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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방' 언론들이여, 진짜 기삿거리는 여기 있다"[인터뷰] 16개 장기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 최일배 단장
곽상아 기자 | 승인 2012.07.17 13:32

"단순히 우리가 정리해고를 당했으니까, 억울하니까, 저희를 봐달라는 게 아닙니다. 공동투쟁단에 소속된 장기투쟁 사업장만 16곳에 이릅니다. 단순히 몇 개 기업만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사회 전체가 구조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당연히 언론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이 문제를 다뤄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코오롱 구미공장에서 일하다가 2005년 2월 정리해고 명단에 오른 최일배 공투단장(코오롱 정리해고 분쇄투쟁 위원장)은 8년째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5월 11일부터는 경기도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곽상아
쌍용차, 콜트콜텍, K2코리아, 코오롱, 재능교육, 골든브릿지, 유성기업 등 장기 투쟁중인 사업장의 노동조합 16개가 뭉쳤다. 언제부턴가 한국사회의 최대 문제로 떠오른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으로 장기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업장 19곳의 노조들은 "산별노조(민주노총)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기 보다는 절박한 당사자인 우리가 먼저 끈끈한 연대를 이루겠다"며 '정리해고 금지' '비정규직 철폐' '노조탄압 금지'를 내걸고 7, 8월 공동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정식명칭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이다. 이름이 길다고? 저마다의 사연은 더 길다.

재능교육 해고자들의 투쟁은 17일을 기준으로 1671일째에 달했으며, 콜트콜텍 해고자들의 투쟁 역시 1900일을 넘어섰다. 공동투쟁단 내에서 최장기투쟁사업장으로 꼽히는 코오롱노조는 투쟁에 돌입한 지 올해로 벌써 8년째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로 촉발된 쌍차 사태의 경우, 벌써 22명이 안타까움 목숨을 잃었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정리해고자들의 문제를 돕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희망식당'을 열어 노동자들에게 기금을 전달하고, 심리치유센터까지 열었으나 정작 정부나 회사측은 요지부동이다. 견고한 성과도 같은 현 상황이 만들어진 데는 '언론'의 무관심도 한 몫 했다.

공투단을 제안한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 분쇄투쟁 위원장(공투단장)은 12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2005년~2006년, 저희가 복직을 요구하면서 송전 철탑 농성, 코오롱 본사 로비 점거, 청와대 근처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등을 진행했을 때는 방송사에 몇 번 보도 됐었는데 이후 일상 투쟁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언론들의 관심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며 "노동자들이 송신탑에 올라가 농성하고, 점거를 해야만 불나방처럼 몰려와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있는 것 아닌가?"고 쓴소리를 했다.

"몇 년씩 장기투쟁 중인 사업장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공동투쟁단을 꾸렸어도 방송사는 취재하러 오지도 않는다. 저희들끼리는 '보도해야 할 심각한 사안 아니냐'고들 이야기 하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그래도 MBC, KBS의 파업을 보면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대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다"는 것.

최일배 단장은 언론인들을 향해 "즉흥적인 이벤트성 보도보다는 중장기적 계획을 잡고 심층적으로 다뤄주셨으면 한다"며 "공투단 같은 경우, 기획시리즈로 연속보도하는 것도 현 시점에서 굉장히 의미있지 않겠느냐"라고 호소했다. 이어,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적해야지, 단발성 보도는 나오나 안나오나 현장에 큰 의미가 없다"며 "사업주들도 며칠 지나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니까 단발성 보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17일 현재 공투단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은 총 16곳. 최일배 단장은 "1월 '희망발걸음', 3월 '희망광장'에 참여했던 사업장들은 당시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빠지지 않고 공투단에 결합하고 있으나 아직도 주저하는 사업장들도 많다"며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아직까지 산별노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산별에서 승인해주지 않을 경우 제반 경비가 지원 안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감, 산별노조가 허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먼저 나서서 움직이지 않는 관성 등에 갇혀있는 사업장들이 아직도 많다"며 "우리는 그쪽에 끊임없이 같이 하자고 하는데,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안 된다"는 것.

   
▲ 공동투쟁단이 공동행동의 날인 지난 11일 JW생명과학 노조 농성장에서 연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지난해 10월 노조가 설립된 이후 부분파업에 돌입하자 회사측은 올 2월 직장폐쇄를 단행한 바 있다. ⓒ공투단 제공

최일배 단장은 "누가 주체가 되더라도 결국에는 민주노총의 조합원이자 노동자인데 '누가 투쟁을 주도하는지' '누가 주체인지'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결국엔 계파, 파벌, 힘겨루기인데 우리는 왜 그 무의미한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뭉치는데, 우리는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는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범한 공동투쟁단은 매주 수요일을 '공동행동의 날'로 정해 연대집회를 열고 있으며, 오는 18일에는 오전 11시 새누리당사 앞에서 노동법 관련 항의 기자회견을 연 뒤 박근혜 의원의 대선경선 캠프 사무실을 찾아가 '노동악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개질의할 예정이다. 공동투쟁단의 활동은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예정된 8월 말까지로 정해져 있으며, 8월 말경 공동투쟁단에 대한 전체적 평가를 내린 뒤 향후 일정을 잡아갈 계획이다.  

"흔히, 저희들이 외치는 구호 가운데 '우리가 희망이다'라는 게 있습니다. 저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희망'이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세상을 바꾸는 구심점이 될 수 있어요. 언론이 이 구심점에 대해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제발, 더 이상은 무관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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