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깔론 공세는 <조중동>의 진보 분열-고립-섬멸 프레임
■ “포스텍 500억 날린 투자 이상득 의원 개입” <한겨레>

통합진보당의 갈등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보수언론의 마녀사냥이 극에 달했다. 철지난 색깔론을 들고 나와 ‘빨갱이 사냥’에 여념이 없다. 군사독재정권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발명품’을 수십 년이 지난 2012년에도 재탕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이 자극적인 기사 속엔 노골적인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대부분의 18일자 조간신문들은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조건부 지지철회 입장을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통진당의 최대주주인 민주노총의 입장표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뉴스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통진당 색깔 덧씌우기를 통해 개혁진보세력 ‘고립→분열→섬멸’이란 프레임을 작동시키는 <조중동>의 보도의도다. 한겨레는 다른 신문과 달리 포스텍의 부산저축은행 500억원 투자 날린 배경에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이 개입한 정황을 폭로했다.

색깔론 내세우며 야권연대 공격

보수언론들은 통진당 사태가 터진 뒤, 가장 먼저 ‘야권연대’를 흔들었다. 통진당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다. 중앙일보 16일자 4면 <이대론 연대 못 한다는 이용섭, 통진당 종양 수술 요구>, 동아일보 17일자 5면 <“민주, 통진당과 연대 계속땐 대선 필패”>, 이날자 조선일보 5면 <민주당, 진보당 13석 만들어놓곤 책임은 외면> 등 ‘야권연대’를 맹렬히 공격했다.

다른 신문들도 뒤따라간다. 일례로 이날자 서울신문 5면 <이 “결별 불가” 박 “결별 불사”…통진당 연대 놓고 첫 충돌>이나 세계일보 4면 <‘계륵 야권연대’…흔들리는 민주> 등이다.

다음 노림수는 ‘분열’ 이다. 당권파의 갈등을 부각하고, 민주노동의 조건부 지지철회를 분열의 호재로 써먹는다. 곧 이어 ‘종북’, ‘빨갱이’ 등 색깔 덧씌우기를 통한 ‘섬멸’이다.

조선일보 1면 <‘주체사상 반대한다’고 결코 말않는 이석기>, 중앙일보 1면 <종북 좌파는 진보 아니다>, 2면 <종북 성향 의원들, 극비 외교전략·전시작전계획 다 본다>, 동아일보 3면 <민혁당사건 판결문 “이, 김일성 생일축하 유인물 배포”> 등의 기사로 빨간색 덧칠을 한다. ‘종북좌파’라거나 빨갱이라는 단어는 소위 극우인사들이 자주 쓰는 단어지만, 보수언론이 만든 프레임에 갇혀 ‘진보’는 순식간에 ‘종북좌파’나 ‘빨갱이’로 기호화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수신문들은 통진당 사태 중간 중간 대선 유력후보를 거론해 가외의 정치적 소득을 노린다. 이날자 동아일보 4면 <“대한민국에 빨갱이는 없다”던 안철수의 긴 침묵>이나 17일자 중앙일보 8면 <통진당 쇼크…박근혜지지 50% 넘었다>라는 기사처럼 통진당 사태를 특정 예비대선후보의 이미지에 연결시킨다. 아마도 이것이 <조중동>이 통진당 사태에서 노리는 최종목표일지도 모른다.

통진당 사태에 대선 예비후보 끌어들이기

18일자 한겨레 6면 <경선부정 본질 비튼 ‘종북 색깔론’…보수 재집권 전략이다>는 기사가 이를 제대로 짚었다. 한겨레는 먼저 통진당 사태의 본질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본질은 당권파로 불리는 정치적 분파의 패권주의와 당내 선거에서 드러난 이들의 비민주적 행태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들 가운데 몇 사람이 과거 민족해방 성향의 운동권 출신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지금 북한의 지령을 받아 움직인다거나, 이들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보수언론이 특정 정치인의 과거만 집요하게 캐서 부각하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는 얘기다. 한겨레는 색깔론 속에 보수 세력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내다봤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연말 대선 재집권을 노리는 보수 세력이 선거부정 사건을 계기로 야권의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온 것이다. 색깔공세는 대선을 앞두고 어차피 예견됐던 것이다.”

“포스텍 500억 날린 투자 이상득 의원 개입”

한겨레는 또 이날 1면 톱으로 포스코의 학교법인 포스텍이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500억원 투자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이 개입한 정황을 보도해 파장이 예상된다.

한겨레는 <“포스텍 500억 날린 투자, 이상득 의원 개입했다”>는 머리기사에서 포스코 내부 복수의 관계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포스텍이 이사회의 반발에도 무리하게 부산저축은행에 500억원의 투자를 하게 된 배경에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상득 의원이 개입돼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정준양 회장이 2010년 6월 ‘안 돼도 투자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고, 실무진의 반발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인 박태규씨가 이상득 의원의 뜻이라며 투자 참여를 종용하기도 했다는 것.

한겨레는 또 투자과정에서 포스텍 등 포스코 관계기관이 있는 투자 실무자들의 ‘부적격’ 의견서도 무시됐고, 이사회 의결 없이 투자 진행 뒤 사후 결제하는 위법까지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이날자 6면 <포스텍 실무진도 “투자 부적절” 의견>기사에서 실무진의 반대에서 불구하고 무리하게 투자가 진행된 점을 들어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동아일보는 지난 14일 관련보도(1면, 5면)에서 정권 실세 개입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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