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0세기에 이런 일이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3집 컴백무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TV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랩위주의 힙합곡인 것 같았다. 그 다음에 앨범을 사서 듣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반주가 아주 육중한 스레시 메탈곡이었다.

TV가 그 헤비메탈 사운드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앨범으로 들을 땐 터질 듯한 헤비 사운드가 TV에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이게 바로 우리의 20세기였다.

그 사건 이후 TV 음향은 대폭 개선됐다. 이제 서태지와 아이들 때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적어도 그런 줄 알았었다. 이번에 방영된 <나는 가수다>를 보기 전까지는.

요즘에 복고가 유행이라는데, <나는 가수다>가 화끈한 복고를 선보였다. 20세기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풍 음향을 통 크게 들려준 것이다.

전체적으로 음향이 다 이상했지만, 특히 백두산 때가 문제였다. 원래대로라면 백두산의 사운드가 가장 무겁고 웅장하며 강력하게 들렸어야 한다. 원래 그런 음악이니까. 그런데 <나는 가수다>에선 전혀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렸을 때 처음으로 산 LP들 중의 하나가 메탈리카였다. 당시 메탈리카의 웅장한 드럼 소리에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백두산의 연주도 그런 종류의 드럼소리가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TV에선 드럼베이스 소리가 조용하게만 들렸다. 이럴 거면 왜 백두산을 세웠단 말인가?

락밴드를 세웠으면 락음악을 제대로 들려줘야 한다. 그것이 시청자에 대한 예의다. 이런 민망한 20세기 복고가 반복되면 곤란하다. 정치권에서도 민간인 사찰이라는 20세기 복고문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TV까지 가세하는 건 반갑지 않다.

MBC에선 지난 주말에 <쇼음악중심>에서도 방송사고가 있었다. 종편도 아니고, 지상파에선 보기 힘든 사고였다. 역시 MBC에서 주말에 방영된 방콕 한류콘서트도 음향상태가 이상했다. 혹시 파업의 여파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만약 그렇다면, 일단 내보내고 보자는 식으로 우격다짐으로 프로그램을 방송할 것이 아니라 먼저 방송사 내부문제부터 원만히 해결하고 프로그램의 제작기반을 정상화하는 것이 시청자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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