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을 '괴물식품'(Franken-food)이라고 부른다. 영국의 소설가 메리 셀리의 소설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에 나오는 물리학자 빅터 프란켄스타인은 죽은 사람의 뼈로 인간을 만든다. 이 프란켄스타인의 괴물은 초인간의 힘을 발휘하며 창조자를 저주한다. 괴물식품을 뜻하는 Franken-food는 바로 이 프란켄스타인(Frankenstein)과 음식(food)의 합성어다.

미국은 세계에서 경작지가 가장 넓은 나라이다. 비행기로 파종하고 농약과 비료도 비행기로 살포한다. 사람 손으로 잡초를 뽑아내기 어려우니 제초제를 뿌린다. 독성이 강하니 잡초도 해충도 익충도 죽는다. 유전자를 조작해서 제초제에도 죽지 않을 만큼 내성을 강하게 만든 농산물이 GMO이다. 옥수수는 주로 가축사료로 쓰이며 유가폭등 이후 바이오연료의 원료로도 각광받고 있다.

▲ 조선일보 5월 5일자 18면
EU(유럽연합)에서는 GMO의 안전성에 관한 논란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미국과 자주 무역마찰을 빚는다. 세계식량시장을 지배하는 미국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한다. 유전적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조작했지만 인체에 유해하다는 입증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EU는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안전성이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바로 이 괴물식품인 GMO 옥수수가 광우병 쇠고기와 함께 우리의 입을 노리고 있다.

이 달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되는데 올해 도입물량만도 무려 120만톤이나 된다. 연간 쌀 생산량이 500만톤에 못 미치니 그 물량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짐작된다. 그런데 이 엄청난 물량을 식용으로 수입한다. 옥수수 값이 폭등한 데다 중국, 브라질의 수출중단으로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옥수수를 사기도 어렵다고 한다.

▲ 세계일보 5월 8일자 8면
GMO 옥수수는 날로는 거의 거래되지 않는다. 주로 전분과 전분당을 만드는데 쓰인다. 전분으로는 빵, 과자를 만든다. 전분당은 물엿, 과당, 포도당 등 당류로서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껌 등 단맛이 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간다. 어떤 식품에 얼마나 들어갔는지도 알기 어려우니 가려 먹기는 더욱 더 어렵다. 먹지 않을 권리도 없는 셈이다.

한국은 GMO 포함비율이 3% 이하이면 표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EU는 0.9%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GMO를 문리적(文理的)으로 번역하면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옳다. 그런데 농림수산식품부는 '유전자변형농산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전자재조합식품'으로 쓰고 있다. 완곡어법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호도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정부가 이 모양이니 국민은 더욱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농업을 사실상 포기한 대가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옥수수 자급률이 0.8%에 불과하니 초국적 식량메이저한테 코가 꿰여 끌려 다니는 꼴이다. 식량위기가 이미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먹고 살려면 더 늦기 전에 농지를 보존하고 농업을 진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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