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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뒤 김두관? 냉정히 따져봐야 할 것들‘김한길 돌풍’ 이면의 정치공학 분석
김민하 / 정치평론가 | 승인 2012.05.29 08:06

   
▲ 27일 제주 경선에서 웃고 있는 김한길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김한길 돌풍이라고들 한다.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서 김한길 후보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경선 시작 전에는 당 내 다수인 친노그룹의 지원 하에 이해찬이라는 거물이 대표 경선에 직접 출마한 상황이므로 이해찬 후보의 손쉬운 당선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김한길 후보가 이해찬 후보를 상대로 1위 다툼을 벌이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이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김한길이 선전하는 이유
 
김한길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박연대에 대한 당내 반발을 첫 번째 이유로 꼽고 있는 듯하다. 이해찬과 박지원은 각각 친노-시민사회 세력과 구(舊)민주당-호남 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과거 민주정부 시기부터 이 두 세력은 일정한 정치적 반목을 반복해 왔다. 그런 두 정치인이 당권선거를 목전에 두고 당대표는 이해찬, 원내대표는 박지원이라는 식으로 일종의 선거연합을 구축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눈앞에 둔 무원칙한 야합이라는 식으로 폄훼하고 있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김한길 후보의 돌풍이라는 당내의 반발로 나타나는 것이 적절한 지 여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만일 이-박연대에 대한 이러한 반발이 당 외에서 제기되는 것이라면 실제로 이러한 측면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악화되었다는 증거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여기에 대한 반발의 진원지는 당 내라고 보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러한 반발의 당사자로서 움직이고 있는 것인가?
 
최근 언론에서 민주통합당의 경선 구도를 두고 사실상 문재인-김두관의 대결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이해찬과 대권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김두관이 문재인을 넘기 위해 선택한 김한길이 서로 대결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 27일 제주 경선에서 연설하는 이해찬 의원 ⓒ연합뉴스

 이에 대한 확실한 증거로 본래 친노의 근거지인 부산·경남권에서 이해찬 후보가 선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적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부산에서 진행된 대의원 현장투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해찬 후보는 1위를 하긴 하였으나 예상했단 것보다 저조한 득표를 했고, 특히 김두관 지사의 영향력이 큰 경남에서는 김한길 후보가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이것이야 말로 김두관 지사가 사실상 김한길 후보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김두관 지사의 지지조직들의 활약으로 김한길 후보가 1위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는 것도 이런 판단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김두관의 도전은 어떤 의미인가?

물론 이러한 판단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라는 판단은 매우 합리적인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를 비판적으로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첫 번째로 지적할 만한 것은 이러한 조건이 과연 김두관 지사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겠냐는 것이다. 지난 19대 총선 이후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더 큰 승리를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반성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제출됐는데, 결국 이 비판은 당시 당대표였던 한명숙으로 대표되는 구-민주당 출신의 친노,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칭됐던 이해찬으로 대표되는 구-민주당 외의 친노와 시민사회 세력, 유력한 대권주자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부산에 기반을 둔 친노 그룹들의 책임론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총선에서 더 큰 승리를 거두고 특히 부산에서 다수의 민주통합당 의원이 배출되었다면 대권주자로서 문재인 고문의 입지는 더욱 강고한 것이 되었을 것이고 당 내 대권경쟁은 조기에 일단락되는 수순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문재인 고문이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는 판단이 가능한 결과가 나왔고 대권을 꿈꾸는 거의 모든 주자들이 이번 당권선거에서 승부를 보면 대권을 잡는 것도 불가능이 아닐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손학규나 정동영과 같은 주자들도 김두관 지사와 마찬가지의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사실상 지금 이 게임은 이해찬-문재인 대 민주통합당 내 대권주자 전원의 싸움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찬-문재인 측에서 제기했던 ‘안철수 공동정부론’에 대한 당 내 대권주자들의 반발도 이러한 측면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안철수 원장에게 공동정부를 제안한다는 것은 이미 문재인 고문 측이 당 내의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신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제안이 성사될 경우의 그림을 상상해보자. 문재인, 안철수와 공동정부 구성이라는 메시지와 문재인, 안철수의 어깨동무한 사진이 1면 톱으로 실리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대권주자들이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이제 다음 문제를 생각해보자. 이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두 번째 문제는 왜 이러한 상황이 하필이면 ‘김두관 대안론’으로 귀결되느냐는 것이다. ‘손학규 대안론’이나 ‘정동영 대안론’, ‘정세균 대안론’은 왜 제출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다.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의 경우 대권주자로서 김두관 만큼의 무게감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그 이유는 뭔가? 대권주자로서의 손학규, 정동영은 훨씬 전부터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김두관은 도지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대권행보를 하지 않고 잠행을 하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권주자로서의 역할론이 나오는 시기이므로 상대적으로 정치적 신선함에 대한 어드밴티지를 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 김두관 지사의 정치적 도전이 별 것 아닌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는 판단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대결’은 노선의 대립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과 차별화된 김두관 만의 대권주자로서의 메리트가 있을 수 있다. 그러한 것이 대중적 호응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군수로부터 시작해 장관을 거쳐 도지사의 자리에 까지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이라는 점은 특히 대중적으로 크게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 부분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점을 지금 국민들 다수가 모르고 있는 상황도 아닌데 대권주자로서의 지지율이 사실상 바닥을 맴도는 것에 대해서는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함께 앉아 웃고 있는 이해찬, 우상호, 김한길 의원 ⓒ연합뉴스

이러한 점을 기억하면서 민주통합당의 대권전략이라는 측면에서 판단해보자. 이번 지도부 경선이 문재인 대 김두관의 대리전이라고 하면 어떤 전략과 어떤 전략의 대결인가? 문재인, 김두관 모두 영남을 기반으로 한 후보 경쟁력과 호남에서의 정당 경쟁력,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통한 수도권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소위 영남후보론+안철수단일화론의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대권주자로서의 지지율을 비교해볼 때도 굳이 문재인을 김두관으로 바꾼다고 해서 나아질만한 무엇인가가 보인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경쟁은 무엇을 위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유력한 대권주자에 줄을 댄 소위 참모진들의 청와대 입성 경쟁 이외에 어떤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가? 민주통합당의 유력한 정치인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제대로 답하려고 하지 않으면 여전히 정권교체를 향한 길은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민하 / 정치평론가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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