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승수 국무총리 담화문 발표 현장에서 코리아타임스 김모 기자가 제기한 문제는 대략 몇 가지로 정리된다.

△지난 4월17일(미 현지시각)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라운드 테이블’에서 쇠고기 타결 소식을 전하자 박수를 유도한 사람은 한국인 참석자였다는 점 △이대통령이 한미 쇠고기 협상 소식을 전한 뒤 참석자들이 박수를 친 사실에 대해 청와대가 ‘엠바고’를 요청했다는 것 △취재를 마친 뒤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통령 발언을 빼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두고 당시 기자들이 반발했다는 것이다.

보도유예를 어긴 것에 대한 징계? … 그럼 오마이뉴스와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사안이 사안인지라 즉각 해명자료를 내놓는 등 진화에 나섰다. 좀 길게 인용한다. 청와대 해명은 다음과 같다.

▲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 5월9일자 오전 화면.
△이동관 대변인은 기사를 빼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라 정부 발표시까지 보도자제를 당부하였을 뿐이다 △이유는 당시 국내 협상이 상당이 진전된 것은 사실이나 완전 종결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타결시 그 내용도 7시간 뒤 정부에서 공식발표하게 돼있기 때문이었다 △국내에서 공식 발표가 되기 전에 미국에서 먼저 발표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박수를 친 것이 아니라 한미 FTA 비준을 지지하는 참석자들이 친 것이다. 더욱이 박수를 유도한 이는 미국측 대표로 참석한 한국인이었다.

뭐 이런 내용이다. 약간 복잡할 수도 있는데 이번 파문에서 추려야 할 핵심은 두 가지다. 청와대가 국민 알권리를 제약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첫 번째고, 나머지는 청와대의 보도유예 요청이 정당한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8일 오후 자체 논의를 통해 ‘보도약속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코리아타임스 김모 기자에게 ‘출입정지 한 달’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럴 경우 생각해 볼 사안이 하나 더 생기게 된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징계는 정당한 것인가. 사실 엄밀하게 따지면 지금까지 언급한 세 가지 모두 본질적으로는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코리아타임스 기자 징계는 부적절하다

먼저. 청와대 출입기자단 징계조치의 적절성.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보도약속 규정을 위반했다’는 규정을 들어 코리아타임스 김모 기자를 징계했는데 이건 좀 말이 안된다.

김모 기자가 제기한 내용은 이미 지난 4월18일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에 의해서 보도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보도에 대해 기자단은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었고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갑자기 지난 8일 코리아타임스 김모 기자의 문제제기를 걸고 넘어졌다. 참고로 지난 4월18일자 오마이뉴스 기사를 일부 인용한다.

▲ 오마이뉴스 4월18일자 기사.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 주요 기업인들과의 만찬에 참석해 ‘FTA에 걸림돌이 되었던 쇠고기 수입 문제가 합의됐다고 들었다’며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다. 12시간 뒤 한국에서 농수산식품부 장관이 발표할 내용을 대통령이 앞서 공개한 것이다.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다는 점 때문에 대통령이 아니라 협상 주체인 농수산식품부에서 발표하도록 했던 청와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이른바 기자들에게만 적용되던 '엠바고(보도유예)' 조치를 대통령이 깬 셈이다.”

청와대의 보도유예 요청이 정당한가 여부 역시 사실 논쟁거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청와대의 보도유예 요청을 가장 먼저 깬 당사자는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 대통령 발언을 빼달라고 요구했는데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미디어스>의 취재에 이렇게 답했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발언한 내용이 어떻게 엠바고(보도유예)가 될 수 있는가. 이를 놓고 당시 기자들과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이미 엠바고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는데 청와대가 대통령 발언까지 엠바고를 요청한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았다.”

엠바고 깬 당사자는 이명박 대통령

종합해보면 이번 사안은 엠바고로서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됐다고 보는게 옳다. 청와대가 엠바고를 요청했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지난 4월18일 대부분의 매체에서 관련 내용이 보도가 거의 다 됐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8일 한승수 국무총리 담화문 발표 현장에서 코리아타임스 김모 기자에 의해 다시 한번 문제가 제기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생뚱맞게’ 보도약속 규정을 위반했다는 규정을 들어 코리아타임스 김모 기자를 징계했다. YTN 돌발영상 파문 때도 그렇고, 청와대 출입기자단 하는 역할이 주로 기자들 징계 내리는 것인가. 그럴 바에야 차라리 기자단 해체하는 게 나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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