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지난 2일자에선 ‘정정보도’를 1면 기사로 ‘둔갑’시키더니 이제는 아예 철면피 작전으로 나가려는가 보다. 오늘자(4일) 2면 제목이 <“불교 음해하는 수사·보도 막자” 불심 모은다>이다. 기사의 서두 부문을 잠깐 살펴보자.

“전국의 2300여 조계종 사찰과 1만3000여 스님들을 대표하는 교구본사 주지회의가 5일 오후 3시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청사에서 열린다. 이날 회의는 ‘신정아·변양균 게이트’의 수사와 보도가 동국대와 일부 스님들의 수준을 넘어 불교계 전체의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 것에 대해 범불교계 차원의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조선일보 10월4일자 2면.
조선일보의 후안무치 … 주지회의가 무엇 때문에 열리는 것인가

이 정도면 후안무치도 거의 정점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범불교계 차원에서 이 같은 주지회의를 여는 배경에 조선일보의 보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월정사 국고지원을 신정아씨 동국대 교수 임용과 연관 지어 의혹을 제기한 신문은 다름 아닌 조선일보다. 조선은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 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9월21일자 1면 <동국대 이사장이 회주였던 월정사에 신씨 교수임용 때부터 국고 47억원 지원>과 같은 날 5면 <월정사 3년간 국고지원액, 전국 사찰중 최다>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했고, 바로 이 기사가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던 것이다.

하지만 조선의 이 기사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일자 조선일보 1면을 통해 밝혀졌는데 조선은 해당기사에서 △문화재청이 2005년∼2007년 사이 월정사에 국고 47억원을 지원한 것은 신정아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과는 관련이 없고 △사찰의 문화재 보수 정비 복원 차원에서 2004년부터 적법 절차를 거쳐 예산에 편성돼 2005년부터 집행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월정사 국고 지원 문제를 신정아씨의 교수 임용과 연관지어 보고 있지 않으며, 그것과 관련하여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도 않다”는 한나라당 성명서도 인용해서 전했다.

정정보도를 내보내고 불교계 비롯한 독자에게 사과해야

▲ 조선일보 10월2일자 1면.
사실 이 정도 사안이면 정정보도를 내보냈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불교계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온당한 태도다. ‘1등 신문’이면 1등 신문다운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조선일보. 지난 2일자 1면에서 정정보도 대신 <월정사 국고지원, 신씨와 무관>이라는 기사를 내보내더니 오늘자(4일)에선 <“불교 음해하는 수사·보도 막자” 불심 모은다>라는 기사를 2면에 배치했다.

조선은 4일자에서 “검찰과 언론이 사실 확인이 안 된 사안을 너무나 쉽게 세간의 소문거리로 회자시키고 있다고 판단한다” “일부 신문과 방송이 이번 신정아 학력 위조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 마치 불교계가 부정의 온상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 행태에 대하여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불교계 성명서도 인용해서 보도했다. 물론(!) 불교계가 겨냥하고 있는 ‘타깃’이 조선일보라는 사실은 적시하지 않았다.

배경과 이유가 어떠하든 간에 정정보도를 1면 기사로 ‘둔갑시킨’ 조선일보의 ‘철면피’에 새삼 놀라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자존심 강한 조선이 이런 '저자세 보도'를 계속해서 내보내는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오늘자(4일) 보도에서 그 '단서'가 잡혔다.

“교구본사 주지회의에서 결의문을 내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조선일보에 언급된 경남지역의 한 사찰 주지 스님의 발언이다.

“앞으로 언론 보도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의 여부일 것”이라는 부분을 좀더 주목하자. 그러면 답이 나온다. 조선의 지난 2일자와 오늘자(4일) ‘저자세’ 보도의 목적이 바로 이 발언에 숨어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