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과 3일, 서울 청계공원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틀 동안 가족 단위, 학생, 직장인 등 자발적으로 모인 1만 여명이 넘는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철회'를 요구하며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촛불에 실어날렸다.

그러나 경찰은 이 촛불 문화제를 개최 이틀만에 불법으로 규정하고 주동자를 사법처리한다는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집회를 주도했던 인터넷 동호회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피켓을 흔들고 구호를 외친 것을 이유로 문화 행사가 아닌 사전 신고가 필요한 집회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4일 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 불법 규정' 논란을 일제히 보도했으나 경찰의 입장과 시민단체의 반발 목소리 등을 단순 논란으로 처리했을 뿐 경찰 발표의 의미와 파장에 대해선 따지지 않았다.

먼저 SBS <8뉴스>는 이날 '주최자 사법처리'에서 "계속되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문화제에 대해 경찰이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한 뒤 "촛불 집회를 개최한 경위와 법 위반 정도에 따라 사법처리할 방침"이라는 경찰의 입장을 덧붙였다.

▲ 5월 4일 SBS <8뉴스>.
이어 <8뉴스>는 "정부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경찰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며 반발하는 주최측 입장을 전한 뒤 장대연 진보연대 대변인의 발언을 빌어 "광우병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일을 해야지, 탄압을 한다고 이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반대 여론을 내보냈다.

또한 SBS는 "경찰은 집회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불법 시위로 판단되면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양측 간의 충돌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MBC도 4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경찰이 '미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를 불법 집회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MBC는 '사법처리 반발'에서 "경찰은 첫날 집회 때는 집회 신고가 필요없는 문화제라며 경찰관을 배치하지 않았지만, 어제(5월 3일)는 집회 현장을 돌며 해산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태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 5월 4일 MBC <뉴스데스크>.
이어 <뉴스데스크>는 "시민단체들은 갑작스런 경찰의 태도 변화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면서 "주최 측은 경찰의 저지 방침에도 모레 촛불 집회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BS도 이날 <뉴스9> '촛불집회 불법 논란'에서 "경찰이 앞으로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주최측이 사전에 신고를 하더라도 신고된 집회의 내용을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KBS는 백은종 이명박 탄핵 범국민운동본부 부대표의 발언을 통해 "비폭력 무저항 합법적인 촛불문화제에 대해 경찰이 불법으로 규정한 부분은 매우 부당하며 인정할 수 없다"고 전한 뒤 "시민 단체들은 경찰의 불법규정과는 상관없이 오는 6일로 예정된 촛불집회를 강행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5월 4일 KBS <뉴스9>.
그렇다면 경찰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무엇 때문일까? 첫날은 집회 신고가 필요없는 문화제라던 경찰이 다음날 해산을 종용하더니 급기야 사법처리 운운하며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나선 이유 말이다.

지난 2002년에 열린 '효순이·미선이 촛불집회'의 경우에는 불법 집회로 규정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는 개최 일주일 후에 단속에 들어갔다. 이랬던 경찰이 이번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대해서는 불과 이틀 만에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하겠다고 돌변했다. 그래서 '속내'를 따져봐야한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경찰이 이처럼 서둘러 촛불집회 진압 입장을 천명하고 나선데에는 전국적인 규모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의 기세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방송 3사는 경찰의 불법시위 규정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는 단순 사실만 전달하는데 그쳤을 뿐 그 배경과 파장에 대해서는 조용했다. 경찰의 발표대로라면 불법 시위에 참여한 1만 여명의 시민들이 모두 불법 시위자인가? 시위 규정이 어떠한지, 경찰의 주장이 타당한지 살펴볼 필요는 없었을까?

왜 1만 여명이 넘는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에 모이게 됐는지, 어떠한 마음으로 촛불 문화제에 참여했는지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 언론도 경찰도 정부도 국민의 마음과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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