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림부 주재 전문가 회의 자료와 결과 문서, 농림부의 업무보고 자료 등 5건의 자료를 공개했다. ·

이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이미 한국인 유전자가 광우병(BSE)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의 조건으로 모든 내장과 등뼈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7개 부위의 수입금지를 검토했었다. 이는 30개월 미만이면 뼈 있는 쇠고기까지 즉시 개방하기로 한 이번 협상 결과와 전면 배치된다.

한겨레 "정부 말 바꿔"…광우병위험, 유전적 특성 등 항목별 분석

그동안 "참여정부 때 협상한 것을 막판에 설거지한 것 뿐이다"이라고 말해왔던 이명박 정부 주장을 전면 뒤엎는 이날 기자회견을 오늘자(6일) 신문들 중 가장 주요하게 다룬 곳은 한겨레와 경향이었다. 특히 한겨레는 지면과 사설을 통해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6일자 1면 머리기사 <작년 9월엔 정부도 "한국인 유전자 광우병 취약">에서 강 의원이 공개한 문건을 보도하며 "정부가 협상 타결 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이들 문건에서는 '미국은 광우병 발생시 추적 조사도 미흡하고 정상 소에 대해서는 검사를 하지 않아 식품안전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꼬집었다.

▲ 한겨레 5월 6일자 1면
한겨레는 이어 "정부는 작년 9월 국제수역사무국(OIE)도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완전히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30개월 미만이라는 연령 제한을 고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했고, 또 한국인은 유전자 특성과 뼈를 고아 먹는 식문화 습관상 광우병에 취약하다고 판단해 연령과 관계없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7가지 전부는 물론 사골·골반뼈 등 살코기를 제거한 뼈와 내장, 햄·소시지 등 가공품도 수입금지 품목에 포함시켰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 이어 3면 <"30개월 넘은 소 안된다"→"된다"로 태도 돌변>에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 한국인의 식습관, 치아감별 유효성, 동물성사료취급 위험성 등의 항목을 통해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꿨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사설 <거짓으로 점철된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강 의원의 자료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정부가 내놓는 안전 주장이 얼마나 가증스런 거짓이었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명박 정부는 검역기준을 완화해야 할 어떤 새로운 근거도 없이 참여정부가 정한 기준에서 훨씬 벗어나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포기하는 수준의 합의를 미국 쪽에 선사했다. 정부는 검역문제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채 굴욕적 합의를 한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향 "'광우병 우려 쇠고기'가 '매우 안전'으로 돌변"

▲ 경향신문 5월 6일자 26면
경향신문은 3면을 통틀어 <반년새…"광우병 우려"가 "매우 안전한 소"로>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반년 사이 이뤄진 한국 정부 방침의 표변을 보면 애초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정권 교체가 되면서 '매우 안전한 소고기'로 둔갑한 꼴"이라며 국제수역사무국 기준, 광우병 위험, 미국의 검역 실태, 월령 해제 등의 항목을 통해 '정부의 입장 돌변'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재국 경향신문 정치부 차장은 26면 <정동탑- 보수언론의 광우병 이중잣대>에서 "조·중·동은 광우병 우려를 '광우병 괴담'으로 규정하면서 일부 방송 보도를 'TV 폭력'으로까지 몰아붙이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MBC 'PD수첩' 등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쇠고기를 빌미삼은 반미 선동과 반정부·반이명박 선동'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에 관한 한 정부 여당과 이들 신문은 '일란성 쌍둥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2일 광화문 앞 촛불시위를 축소보도하고 '색깔론'을 제기해 빈축을 샀던 보수언론은 이날 기자회견 역시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강기갑 의원의 문건 공개 사실을 5면 하단 <"정부, 작년 쇠고기 7개 부위 수입금지 검토">에서 다뤘으며, 동아일보는 6면 <정치권 '미 쇠고기 수입 재개' 대응수위 고심>에서 민주노동당의 입장에 한줄 걸치는 수준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아예 다루지 않았다.

보수언론은 "미국산 쇠고기 검역시 특정위험물질(SRM)이 발견되면 해당 물량을 불합격 처리하고 반송 조치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주요하게 보도할 뿐이었다.

강기갑 기자회견…중앙은 안 다루고, 조선·동아는 각각 5,6면 '축소 보도'

이중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 과장됐다">에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 했던 포스텟 생물학전문연구정보센터(브릭·BRIC) 홈페이지 토론방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며 "광우병 공포가 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해 과장됐다" "무지와 공포가 만연한 곳에는 선동이 끼어들 자리가 많다"는 회원들의 의견을 집중 부각했다.

동아일보는 인터넷 괴담, 연예인의 광우병 발언, 촛불집회에 대한 청와대의 우려, 정부 방침 등에 지면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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