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방영된 KBS 1TV <TV, 책을 말하다>의 한 장면이다.

이날 <TV, 책을 말하다>는 우치다 타츠루가 지은 '하류지향'을 다뤘다. 요약하자면 '하류지향'은 일본사회에 일도 하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는, 스스로를 '하류'라고 인정해버리는 세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것.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그 예다.

국민소득 1인당 3만달러인 일본 사회의 아이들 사이에서는 지금 '아무 것도 하지 않기'가 유행하고 있다. 이들은 최대한 나른한 표정과 발성을 하고, 교복을 삐딱하게 입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간으로 보이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많은 젊은이들이 공부와 일로부터의 도피현상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이 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사회적 활동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가정이라는 공동체 내에서 일을 배웠던 아이들이 이제는 사회활동으로 소비활동을 가장 먼저 시작하면서 '소비의 주체'로 성장하기 때문이란다.

책에 따르면,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노동의 주체가 아닌 소비의 주체로 살아가고 심지어 교실에서마저 교사와 거래를 시도한다. "이건 제가 이걸 왜 배워야 하나요? 이건 어디에 쓸모가 있나요?"라고 배움의 소용가치에 대해 묻는다는 것.

이날 이 책을 추천한 김지룡 일본문화평론가는 일본의 '하류지향' 현상에 대해 "우리 사회와 닮은 점이 많다"며 "우리 사회는 '하류' 같은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일본을 대략 10년 정도 쫓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청소년들은 앞으로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패널로 출연한 김갑수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교육은 습득을 통해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지만 하류를 지향하는 이들은 변하지 않는다. 자기만족 페티시즘(fetishism)에 빠져있어서 자기만족 상태가 가장 좋다고 믿고 있다. 이른바 '자뻑'이다. 인류가 만들어놓은 지적체계 바깥에서 너무나 많은 젊은 세대가 이를 배척하고 있다."

김씨의 말에 일정부분 동의한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일과 공부에 대해 크게 매달리지 않는 젊은이들에 대해 '하류지향'이라고 개념화 시키는 것 역시 흥미롭다.

하지만 그 원인을 '소비 활동'에서 찾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이걸 왜 배우냐"고 묻는 것이 '소비주체로 길들여진 요즘 아이들의 영악한 물음'에 불과할까. 이 물음은 교단에 선 선생님에겐 '발칙한' 일일 수 있지만, 자신의 행위 이유를 알고 싶은 아이들의 정당한 욕구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은 KBS 홈페이지(http://www.kbs.co.kr/1tv/sisa/book/vod/index.html)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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