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들이 2일 오전 청와대 앞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강원도 춘천 농지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자경확인서를 조작한 데 이어 이를 보도하려 한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기사를 빼달라는 요구를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이날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공동대표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조작한 것은 단순히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라며 "이동관 대변인은 즉각 사퇴하고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민언련, 언론연대,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들은 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관 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은경
박 대표는 "이 대변인은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기사를 빼달라고 압력을 넣어놓고 '친구 사이에 부탁한 것'이라고 하는데 청탁도 문제지만 이를 '퉁치고' 넘어가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회장도 "탄생한 지 70일도 안된 정부가 국정 파탄에 직면했다"며 "이 대변인은 사실상의 범죄행위를 인정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동관 사퇴 안시킬 거면 박미석 다시 불러들여라"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지부 김보협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이동관 대변인을 사퇴시키지 않으려면 박미석 전 수석을 원직복직시켜야 한다"며 "죄질로 따지면 이동관 대변인이 더 무겁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이 대변인이 명백한 결격사유에도 자리를 유지한다면 언론 노동자들이 그를 거부해야 할 것"이라며 "브리핑을 거부하고 이 대변인이 스스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농지 소유한 이명박 정부는 농민정권인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박성제 위원장은 "이 정권은 청와대 수석들부터 장관, 차관들까지 전국 방방곡곡에 농지를 가지고 있다. 내려가서 쌀 한 톨 안 짓고 풀 한 포기 안 뽑으면서 농민이라 우긴다"며 "역대 정부 가운데 이만큼 농업 프렌들리한 정권이 어디 있었느냐. 이명박 정부야말로 농민정권 아니냐"고 비꼬았다.

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겉으로는 기자실을 복원하고 '프레스 프렌들리' 운운하며 언론과 친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은밀한 뒷거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국민일보가 방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방송채널 하나 떼어주겠다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자신을 당선시켜준 신문에 은혜 갚을 생각 말고 국민들에게 은혜 갚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이동관 물러날 때까지 투쟁"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은 "이 대변인은 언론사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누구보다 부탁과 청탁, 압력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더 이상 언론인의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이 대변인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뻔뻔스럽게 큰 일이 아닌 것처럼 해명하고 있다"며 "언론노조는 그가 물러날 때까지 힘을 모아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민언련과 언론연대, 언론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언론인 출신의 이 대변인이 자신의 언론계 인맥을 이런 식으로 악용한다면 이 정권 아래서 제대로 된 비판기사가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따졌다. 이 대변인은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이다.

이들은 "이 정부의 인사 절차는 얼마나 부실하게 이렇듯 막아야 할 기사가 많은 것인지,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외압이나 행사하는 이 정부의 진짜 언론관은 무엇인지, 다른 언론사에 대해서도 수시로 외압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지 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들 외에도 민언련 김유진 사무처장, 언론연대 추혜선 사무처장, 언론노조 김순기 수석부위원장,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전민수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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