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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득표가 보여주는 민주당의 현실'박지원 체제'의 불투명한 앞날
김민하 / 정치평론가 | 승인 2012.05.09 10:36

 

   
▲ 박지원 원내대표 및 비대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박연대의 박지원 의원이 결국 원내대표 자리를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언론은 ‘아슬아슬한 진땀 승부’였다며 민주통합당의 양대계파가 협력한 선거 치고는 순조롭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물론 이 현상의 이면에는 이해찬과 박지원이라는 상징적 인물들이 손을 잡는 것에 대한 민주통합당 내부의 거센 반발이 존재한다.

박지원, 환영받지 못했다?

이러한 점은 박지원 의원의 득표를 분석해보면 잘 나타난다. 유인태, 전병헌, 이낙연, 박지원 후보가 경쟁한 1차 투표에서 총 127표 중 박지원 후보 49표, 유인태 후보 35표, 전병헌 후보 28표, 이낙연 후보 14표를 얻었고 무효표는 1표였다. 각 후보들의 계파색을 따져 보자면 박지원 후보는 구-민주계와 시민통합당으로 대변되는 친노·시민사회 그룹의 좌장인 이해찬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았고 유인태 후보는 소위 486 등으로 구성된 손학규 지지그룹의 지원을 받았다고 볼 수 있으며 전병헌 후보는 정세균 지지그룹의 지원을 받았고 이낙연 후보는 구-민주계의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1차 투표의 결과를 놓고 2차 투표의 결과를 예상해보자면 이낙연 후보의 표가 박지원 후보로 모조리 쏠리고 유인태, 전병헌 두 후보의 표가 ‘비박연대’를 기치로 뭉치면 63대 63으로 1표 차이 승부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인태 후보와 박지원 후보가 진출한 2차 투표의 결과는 박지원 후보 67표, 유인태 후보 60표였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모든 의원의 선택을 통계적으로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음과 같은 추측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구-민주계의 대표성을 가진 이낙연 후보의 표가 거의 전부 박지원 후보에게 쏠렸을 것이라는 거다. 이-박연대에 대해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구-민주계측의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렇잖아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던 자신들의 대표자가 결국 구-민주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친노 핵심과 손을 잡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2차 투표에서 이들이 박지원 후보를 지원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앞으로 남아있는 대권 레이스 일정에서 구-민주계를 대변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존재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아마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의 통합 국면에서 겪었던 난리로부터 얻은 교훈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 박지원 의원은 손학규 당시 대표와 통합의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이후 절차에 문제제기를 하며 마지막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통합에 대한 찬반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두 번째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병헌 후보의 지지자 일부가 박지원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63대 63의 싸움에서 상대의 표를 빼앗아 오지 않으면 1표차 승부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결과는 67대 60이었으므로 전병헌 후보 측에서 최소한 3표의 이탈표가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박지원 뒤에 보이는 문재인과 안철수의 그림자

이는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박지원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범친노그룹 일반에 대하여도 이해찬 전 총리의 영향력이 일정 정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뒤집으면 박지원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범친노그룹 일반에 대한 이해찬 전 총리의 영향력이 3표를 빼앗아 오는 정도에 그쳤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이 문제의 두 번째 측면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인데, 그것은 이것이 대권레이스에서의 권력 배분에 있어서도 중요한 함의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 대해 생각하자면 이-박연대의 과정에 대한 복기가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박연대의 과정에서 문재인 상임고문이 일정 정도의 역할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을 앞의 사실과 연결시켜 보면 민주통합당에서 거의 유일하게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대권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의사를 드러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 내 의원의 거의 반 수에 가까운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대권주자인 문재인 고문에 일정 정도의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서 박지원 원내대표의 취임일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취임 직후 발언은 ‘경선관리를 공정하게 해서 당 후보를 선출한 후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를 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대선을 앞둔 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당연한 언급이기도 하지만, 이것을 맨 처음으로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앞서 언급한 사정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에 대권주자로 꼽히는 여러 명의 정치인들이 있지만 현재 현실적으로 대안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은 문재인 고문 한 명 뿐이다. 그나마도 자력으로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위원장에 승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사정이 민주통합당 내부의 계파문제와 엮여 지속적으로 새누리당에 비한 경쟁력의 축소로 귀결되는 것이 이-박연대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턱걸이 승리가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정은 이해찬 전 총리가 당권에 도전하는 과정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해 승리하는 것과 같이 민주통합당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증명을 확보했다면 이해찬 전 총리의 당권 도전도 무리 없는 수준에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문재인-이해찬으로 대표되는 친노그룹 일부에 대한 손학규, 정세균, 김두관 등 다른 대권주자를 지지하는 그룹들의 도전이 예고되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는데, 이제 와서 출마를 다시 검토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강행돌파 하거나 적절한 그림을 만들어 퇴각하는 수밖에 없는데 어느 쪽을 택하든 감당해야 할 정치적 내상이 크다.

'관리형 대표'의 임무

이러한 상황들을 검토해보면 정권교체에 사활을 걸어야 할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미래를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대권주자들 간의 경쟁이 당 전체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옥죄는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다. 안철수 원장이 구원의 끈을 내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모두가 진창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면 안철수 원장이 등판을 하더라도 정권교체는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고, 정권교체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분명해진다면 안철수 원장의 등판도 없는 상황이 되리라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당 내 계파 간의 분쟁은 조정되어야 할 대상이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도, 지리멸렬하게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모두 지양해야 할 때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해찬과 박지원, 두 노회한 정치인이 당 내의 상황을 컨트롤 하는 방식이 오히려 적절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이-박연대든 관리형 대표든 중요한 것은 광범위한 대중과 당 내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민하 / 정치평론가  ahrim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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