그저 '문장 고치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 국민들의 우려와 기대, 다른 나라의 사례에 맞춰 전체적으로 다시 틀을 짜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MBC <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후속방송이 13일 밤 방영됐다.

< PD수첩> 오동운 PD는 14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민형사상 소송 방침에 개의치 않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또다른 위험성을 알려주는 것보다 다양한 사례와 정확한 사실들을 모아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미국 쇠고기의 '위험천만함' 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갑자기 돌변한 정부의 태도"라고 강조한 오 PD는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이 그저 '문장 고치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 국민들의 우려와 기대, 다른 나라의 사례에 맞춰 전체적으로 다시 틀을 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보수언론의 광우병 관련 보도에 대해 오 PD는 "우리의 문제제기와 이로 인한 시민들의 우려에 대해 '괴담'이라고 치부하는 얘기를 들으면 너무 어이 없어 웃음이 나온다"며 "거의 날마다 촛불문화제를 통해 남녀노소를 불문한 많은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은 지금껏 제기된 많은 의혹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오동운 PD와의 일문일답.

- 2편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워낙 높아서 프로그램 제작에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고맙기도 했으나 약간 부담된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2편은 1편 만큼 논란을 일으킬 문제제기는 없었다. 또다른 위험성을 알려주는 것보다 다양한 사례와 정확한 사실들을 모아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쇠고기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갑자기 돌변한 정부"

▲ MBC 오동운 PD

- 미국 쇠고기 협상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실 미국 쇠고기의 '위험천만함'은 그동안 많이 알려졌던 부분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의 태도다. 지난해만 해도 '30개월 미만 고수' '모든 연령에서 7개 특정위험물질(SRM) 제거' 등을 협상 기준으로 내걸었던 정부가 입장을 바꿀 만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갑자기 입장을 180도 전환했다. 게다가 이 과정 역시 불투명하게 진행됐다."

- 2편에서 미국내 마트의 쇠고기 매장을 찾아가 어린 연령대의 쇠고기가 판매되고 있음을 직접 보여줬다.

"시간상 어려움 때문에 직접 제작진이 가진 못했고 현지 코디와 프로덕션이 취재했다. 미국 마트 내에서는 '초이스'라는 상표가 붙은 쇠고기가 판매되고 있는데, 14개월에서 20개월 사이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 쇠고기의 경우 이력 추적이 잘 안돼서 일단 잡고 난 뒤에는 몇 개월인지 파악이 잘 안 된다. 이는 미국도 그렇고 우리 역시 미국산 쇠고기의 월령을 제대로 확인할 방법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미국 현지 업자들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었고, 이를 통해 미국 마트 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소들이 18개월짜리고 30개월 이상의 나이든 소는 별로 판매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인터넷 괴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온다"

- 보수언론이 'PD수첩'의 문제제기와 이로 인한 시민들의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했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괴담'이라고 치부하는 그들의 주장에 대꾸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가 국민을 선동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고 하는데 이는 언론을 모욕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거의 날마다 촛불문화제를 통해 남녀노소를 불문한 많은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은 지금껏 제기된 많은 의혹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기한 의혹들이 '괴담' 수준이면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들고 일어나겠나."

"농림부, 'PD수첩' 공식 인터뷰 요청 거절"

- 청와대가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소송 방침에 개의치 않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만약 소송을 제기한다면 내부 제작진들은 떳떳하고 성실하게 조사받을 생각이다. 아직 연락온 것은 없다.

다만 정부의 이런 방침 때문에 취재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명확한 입장을 듣고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거절하더라. 그쪽에서 대답하길 'PD수첩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방송을 만들기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언론의 감시를 받아야 할 정부기관이 언론의 정당한 요청에 일방적으로 거부하다니 안타까웠다."

"한미 쇠고기협상, 과학적 안전성 담보하는 쪽으로 틀 다시 짜야"

- 장기적으로 후속 보도를 내보낼 계획이 있나.

"현재로서는 없다. 다만 미국 내에서 최근 사망한 아레사 빈슨씨를 주목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인간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사례다. 향후 인간 광우병으로 판명나든 나지 않든, 계속 관심있게 지켜보고 결과가 나오면 이를 다루려고 한다."

- 쇠고기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이 그저 '문장 고치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 국민들의 우려와 기대, 다른 나라의 사례에 맞춰 전체적으로 다시 틀을 짜야 한다. 정부는 '여론의 힘'을 입어서라도 과학적 안전성을 담보로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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