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흑자기조를 유지해 오던 경상수지가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 작년 12월에 이어 올 들어서도 적자를 내고 있다. 1, 2월의 적자규모 51억달러는 금년 억지선인 70억달러에 이미 근접해 경제운용에 적신호를 울리고 있다. 그런데 무역수지마저 작년 12월부터 적자로 돌아서 개선전망이 더욱 어둡다.

석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와 곡물가격이 급등세를 지속하여 그 여파가 크다. 원유만 해도 2007년 평균도입가격이 1배럴당 69.1달러였는데 올 들어서는 1월 88.5달러, 2월 91.4달러로 급등세를 나타냈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 한 무역수지는 적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상수지를 개선하려면 운수, 여행, 통신, 보험, 특허권 사용료, 해외건설 등으로 구성되는 서비스수지 적자를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2005년 136억5,820만달러, 2006년 189억6,070만달러, 2007년 205억7,490만달러로 급증세를 보였다. 세계3위의 규모이다. 그 주범은 관광수지다. 지난해 관광수지 적자가는 무려 150억9,000만달러나 된다.

▲ 조선일보 4월30일자 F7면.
해외여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내국인 출국자가 2000년 550만명이었는데 2007년 1,362만명으로 급증세를 나타냈다. 반면에 외국인 입국자는 200년 530만명에서 지난해 642만명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그나마 상당수의 입국자는 관광이 아닌 취업이 목적이다.

해외여행에 쓰는 돈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여행, 연수, 유학 등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돈이 무려 208억9,000만달러나 된다. 지난해 골프여행만으로도 125만명이 나가 20억달러 이상 쓴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골프장에 대한 감세조치와 함께 공급확대를 강구한다고 한다. 하지만 겨울철 수요가 70%라는 점에서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조기유학 또한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정부는 궁여책으로 환율상승을 통한 여행억제를 기대하는 모양이다. 인위적인 환율 개입도 어렵지만 물가에 미치는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항에 가보면 이삿짐 같은 반입품을 들고 들어오는 여행객이 적지 않다. 관광보다는 쇼핑여행이 많기 때문이다. 휴대품 반입한도 400달러를 신축적으로 운용해야 되겠지만 그런 보따리가 무관세로 통과된다면 곤란하다. 이 따위를 방치하는 것이 규제완화일 수는 없다.

이러니 면세점이 호황을 누린다. 공항면세점이나 시내면세점에는 외국인은 거의 없고 내국인만 붐빈다. 내국인 취향에 맞는 이른바 명품이라는 값 비싼 외제품이 즐비하다. 막상 해외에 나가면 사기 어려운 물품도 손쉽게 살 수 있다. 문제는 내국인들이 구매한 물품, 그것도 고가-고급품은 거의 국내로 반입된다는 점이다.

면세점은 외국반출을 조건으로 판매한다. 관광진흥을 목적으로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주류세, 교통세 등의 면세혜택을 준다. 해외로 반출되는 상품이니까 수출품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국인에게도 똑같이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구입물품을 반입한다면 해외여행자에 대한 조세특혜라는 점이다.

면세점 구매자를 보면 내국인은 2001년 564만명에서 2006년 1,443만명으로 2.5배 이상 늘어났다. 외국인은 2001년 436만명에서 2006년 318만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구매액도 내국인이 2006년 15억6,220만달러로 2001년 3억5,691만달러에 비해 4.3배 이상 늘었다. 같은 해 외국인 구매액은 7억8,435만달러이다. 이중에는 외교관면세점 판매액이 포함되어 여행자 구매액은 훨씬 적을 것이다.

해외여행 중에 원하는 상품을 사기가 쉽지 않다. 시간에 쫓기고 어디서 사는지도 모른다. 단체여행이라면 혼자 행동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시내면세점은 한국인 좋아는 유명상표를 종류별, 크기별로 골고루 갖춰놓았다. 그래서 시내면세점을 이용하기 위한 해외여행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2~3일 단거리 여행은 주로 쇼핑여행으로 이용된다. 요즈음은 당일여행이 인기를 끌 정도이다.

내국인 구매자에 대한 면세혜택은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담배, 주류, 토산품 등 소액만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 재반입되는 고가상품에 대한 면세혜택은 조세형평의 원칙에 위배된다. 특히 시내면세점은 외국인의 편의를 위해 설치되었다는 점에서 내국인 이용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내국인에 대한 면세혜택만 줄여도 관광수지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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