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한겨레 20년의 역사-희망으로 가는 길> 표지.
오는 15일 창간 20돌을 맞는 한겨레 20년사를 정리한 책 <희망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겨레 사사편찬위원회 상근편찬위원으로 일해온 안수찬 한겨레 기자는 "치적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지난 20년간의 성취와 오류, 한계를 같이 녹여 쓰려고 했다"면서 "한겨레 내부의 오류와 좌절을 같이 설명하지 않으면 한겨레 20년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안 기자는 "입사 때부터 '한겨레 20년사는 내가 쓰리라' 생각했는데 그 꿈을 이루게 돼서 개인적으로 영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88년 5월 15일 창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20년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본기가 기본 축이다. 책 중간중간 구성된 19개의 '돋보기'에서는 한겨레의 스타기자, 윤전기, 사옥 등 야사를 읽을 수 있다.

각 부 마지막에 편집돼 있는 '한겨레 논쟁'에서는 △지면성격과 경영방향 △정파와 파벌의 경계 △언론과 정치권력의 거리 △지배구조와 선출제도 등 한겨레 20년 내내 쟁점이 돼왔던 4가지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안 기자는 "원래는 통사, 야사, 인물사, 논쟁사를 각각 한권씩 쓰고 싶었지만 인력과 시간이 모자라 욕심대로 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한편 한겨레는 창간 20돌을 맞아 13일 오후 2~6시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겨레와 한국사회 20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다음은 안수찬 기자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한겨레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책인데 어디에 중점을 뒀나.

"창간 10년째 나온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은 외부 독자들을 상대로 한겨레를 대중적으로 알린다는 차원에서 쉽고 드라마틱하게 쓰여졌다. 당시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지만 신문사의 공식적인 기록을 담은 정사를 정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사실 관계를 담담하게 기록하려고 했고 치적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가급적이면 지난 20년간의 성취와 오류, 한계를 같이 녹여 쓰려고 했다. 한겨레는 민주화 운동의 결실이면서 한국 사회 유일한 정론지이고 동시에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체이기도 하다. 세 가지 목표를 아울러 성취하려는 한겨레 내부의 오류와 좌절을 같이 설명하지 않으면 한겨레 20년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류와 좌절을 빼면 한겨레 20년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

-'한겨레 논쟁'을 따로 구성하는 등 구성이 꼼꼼해 보이는데.

▲ 한겨레 안수찬 기자.
"논쟁사 부분은 더 많은 주제를 다루려고 했는데 시간과 지면의 부족 때문에 더 쓰지 못했다. 나름대로 당대 뜻있는 언론인들이 모인 조직에서 한겨레의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논쟁한 기록을 같이 담아내고 싶었다.

단순히 하나의 신문사가 내부적으로 발전하고 수익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언론사의 경우 오너의 역사가 곧 그 신문의 역사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겨레는 대표이사, 편집국장뿐만 아니라 구성원 하나하나가 집합적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발전해왔다. 디테일이 강한 것처럼 보였다면 그 사람들 하나하나, 공식적 직함이 없었던 사람들의 고민까지 녹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한계가 많다. 대표이사, 편집위원장 외에도 창간 주역들에 대해 간략한 생애사를 짚어볼 생각이었는데 시간과 인력의 부족으로 본문에 녹이는 데 그쳤다. 역대 대표이사의 생애는 부록에 간단히 정리했다. 직간접적으로 한겨레에 관여했던 인물을 다 모으면 지난 20년간 한국현대사가 될 것이다. 이번에는 그 기초를 닦은 것이다."

"90여명 인터뷰…절대 시간의 부족이 제일 어려웠다"

-집필하는 동안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 같다.

"70~80년대와 90년대까지도 당대, 적어도 언론계에서는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던 곳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실력 있고 뜻있고 양심 있는 분들이 모였는데 그 분들이 청춘 바쳐서 일했던 곳인 만큼 이 분들이 하시고 싶은 말씀이 너무 많으신 것 같았다. 90여명을 인터뷰 했는데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상실감을 느꼈던 순간들을 너무 많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셔서 인터뷰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지면이 부족해 다 담지도 못했다. 절대 시간이 부족했던 점이 가장 어려웠다."

-내부의 허물과 논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지만 스스로 한겨레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개별 인물이나 한겨레가 걸어온 길에 대해 대중적으로 저평가된 부분이 있다.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인데 불행하게도 한겨레의 위상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부분을 짚어 평가하고 싶었다.

오류나 한계에 대해서도 가급적 많이 담으려고 했다. 한겨레는 내부의 잘못을 외부로 드러내는 데 민감한 편인데,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난을 받으면 금세 흔들리고 휘청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조직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존심도 워낙 강하다.

하지만 사사니까 기본적으로 오류나 한계에 대해서도 가급적 많이 담으려고 했고 결과적으로도 어지간히 담긴 편이다. 내부 검토가 있긴 했지만 이번에 어느 수준까지는 드러내자고 했다. 왜냐면 그 모든 게 한겨레의 발전사이기 때문이다."

"민주언론 진보언론 자유언론 지향, 변하지 않는 한겨레의 힘"

▲ 한겨레 주주 독자 가족이 한겨레 창간호를 놓고 이야기하는 모습. <희망으로 가는 길> 1부.

-글을 쓰면서 가슴 벅찬 순간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가슴 아픈 때도 많았을 것 같다.

"담백하게 쓰려고 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이 읽으면 별 의미 없이 지나갈 부분들인데…. 한겨레 창간 직후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있는데 당시 상황을 취재하면서 감정이 격해지기도 했다. 2004년 희망퇴직 받을 때를 쓰면서는 혼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게 어떤 일인지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한겨레 구성원들은 자기를 희생하고도 안에서든, 밖에서든 정당하게 대접받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많이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한겨레20년사에서 어떤 부분을 읽어주기를 바라나.

"그동안 진보언론, 대안언론이 많이 생겨났지만 70~80년대를 거쳐 그 힘을 일관되게 확대 발전시켜온 것은 한겨레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겨레의 성취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고 정치적 지향과 좌표에 대해 일부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세대와 조건이 바뀌는데도 근본적인 힘이 변하지 않는 곳은 한겨레뿐이라고 본다.

특히 편집과 경영의 문제를 조화시켜 나간다는 것, 민주언론 진보언론 자유언론을 지향하면서 시장에서 확대 발전해나간다는 것은 세계사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자긍심과 함께 소명의식을 느낀다. 물론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한겨레 기자로서 사사를 쓰기 전후 한겨레에 대한 자세나 태도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책을 쓰면서 한겨레는 대안과 대답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반대 의견을 융합할 사람이 없는 게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장하는 사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그 수많은 주장을 적절히 융합시키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더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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