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한국언론학회(회장 권혁남) 주최로 열린 <언론의 선거예측조사, 왜 틀리는가> 토론회에서는 지난 총선 예측조사 오류에 대한 반성과 함께 공동조사를 하자는 제안이 제기됐다.

1부 토론자로 참석한 중앙일보 신창운 여론조사 전문기자는 "전부 다 틀리는데 경쟁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시청자, 독자들에게 사과하는 차원에서라도 조사기관과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9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한국언론재단 후원,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언론의 선거예측조사, 왜 틀리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정은경
신 기자는 "비용지출이 심각하고 방송사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조사의 집중도를 높이고 품질 위협 요인을 분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174석+∂를 얻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잡은 것이 저희들이라 사실은 유구무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2부 토론자로 참석한 MBC 김재용 기자도 "개인적으로 공동조사가 맞는 방향이라 생각한다"며 "이번에는 MBC와 KBS가 공동으로 했지만 앞으로 더 활성화되면 재원 부담도 줄이고 공정성도 더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청석에 있던 KBS 선거방송프로젝트팀 김찬태 팀장 또한 토론회 마지막에 "YTN을 포함한 각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예측조사를 하게 되면 그만큼 결과물도 좋아질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조사기관 "비례대표 부분, 안일하게 대응한 건 사실"

지난 총선에서 KBS·MBC와 공동으로 예측조사를 진행한 미디어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 관계자들은 "비례대표 예측에 있어서 안일하게 대응한 건 사실"이라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두 기관은 한나라당이 전국구에서 29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해 실제 22석보다 7석이나 많게 예상한 바 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과거 선거에서는 비례대표를 거의 다 맞췄다보니 이번에 좀 쉽게 생각했고 특히 선거 마지막에 한나라당에서 친박연대로 건너간 표를 간과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던 것 같다"며 "잘못 설계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대선과 달리 총선은 경합도가 높은 지역에 집중하고 대다수 비경합지역은 1회 정도의 간단한 조사로 진행하기 때문에 예측오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리서치 원성훈 사회여론조사부장은 "방법론을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전화조사 자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비례대표 부분에서도 전국적으로 출구조사 실시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판에 변수가 많았는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조사기관이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예측조사 오류, 유권자 거짓말 때문? 조사 정밀성에 문제"

이에 앞서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조성겸 교수는 1부 발제에서 "예측조사 오보의 주된 원인을 '응답회피'로 파악하면 조사 방법상의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며 조사의 정밀성 부족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당 후보 지지자들의 응답률이 높고 상대적 열세 정당 지지자들은 응답을 회피하는 현상을 감안해 한나라당 후보의 예측치에서 1%, 2%, 4%를 감소시켜 봤지만 전체적으로 오차가 크게 줄어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사의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표본크기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타 오차 요인을 제거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표본크기 위주의 설계에서 품질 중심 설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부 발제를 맡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이창현 교수는 "조사기관 입장에선 고생만 실컷 하고 보람도 없는 구조이며, 방송사 입장에선 큰 돈을 들여 조사를 시켜놓고도 찝찝해하는 구조"라며 "언론사간 공동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오후 6시 정각 의석수 맞추기의 강박에서 벗어나 유권자가 생각하는 선거의 의미 등을 심층 조사해 보도하는 등 예측조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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