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황상민-김연아 사태로 인해서 쌍방의 명예가 모두 훼손됐다. 사실 처음엔 별 사건도 아니었는데 이것이 엄청난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우리 사회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사회적 비용도 지불되고 있다. 왜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1. 황상민의 문제

일단 황상민 교수가 명백히 잘못했다. 김연아 선수가 딸랑 하루 얼굴만 내밀면서 교생실습쇼를 한 것처럼 말했다. 그건 사실관계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걸 사과하면 된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다. 그런데 황상민 교수는 끝까지 그 사과를 안 했다. 그래서 일이 커졌다.

이런 거다. 어떤 사람이 논문을 썼다. 그런데 사례로 든 것 중에 한 예시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면 그걸 고치면 그만이다. 그런데 논문 저자가 ‘내 논문의 논지를 부정하는 거냐? 왜 본질을 보지 못하냐?’ 이런 식으로 나오면 황당해진다. 황상민 교수의 태도가 딱 이랬다.

게다가 황상민 교수는 ‘우상숭배냐?’, ‘김연아는 욕하면 안되냐?’는 식으로 선동적인 말들을 했다. 정치인의 수사법이다. 이랬기 때문에 김연아의 국민영웅화 현상에 불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총궐기해서 사회적 대립으로 확전된 것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방송한 것에 대해서 만큼만 김연아 선수와 청취자에게 사과하면 그냥 끝날 일이었다. 이 점이 아쉽다.

▲ 교생 실습 중인 김연아 선수 ⓒ연합뉴스

2. 김연아 측의 자살골

김연아 선수 측의 소송은 자살골이 무슨 뜻인지를 정확히 보여줬다. 이번 일로 김연아 선수의 명예가 분명히 훼손되긴 했는데, 명예를 훼손한 행위는 바로 소송 그 자체였다.

애초에 황상민 교수의 발언은 해프닝 수준이었고, 그 때문에 교생실습 논란이 벌어지며 언론 취재에 의해 김연아 선수가 교생실습을 성실히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에 따라 이 사건은 오히려 김연아 선수의 명예가 높아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굳이 사과를 받아내겠다며 소송을 건 것이다. 명예훼손 소송이란 ‘내가 손해를 봤으니 이를 배상하라’는 의미다. 국민스타인 김연아 선수가 누가 말을 좀 잘못했다고 해서, 그와 이익을 다투는 구도가 된 것이다.

이러면 구름 위에 있던 김연아 선수의 위상이 싸우는 상대방과 같아진다. 급이 내려오는 것이다. 혹은 완력으로 상대를 굴복시켜서 ‘내가 잘못했어요’란 말을 받아내겠다는 이미지다. 김연아 선수 측은 설사 황상님 교수가 잘못했다 해도 그냥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굳이 사과를 받아서 뭐에 쓴단 말인가?

3. 소송은 안 하는 게 좋다

황상민 교수가 사실확인도 안 한 상태에서 단언을 하고, 거기에 대해 끝까지 사과도 안 하는 태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여기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건 너무나 단순한 문제여서 별론 할 말도 없다.(황상민 교수는 계속해서 본인이 사과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진짜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정확이 인정하고 반성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게 없는 ‘무조건 미안해’는 ‘같기도 사과’다.)

어쨌든 너무나 단순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더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소송의 문제에 대해선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사회가 요즘에 소송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 툭하면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이 남발되는 것이다. 이러면 소송이 무서워서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공포사회가 된다. 공론장에서의 발언은 가능한 한 공론장에서의 비판으로 해결해야 한다. 공권력이 개입하면 사회가 유치해진다.

특히 요즘에 공직자나 기관 혹은 정치인이 일반 국민에게 소송을 건다든지, 특정 정책의 이해관계자가 공적 발언을 한 사람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 일이 나타나는데 이러면 공적 발언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비판이 자유롭지 못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툭하면 소송으로 대응하는 작금의 문화에 반성이 필요하다.

무튼! 황상민 교수가 좀 더 어른다운 면모를 보여주기 바란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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