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삼성 쇄신안 관련 보도를 한 방송 3사중 MBC의 보도가 가장 뛰어났던 것으로 평가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박석운·정연구·정연우, 이하 민언련)은 24일 발표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삼성 쇄신안 관련 방송 3사 보도' 대한 논평에서 "MBC는 쇄신안의 주요 내용과 한계를 하나 하나 독립된 꼭지로 다루며 자세히 전달했고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했다"며 MBC의 보도를 호평했다.

삼성그룹이 쇄신안을 발표한 지난 22일 방송3사는 메인뉴스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쇄신안을 집중적으로 다뤘으며 MBC는 21개의 리포트로 KBS와 SBS는 각각 11개, 9개의 리포트로 보도했다.

MBC, 경영권 승계에 대한 핵심 지적

▲ 4월 22일 MBC <뉴스데스크>.
먼저 MBC는 4월 22일 ''삼성 경영권' 어디로?'에서 "이건희 회장이 경영권을 내놓았지만 대주주의 지위는 그대로이고 이재용 전무의 지분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이재용 씨를 중심으로 하는 후계구도 자체는 변할 것이 없고 경영에 있어서도 이 회장의 막후 영향력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KBS는 같은 날 <뉴스9>에서 "현재의 경영승계 구도에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면서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것으로 평가됐던 이재용 전무는 또다시 수년간 경영수업을 더 받아야 하게 됐다"고 전망하는데 그쳤다.

SBS도 <8뉴스>를 통해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삼성의 경영 쇄신안에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며 미흡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고 지적했지만 '진보'와 '보수'의 입장차이로 접근했을 뿐 '경영권 승계' 에 대한 '자체적인 분석과 평가'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KBS·SBS, 순환출자 구조 개선 지적에 소홀

삼성은 지난 22일 쇄신안에서 "순환출자 문제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에 매각하는 등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개정된 금산법에 따라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의 5% 초과 보유분에 대해 2012년까지 자발적으로 처분해야 하기에 이 부분이 쇄신안에 포함돼 있는 것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MBC는 22일 <뉴스데스크> '"순환출자 고리 끊겠다"'에서 "삼성카드는 현재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오는 2012년까지 에버랜드 지분 26% 가운데 21%를 팔아야 할 처지"라고 지적했다.

<뉴스데스크>는 이어 김진방 교수의 발언을 빌어 "현행법대로라면 처분 하지 않으면 강제처분이 되기에 하는 것이지 무엇을 바꾸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삼성은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을 팔아 지배구조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4월 22일 KBS <뉴스9>.
반면 KBS와 SBS는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5년 내 매각'이 어떤 의미인지 지적하지 않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미완의 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는 수준의 언급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MBC의 삼성 쇄신안 보도에 대해 민언련은 "철저한 분석과 비판을 비롯해 경제단체 반응,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의 반응, 삼성 측과 여야 정치권 반응, 외신반응 등을 다양하게 전달해 이번 쇄신안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를 높였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민언련은 "SBS는 MBC보다 보도량이 적었을 뿐 아니라 보도내용에서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며 SBS의 삼성 관련 보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SBS는 22일 '삼성그룹 회장 전격 퇴진'에서 "문제가 된 차명재산은 모두 공익을 위해 쓰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해 삼성의 발표를 사실과 다르게 전달했다. 이는 SBS가 이전 보도에서 "이 돈의 사용목적을 곧바로 ‘공익’이나 ‘사회환원’으로 연결 짓지는 말아 달라"고 한 삼성 관계자의 발언을 전한 것과는 상반된 것으로 지적됐다.

▲ 4월 22일 SBS <8뉴스>.
SBS는 또 MBC와 KBS가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왔고", "편법 승계작업 등 각종 불법 의혹의 지원지로 지목돼 온 곳" 이라고 각각 전략기획실의 역할에 대해 비판한 것과는 달리 ‘삼성 전략기획실 해체’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전하는 것에 더 방점을 찍었다.

또한 SBS는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에서 "수조 원대의 투자가 수반되는 그룹 차원의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 사장단 회의의 의사 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밝혀, 전략기획실에 대한 비판보다는 재계의 우려에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민언련은 "KBS와 MBC는 삼성 쇄신안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치중한 반면 SBS는 삼성 측 입장에 비중을 두고 쇄신안을 높이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방송들은 삼성의 변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언급 한 뒤 "MBC의 심층보도 노력이 앞으로의 삼성 보도에 이어지길 기대하며 KBS와 SBS의 분발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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