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옥션, 하나로텔레콤 등 개인정보유출 피해 파문이 계속되자 전자신문에서는 ‘마녀사냥’을 들고 나왔다.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이 시작되면서 ‘소송 로또’라는 말도 나온다고 꼬집고 있다.

전자신문은 5월 1일자 <이택 칼럼 - 하나로, 마녀사냥인가>에서 하나로텔레콤 걱정을 하고 있다. 이택 전자신문 논설실장은 이 칼럼에서 “비록 ‘예고된 참사(?)’지만 시범케이스에 걸린 하나로로서는 전전긍긍”이라면서 ‘옥션사건의 충격과 함께 스팸과 텔레마테킹에 짜증을 내던 국민의 반감, 먹튀 외국자본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괘씸죄’가 가세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덕분에 변호사들만 호황”이라며 집단소송에 참여하라는 카페가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 전자신문 5월 1일자 19면

또 <이택 칼럼>은 최근의 시민단체들의 불매운동 선언을 의식하여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자칫 ‘마녀 사냥’에 흐르는 일”이라면서 “통신사업자에 허가 취소와 가입자 탈퇴는 사형선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택 논설실장은 “이번 사태에는 분명한 법률적 논란의 공간이 존재한다. 사법당국이 일차적 조치를 취하겠지만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단정에 따른 단죄는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수사중인 하나로텔레콤의 '고객정보 무단판매' 논란이 팩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인 듯 하다.

이 칼럼의 ‘백미’는 바로 “하나로에는 1600명의 임직원과 수천명의 협력업체 구성원도 있다. 그들의 일자리와 경제적 토대를 빼앗는 일이라면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 우지라면 파동이나 만두소 사건 역시 지금의 하나로 사태와 비슷하게 출발했다”는 대목이다. 이쯤되면 대국민 협박 수준으로 보인다.

이어 “한 기업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면 좀 더 냉정하게 기다릴 줄도 알아야한다”며 “팩트의 영역에서 기업을 단죄하는 것은 언제든 가능한 세상이다. 그것이 성숙한 시민사회의 힘으로 나타난다”면서 준엄하게 ‘여론’을 꾸짖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일단 소송 결과, 혹은 정부의 정밀한 검증을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신, 인터넷, 카드업체 등 기업들에 대한 충고도 있다. “강건너 불구경하며 즐길 일은 아니다"면서 "인터넷 시대, DB마케팅은 필요악이다"고 규정하고 있다. 걸리지 않도록 몸조심하라는 얘기로 들린다. 또 <이택 칼럼>은 "늘 편법의 유혹에 노출돼 있는 기업으로서는 불법과 적법의 경계선에서 마케팅 전쟁을 치른다. 그래서일까. 경찰은 벌써부터 또다른 기간통신사업자의 동일한 ‘불법’을 적발하겠다며 기세등등이다”라고 묘사했다. ‘경찰이 어쩌다 기업들의 덜미를 잡아 신이 나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의 불안감과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확고하고도 정교한 법 제도 정비”라며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업 역시 철저한 자기반성과 관행으로부터의 탈피노력이 요구된다. 하나로 사태는 IT최강국의 터무니 없는 보안불감증에서 시작됐다”고 덧붙이고 있다. 전체 칼럼의 내용으로 볼 때, 이 문장은 오히려 '사족'으로 여겨진다면 무리한 감상일까.

이에 그치지 않고 전자신문은 5월 2일자 3면 기사 <개인정보유출 합리적 대안을 찾자-피해 공재·기금 조성 등 검토할만>에서 “또 다른 쪽에서는 잘못은 처벌해야 하지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마무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면서 “이제 옥션, 하나로텔레콤 등에 참여한 변호사만 수십명에 달하며, 피해보상 소송을 준비 중인 사람도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에서는 ‘소송 로또’라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 전자신문 5월 2일자 3면
이어 “사안마다 모든 피해에 소송으로 맞선다면 결국 IT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도산과 사업 위축이 계속되면 그 부담은 사회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구태언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사법부의 판단을 기준으로 ‘보상금 파티’가 아닌, 미래를 위한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다”라고 보도했다. 해킹 피해 배상 공제제도나 발전기금 조성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자신문의 태도는 어찌보면 익숙한 논리다.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사태관련 불매운동이 있던 당시로 돌아가보자.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소위 부자(?) 신문들이 쏟아놓던 ‘불법 점거’와 ‘기업의 영업손실 우려’, 이로 인한 ‘이랜드 정규직 직원들의 생계 위협’에 관한 ‘걱정 기사’들이 그것이다.

이 신문들은 정부의 강경 대응을 요구하면서 민주노총 등을 지목해 불매운동에 정치투쟁이라는 낙인도 빼놓지 않았다. 이랜드 사장의 반노동자적 행태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을, 이랜드 사장에게 월급받는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파급과 연결지은 공격으로 둔갑시켜 물타기한 대표적 사례였다. 이랜드 파업 300일을 맞아 지난달 4월 16일 이상길 연세대 교수는 언론의 비정규직 투쟁 무관심을 지적하며 프레시안에 <우리들의 '하드 타임스' - [이랜드파업 300일] 공감 능력 '상실'한 기자들>이라는 글로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 하나로텔레콤 신문 광고
기업들의 보안불감증에 분노하는 시민들의 줄소송 대응과 불매운동에 대한 기업걱정을 하며 ‘보상금 파티’라는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는 언론, 전자신문의 공감대는 과연 어디에 닿아있는 것일까. 기업들의 보안 불감증에 당한 개개인 국민들에게 ‘사법기관의 판단을 냉정히 기다리라’고 얘기하는 신문의 공감능력은 어떤 수준일까. 한편으로는 이번 불매운동을 소비자단체들이 주도한 탓에 ‘정치적’이라는 낙인이 없어 '또다른 마녀사냥'을 피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2006년과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하나로텔레콤 명의도용 피해 건수만도 200여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기업 대표등이 서둘러 고객중심의 대책을 내놓았다면 하나로텔레콤 직원들이 받는 비판여론에 대한 압박감도 덜어지지 않을까.

경찰의 ‘불법 영업’ 혐의에 행여 억울해할지도 모르는 하나로텔레콤에게, 전자신문 등 언론사들이 나서서 "사과만 하지말고 피해고객들의 심정을 어떻게 위로하며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대책부터 시급하게 마련해야한다" 지적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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