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사장 조민제)가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강원도 춘천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보도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취득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25일 이 대변인이 시인한 내용이지만 그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다.

1면용 스트레이트와 해설기사 → 4면용 기사 → 누락

지난 2월 청와대 박미석 수석의 논문표절 의혹 기사를 단독 취재하고도 누락해 파문이 인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당시 조민제 사장은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지부 홈페이지.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지부(위원장 조상운)는 지난 29일 발행한 온라인노보를 통해 "본보 사건팀은 4월28일 춘천 현지 취재를 통해 이 대변인이 배우자가 외국에 있다고 거짓으로 기재한 위임장을 토대로 농업경영계획서를 대리 제출했고 이를 근거로 춘천 농지를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해당 기자의 취재과정에서 이 대변인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현재까지 지면에 실리지 않고 있다"고 고발했다.

국민일보지부에 따르면, 확인 취재를 마친 지난 28일 밤 편집회의에서 일부 간부들은 새로운 사실인 만큼 당연히 1면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고 격론 끝에 1면용 스트레이트와 다른 면 용 해설기사를 한 건 더 준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밤 9시30분께 국민일보 변재윤 편집국장 등 일부 간부들이 '시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1면 꺼리가 안된다고 주장했고 취재기자는 4면용 기사로 수정 출고했으나 교열까지 마친 이 기사는 결국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사회부장이 "4면에 축소돼 나갈 바에야 차라리 안 내보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동관 대변인 "이번 건만 넘어가주면 은혜 갚겠다"

국민일보지부는 "이 과정에서 이동관 대변인은 변재윤 국장과 사회부장에게 몇 차례나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면서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편집국 전언 형식을 빌어 이 대변인이 "내가 잘못했다. 이번 건을 넘어가 주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노조의 문제제기에 대해 국민일보 변재운 편집국장은 "첫째 기사가 안 된다고 판단했고, 둘째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노조 "이동관 대변인 사퇴하라"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도 30일 성명을 내어 "국민일보의 기사는 착오나 무지로 잘못을 덮으려는 이 대변인이 사실은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불법을 저질렀음을 밝혀낸 것"이라며 "국민일보는 당장 이 대변인의 농지 취득과정 불법 의혹 기사를 보도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이동관 대변인에 대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저없이 언론의 가치를 훼손하는 인물이 청와대에 있어서는 안된다"며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대변인직을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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