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진상조사 보고서 결과에 따른 후속처리 및 대책 특별위원회”가 만든 진상조사 보고서(2차 진상조사 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논란과 당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통합진보당으로부터 '중앙당 비례대표 투표 관리시스템 분석'을 의뢰받고 보고서를 만드는데 참여했던 시스템 엔지니어이자 IT 칼럼니스트인 김인성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진상조사위 측이 자신들에게 맡긴 보고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채택하지 않았고, 엔지니어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하고 있으며, 현재의 선거 시스템이 기존의 것보다 열악하기에 이번 경선 중단 사태가 일어났다"는 요지의 비판 글을 올렸다. (링크)

김인성씨는 조사를 “의뢰 받고 비밀 유지 계약에 서명했기 때문에 이 글에서 분석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으나, “저희들이 찾아낸 것은 범죄행위의 증거”였다며, “저희들은 인터넷을 잘 아는 단 한 명의 범죄자로 인해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진보 진영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2차 진상조사 보고서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수사권 등 강제권이 없어 조사의 한계가 존재하고, 책임자를 100% 가려낼 수 있는 부담감이 있기에 일부만 밝혀지는 형평성 문제가 생기며, 책임의 범위를 한정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부정행위와 부정의 주체를 밝혀내지 않는 것과 대조적인 태도다.

또 김인성씨는 통합진보당 측이 보고서 작성과 지도부 경선 과정에서 IT 엔지니어들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통합진보당 지도부 경선에 사용한 투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자 하드웨어를 납품한 '스마일서브'를 비난하였고, 진상조사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기존의 투표 시스템에서 하드웨어를 납품한 '엑스인터넷'을 비난하였으며, 이번에 김인성씨와 함께 시스템 분석을 맡은 디지털 포렌식 전문업체 KDL에 대해서도 보고서를 유출하였다 비난하였는데 이는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인성씨는 시스템 분석 과정에서 기존 선거 시스템이 매우 우수한 것임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측에 문제는 운용하는 사람에게 있으므로 중요한 작업을 할 때 두 명 이상의 당직자 감시 하에 두고 기존 시스템으로 선거를 치르는게 낫다고 주장했으나 기존 시스템에 대한 크나큰 불신을 가진 통합진보당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인성씨는 새로운 선거 시스템이 주로 초중등학교에 납품된 것으로 “동시에 대량의 사용자가 몰리는 정당의 투표 시스템으로는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이 시스템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맞춰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를 위한 기능 중 일부가 투표 제도의 원칙을 위배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으므로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러져도 부정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인성씨는 이와 같은 우려를 진상조사위에 몇 번이나 전달했고 나중엔 위원장에 전화까지 걸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연합뉴스

반면 2차 진상조사 보고서에서는 관리자로 로그인하면 미투표현황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고, 관리자에게 이러한 기능이 허용된 시스템 설계의 절차적 과정이 미심쩍으며,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면 동일한 아이디로 같은 시각에 로그인하는 것이 가능한 시스템이었다고 밝히는 등 시스템상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그러나 보고서에 나오는 비판 지점인, 관리자 권한 부여 절차가 불투명해서 중앙선관위원장도 관리자 권한이 어느 정도이며 몇 명이나 아이디를 알고 있었는지 몰랐다는 상황은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 운용의 문제다. 또 동일시간 로그인 문제도 원래 시스템에선 관리자 권한에 아이피를 제한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 기능이 해제되어 있었다는 서술이 나오는 등 시스템이나 엔지니어의 문제보다는 그 시스템을 운용한 통합진보당 측의 문제를 따져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이런 문제들을 세밀하게 구별하지 않고 무턱대고 시스템만을 바꾼 상황은 통합진보당 내 혁신파가 정치공학적 판단에 의해 너무 가볍게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김인성씨와 KDL 측이 작성한 중앙당 비례대표 투표 관리 시스템을 분석하는 기술검증 보고서 내용이 2차 진상조사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말이 엇갈린다.

28일 참세상 보도에 따르면, 구당권파 측은 이 보고서가 소스코드 변경의 순간 급작스러운 투표율 상승이 발견되지 않았고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투표기록과 웹 로그에 저장된 투표 로그기록이 정확히 일치해 외부침입으로 인한 데이터조작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구당권파 측이나 혁신파 측이나 보고서가 유출된 절차상 하자의 문제 때문에 보고서가 폐기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김인성씨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말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혁신파 측은 보고서 유출 뿐 아니라 피수사자인 '엑스인터넷' 사장과 기술검증 데이터에 대한 가치판단을 합의했을 정황이 있기 때문에 보고서가 폐기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확인결과 2차 진상조사 보고서에도 소스코드 변경의 순간 의미있는 투표율 변동이 없다는 사실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공방에서도 김인성씨가 언급한 “인터넷을 잘 아는 단 한 명의 범죄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추론이 되지 않기 때문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온라인 투표 부정의 실체적 진실 여부는 좀 더 추이를 지켜본 후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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