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장사꾼이 시장에서 물건을 공짜로 주고 그것도 모자라 웃돈까지 얹어 준다면 다른 장사꾼들은 다 망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왜 이런 짓을 할까? 시장을 싹쓸이해서 다른 장사꾼들이 망하면 질을 떨어뜨리고 값도 멋대로 올려 더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는 사는 사람들도 손해를 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신문시장에서는 오랫동안 돈 놓고 돈 버는 노름판 같은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

모든 사업영역이 신문시장 같다면 거대 자본만이 살아남는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이다. 강자만이 생존하는 정글 같은 세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거대 자본이 독점체제를 구축하면 중소기업의 존립기반도 소비자의 권익도 없어진다. 그 까닭에 거래질서 확립을 통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경제질서에 관한 규제는 완화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의 '신문시장 정상화 방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토론회가 서울 서대문 한백교회에서 28일 열렸다. ⓒ곽상아
신문시장은 붕괴되어 자본력이 취약한 신문사들은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신문재벌들이 공짜신문에다 경품까지 뿌리는 약탈적인 방법으로 남의 신문 독자들을 뺏어갔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경품은 점점 고가화, 무가지 구독기간은 점점 장기화해 왔다. 선풍기, 자전거, 비데 등에 이은 상품권도 옛 일이 되었다. 요즘은 현금 박치기라고 해서 현찰 5~7만원에 길게는 1년 동안 신문을 무료로 준다.

아무리 신문재벌이지만 이렇게 돈을 많이 뿌리면 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신문부수가 늘어날수록 광고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문시장을 싹쓸이하면 광고시장도 싹쓸이할 수 있다. 신문에 끼어서 들어오는 '찌라시'라는 광고 전단지도 몽땅 챙길 수 있다. 신문구독료보다 광고수입이 더 크니까 신문을 공짜로 뿌리는 것이다. 가난한 신문도 그것을 알지만 돈이 없으니 앉아서 독자를 뺏긴다.

지역주민들도 신문재벌인 조중동을 많이 보니 제 고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른다. 조중동이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으니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정부도 몰라 정책에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역신문을 진흥하기 위해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이 생겼다. 지역사회에 건전한 여론형성의 구심점을 만들고 지역간의 발전불균형도 시정해보자는 것이다. 또 신문시장 독과점에 의한 폐해를 없애자는 뜻에서 신문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그것을 빨리 없애겠다고 안달이다.

신문을 보라고 돌리는 경품을 연간구독료의 20%로 제한하는 신문고시가 있다. 그런데 신문재벌을 무서워하는 나머지 단속을 포기하여 사실상 사문화됐다. 이런 판에 거래질서 확립에 책임을 져야할 공정거래위원장이 아예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신문재벌의 불공정거래를 합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소리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나서 언론에 대한 어떤 규제도 어떤 지원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문고시도 지역신문법도 신문법도 없애 신문재벌을 힘껏 밀겠다는 소리다.

▲ 한겨레신문 4월 30일자 27면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존중하는데 있다. 민주주의란 여론다양성에 근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중동이라는 족벌신문-신문재벌에게 여론시장의 지배력을 더 키워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것은 여론의 획일성을 강요해 집권기반을 강고하게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조중동이 한나라당과 같은 소리를 내며 집권에 기여한 대가일 것이다.

조중동은 광우병 논란에서도 본색을 잘 드러난다. 문제의 본질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가 아니라 광우병이란 질병이다. 그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 국민들이 비판의 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조중동은 광우병 반대를 반미로 몰아가고 있다. 여론의 다양성이 파괴되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여기서도 알 수 있다. 신문 종사자들이 깨어나 일자리와 함께 언론의 가치를 지키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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