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M유전자 논문’ 저자 김용선 교수 관련 중앙일보 보도에 대한 논평 -

중앙일보가 ‘광우병을 일으킬 위험이 큰 MM유전자가 한국인에게 많다’는 논문을 쓴 김용선 교수의 인터뷰를 교묘하게 이용해 여론 호도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8일 1면과 3면 두면에 걸쳐 <“김용선 교수도 미국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 <“진짜 위험은 유럽소…미국소 문제 삼는 건 다른 의도 있다”>, <“미국 음식검사 우리보다 훨씬 엄격한데 그걸 우리가 먹으면 죽는다니 말이 되나 일부 정치세력 정권 흔들려는 의도 있어 여기에 언론의 자의적 해석은 더 큰 위험”>, <김용선 교수 “정말 화 난다”>라는 제목으로 김용선 교수 관련 인터뷰를 실었다. 이 기사들은 대부분 김용선 교수 본인의 발언이 아니라 윤대원 한림대 이사장이 ‘김 교수가 그랬다더라’고 한 발언을 싣고 있다.

기사는 김용선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일부 언론에 의해 과장 보도됐고 정치적으로 악용됐다’고 주변 인사들에게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윤 사장은 이 기사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논문의 사실이 아니라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 문제는 유럽산 쇠고기”라며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드러난 미국 소는 세 마리에 불과한 데다 이들 모두 미국 밖에서 감염됐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윤 사장이 언급한 것은 ‘소’가 아닌 ‘사람’이다. 이 중 두 사람이 해외에서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앙일보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없이 기사를 실었음을 알 수 있다.

6일 경향신문이 단독입수한 서울대의 정책용역보고서 ‘쇠고기 특정위험부위 관리 및 도축검사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미국은 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고위험 우군(牛群)’에 포함되는 소를 연간 44만6000마리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원인 불명 또는 광우병 관련 의심 증상으로 농장에서 죽은 소가 25만1500마리, 미국 농림부 식품안전검사국(FSIS)의 도축금지 범주에 속하는 소가 19만4200마리, 뇌(CNS) 이상을 보이는 소가 129마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일보가 얼마나 무책임한 주장을 그대로 실었는지 알 수 있다.

한편 이 기사 어디에도 김용선 교수가 ‘광우병을 일으킬 위험이 큰 MM유전자가 한국인에게 많다’는 논문의 내용을 뒤집었다는 내용은 없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논문 자체 보다 ‘논문을 인용한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광우병 위험을 우려하는 여론을 호도하고 나선 것이다.

중앙일보가 제목으로까지 뽑은 “진짜 위험은 유럽소”라는 주장도 지금 제기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물타기’ 하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것인데 뜬금없이 ‘유럽소’는 왜 끌어들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중앙일보는 “김 교수는 미국에서 광우병을 연구하던 시절이나 지금도 미국산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 “그 정도면 김 교수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견해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윤 이사장의 말도 실었다. 최근 조·중·동이 ‘즐겨’ 사용하는 “미국현지에서도 미국쇠고기를 먹는다”는 논리를 끌어와 이를 제목으로까지 뽑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과, 30개월 이상 쇠고기까지 수입한다는 사실, 뼈와 내장까지 먹는 식습관에 따르는 위험성 등은 외면한 채 “미국에서도 먹는다” 식의 주장만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앙일보는 그동안 ‘방송 탓’, ‘인터넷 괴담’, ‘문자 괴담’ 등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들더니 이제는 ‘물타기’ 수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김용선 교수도 미국 쇠고기를 즐겨먹는다”는 유치한 제목으로 국민을 바보 취급하고, ‘소’와 ‘사람’도 구분 못한 주장을 사실 확인 없이 옮긴 기사에서 우리는 안쓰러움마저 느낀다. 더 이상 앞뒤 맞지 않는 논리로 여론을 호도하려 들지 말라.

2008년 5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