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대 국회 개원일이다. 국회법에 본회의는 임기 개시 후 7일 이내에 열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원래대로라면 본회의는 6월 5일에 열려야 한다. 그러나 국회가 그렇게 순조롭게 개원될 거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예정대로 국회가 열린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상임위원회장 배분 문제가 걸렸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국회 상임위원회는 무엇이고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간에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모든 법안을 본회의에서 바로 심의할 수 없으므로 법안의 성격에 따라 국회 내 위원회에서 먼저 심의를 해야 한다. 이중 특정한 안건에 대해 그때에만 구성되는 것을 특별위원회라고 부르고 안건과 상관없이 상설되는 위원회를 상임위원회라 부른다. 그래서 상임위원회는 분과위원회라고도 불린다.

현재 문제가 되는 위원회는 18개다. 국회운영위원회(운영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정무위원회(정무위),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 국방위원회(국방위),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농림수산식품위원회(농식위), 지식경제위원회(지경위), 보건복지위원회(보복위),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토해양위원회(국해위), 정보위원회(정보위),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윤리특별위원회(윤리위)가 그것이다. 마지막 두 개는 이름에서 보여지듯 사실은 특별위원회지만 어쨌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협상하는 것은 이 18개 위원장의 배분 문제다.

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상임위원장은 여야 몫을 나눈 뒤 3선 의원이 맡는 것이 관례였다. 18대 국회에서 여당 몫은 원내대표가 겸임하는 운영위 외에 정무위, 기재위, 외통위, 국방위, 행안위, 문방위, 국해위, 정보위, 예결위, 윤리위 등 11석이었다. 한편 야당 몫은 법사위, 교과위, 농식위, 지경위, 보복위, 환노위, 여가위 등 7석이었다. 그러나 이중 보복위는 자유선진당 몫이었기 때문에 민주당의 몫은 6석이었다.

▲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 의원 ⓒ연합뉴스
이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입장이 어떻게 갈리는지 살펴보자. 오늘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온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각이 잡힌다.

먼저, 배분부터 차이가 난다. 이한구는 이렇게 말한다. “상임위원장 배분은 원래 국회 내 교섭단체들 간에만 배분하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교섭단체들끼리 하면 새누리당하고 민주통합당 2개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그 의석수로 계산해 보면 상임위원회 전체가 특별위원회 2개를 포함해서 18개인데. 새누리당하고 민주통합당은 의석수로 계산을 해 보면 10:8이 나와요.” 박기춘은 이렇게 말한다. “여당 야당 150석, 150석이거든요. 민주당과 여당을 볼 게 아니라 여야를 봐야 됩니다. 그러면 반반이죠. 9:9가 나오는 거죠.” 새누리당식으로 하면 비교섭단체 의원 23명에 대한 대표성을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회법을 보면 기본적으로는 국회에서의 모든 것을 교섭단체끼리 하게 되어 있지만 교섭단체 소속이 아닌 경우에는 의장이 알아서 하게 되므로 사실상 관례의 문제가 된다.

이 ‘관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르다. 18대 국회에서 자유선진당이 상임위 한 석을 가져간 상황에 대한 해석이다. 이한구는 자유선진당이 창조한국당과 함께 교섭단체를 만들었기 때문에 상임위 한 석을 가져간 것이므로 교섭단체에만 배분했다는 관례가 깨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박기춘은 18대 국회 후반기에 자유선진당의 교섭단체 지위가 상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나라당에서 계속 상임위 한 석을 가지는 것을 승인해줬기 때문에 그 관례는 깨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여야 10:8로 나눌 것인지 9:9로 나눌 것인지가 첫 번째 쟁점이다.

▲ 지난 2009년 '선진과 창조의 모임' 1주년 기념행사에서 악수를 하는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와 류근찬 원내대표, 그리고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모습.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당시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기 위해 서로 힘을 합쳤으나, 이 교섭단체는 그후 창조한국당이 의원직을 하나 상실하면서 붕괴되었다. ⓒ연합뉴스

그런데 9:9로 달라는 민주당의 논리는 비교섭단체 23석에 대해 한 석을 달라는 논리에 기초해 있다. 따라서 야권에서 9석을 가져가지만 그걸 민주당이 다 가지겠다는 논리는 아니다. 그래서 여기서 관심이 가게 되는 두 번째 쟁점은 과연 통합진보당에서 상임위 한 석을 차지할 수 있느냐다.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상임위 한 석을 민주통합당에 요청했다는 보도가 이미 나온 바 있다. 이한구는 그 가능성을 부정한다. “지금 안 그래도 통합진보당은 몇몇 의원들이 정체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상임위원장 배분이라는 건 생각할 수가 없”다고 못 박는다. 반면 박기춘은 “비교섭단체에게 일단 통보를 하면 비교섭단체끼리 1년씩 나눠서하든 그것은 그쪽에서 결정할 일이고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수당이라고 할 수 있는 진보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다만 국민적 거부감이 있을 경우 “비교섭단체를 대표해서 민주당이 한 석을 더 갖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라고 여지를 줬다. 그러나 이런 경우 총선에서 새누리당보다 분명히 적은 의석을 얻은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동등한 상임위 의석을 갖는 문제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어떤 상임위를 어느 당에서 가져갈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 관례적으로 기존에 맡던 상임위를 여야가 고수한 채 숫자 변동이 나는 부분만 협상해서 교체해왔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기존 민주당의 몫인 법사위를 요구했고, 민주당이 그것을 거부해서 문제가 생겼다. 또 기존 6석에서 두 세석은 더 가져와야 할 민주당이 요구한 자리를 새누리당이 거부한 것도 문제다.

이한구는 기존에 맡던 상임위를 고수한다는 관례는 17대 이후에야 생긴 것이기 때문에 관례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니라 말한다. 또 여당이 법사위를 맡으려 하는 이유에 대해선 “지난 18대 때 야당이 법사위원장 하면서 정말로 너무 무례한 운영을 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법사위를 발목잡기 수단으로 너무 심하게 활용했기 때문에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야당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겁내 법사위를 브레이크로 활용해야 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어 직권상정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졌다고 설명한다.

▲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박기춘 의원 ⓒ연합뉴스
한편 박기춘은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민주당이 두 세석 정도를 가져와야 하는 입장인데 자유선진당이 맡았던 보복위를 가져오는 건 이미 동의가 되었고, 그렇다면 하나나 두 개 정도인데 만일 그게 한 석이라 한다면 정무위나 국해위나 문방위 정도에서 하나를 달라는 입장이라 말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정무위원회를 주자니 저축은행비리가 터질 것 같고, 국토해양위를 주자니 4대강을 비롯한 여러 가지 맥쿼리 특혜의혹이 터질 것 같고 문방위 주자니” 언론탄압이나 낙하산 사장 임명 같은 게 드러날 거 같아서 꺼리는 것이 문제라 한다. 그는 새누리당의 입장이 지금 “앞으로 가면 경찰서 뒤로 가면 파출소인 격”이란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산하기관이 없는 특별위인 윤리위를 준다고 말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한다.

세 가지 쟁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양당 간의 협상이 결론을 맺고 순조롭게 국회가 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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