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30일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가 방영된 이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미니홈피까지 폐쇄하게 만들 정도로 파문이 확산됐지만 이날 방송3사의 보도 분량과 방향은 달랐다.

MBC, 분석적·비판적 시각으로 미국산 쇠고기 문제 접근

먼저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이틀 연속 집중취재 리포트로 보도했다.

▲ 4월 29일 MBC <뉴스데스크>.
MBC는 지난달 29일 '위험하다더니..'에서 광우병 전염 경로를 설명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광우병 위험물질이 또 다시 소 입으로 들어간 뒤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고 이런 실태는 우리 정부도 잘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뉴스데스크>는 '광우병 위험 물질이 집중적으로 들어있는 소장 끝 2미터만 잘라내면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우희종 교수(서울대 수의과학대)의 발언을 빌어 "그 부위를 자른다고 해도 이미 다른 부위에 저농도로 광우병 위험물질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MBC는 또 "정부가 지금 안전해서 수입하겠다는 쇠고기 부위들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위험해서 안 된다던 부위들"이라면서 "어떻게 갑자기 안전해질 수 있는지 의문인 국민들에게, 정부는 그저 안전하다고만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짚은 <뉴스데스크>는 지난 30일 '한국인 더 위험'에선 한 발 더 나아가 광우병의 위험성과 한국인이 가장 광우병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보도했다.

▲ 4월 30일 MBC <뉴스데스크>.
MBC는 광우병의 원인 물질인 '변형 프리온'을 설명한 뒤 "지금까지 확인된 180여명의 인간 광우병 환자는 모두 MM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들로 한국인의 94% 가 바로 MM 형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뉴스데스크>는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죽어서 뇌를 부검해봐야 광우병에 걸렸는지 알 수 있다"며 "인간에게 없던 병이 생긴 것 자체가 대재앙의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산 쇠고기' 일회성 보도에 그치고 만 SBS·KBS

KBS와 SBS도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점을 지적하긴 했으나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만큼 구체적이고 분석적이지는 못했다.

▲ 4월 25일 SBS <8뉴스>.
먼저 SBS는 지난달 25일 <8뉴스> '쇠고기 안전 혼란'에서 "광우병 병균체는 끓여도, 묻어도, 죽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며 "최장 40년이라는 잠복기 동안 주변에 전염까지 시킬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치료약은 커녕 실체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임을 언급했다.

이어 SBS는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개방되면 광우병 위험이 얼마나 있는 지, 좋아하는 소머리 국밥이나 곱창을 계속 먹어도 되는 지, 정부의 명확한 설명은 없고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한다"면서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KBS <뉴스9>도 지난달 24일 '약속만 믿고 개방'에서 "미국은 뇌와 척수를 뺀 다른 부위는 여전히 가축 사료로 쓸 수 있게 하고, 30개월 미만 소는 뇌나 척수까지도 사료로 쓰는 것을 허용했다"며 "다른 나라들이 광우병 위험을 이유로 금지하고 있는 부위들마저 우리나라로 대량 수입될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 4월 24일 KBS <뉴스9>.

'문제'는 KBS와 SBS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보도가 이후 '소극적인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반발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음에도 두 방송사는 보도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쇠고기 청문회로 갈등을 겪고 있는 여야의 대립만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은 안전성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는 미 쇠고기에 대한 이 같은 '안전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언론 보도의 방점이 어디에 놓여 있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쇠고기 청문회'로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여야의 정쟁을 보도하는데 그친 KBS와 SBS의 태도는 아쉽다. MBC <PD수첩> 파문은 국민들의 미 쇠고기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인데, KBS와 SBS에는 그런 우려가 잘 보이질 않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