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쌈> '추적! 위장전입 광풍-견제없는 小왕국'의 한 장면이다.

이날 <시사기획 쌈>은 대규모 위장전입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충남 당진군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이곳 당진군의 위장전입의 규모와 행태가 '상상 초월'이다. 군수와 공무원의 전두지휘 아래 군민들이 대거 동원됐다.

이번 총선에서 당진면에 사는 한 할아버지는 읍까지 투표하러 가기도 했다. 실제 사는 곳과 달리 주소지가 당진읍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서류상으로 보면 한 집에 83명이 살고 있는 집도 있다. 아파트 한 호엔 50세대가 살고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은 '당진군의 시 승격 운동' 때문이다. 당진군을 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민종기 군수가 2004년 당선되면서 시승격을 위해 '인구 15만명으로 늘리기' 프로젝트(?)가 시행됐다. 지난 2,3년사이 당진군에 살지 않는 사람들의 상당 수가 당진군으로 위장전입됐다. 당진군은 인구 15만명 달성이 어려워지자 '시 승격'의 또다른 방법인 '당진읍 5만 인구 만들기'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본연의 업무보다 '서류상 인구늘리기'에 주력했다. 위장전입 실적(?)을 군에서 체크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불법과 편법을 가리지 않고 친인척, 외지 사람들을 다 데리고 왔다. 위장전입의 중심이었던 당진읍사무소에는 하루에 400명이 전입해오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군내 대학(신성대학)의 학생들에게 문화상품권 5만원, 돈 15만원을 주고 위장전입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의 교학처는 '중재 구실'을 한다. 한 아이의 엄마는 보건소를 찾았다가 당진읍으로 주소를 이전해주고 독감주사를 맞았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총선 때 투표안내문이 한집에 무더기씩 배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심지어 읍사무소나 보건소같은 공공기관에도 수십통씩 배달됐으며, '문화공간'에 불과한 당진문예의 전당에도 투표안내문이 배달됐다.

이쯤 되면 굳이 MBC <개그야>나 KBS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지 않아도 웃음이 절로 난다. 아니, 도대체 '시'가 뭐길래 이런 코미디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동안 당진군은 시 승격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홍보해왔다. 지방교부세가 400~500억 이상 대폭 증가하는 등 군에서 시로 승격되면 군민이 받는 혜택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KBS 탐사보도팀의 "어떤 근거로 이 수치가 나오게 된거냐"는 질문에 당진군의 담당 공무원들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공무원들은 새삼스레 교부세 규정집을 뒤적이다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근거를 내놓으라면…뭐 딱히…말하기 어렵다"(김기선 당진군청 기획실 예산팀장)

하지만 탐사보도팀의 행정부 취재결과 단순히 군에서 시로 지위가 바뀌었다 해서 교부세가 증가하진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부세는 지방재정의 부족분을 근거로 지원되는 것이지, '군'이나 '시'와 같은 행정명칭과는 관계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진군은 '곧 시로 승격될 것'이란 전제하에 각종 도시택지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읍내만 해도 개발지구로 설정된 곳이 6곳이나 된다. 이날 방송에서 취재팀이 당진의 핵심개발 지역인 수청지구 내 토지의 거래소유내역을 조사한 결과 토지 소유주 중 37%가 외지인(서울·경기·충남 사람들)이었다. 개발소문이 날 무렵 공무원들도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 지역의 토지가격은 지난 7년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5,6배가 올랐다.

결국 군수는 "다수의 군민들을 위해 시로 승격시키겠다"며 위장전입을 조직적으로 지휘해왔으나, 정작 군민에게 돌아갈 혜택은 불분명하고 이득 볼 사람은 따로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위 공무원들은 군에서 시로 전환될 경우 행정조직의 확대되어 공무원 자리가 더 늘어나므로 하위 직원들을 이용해 위장전입을 유도했다.

'기형적' 위장전입으로 인한 문제들은 지난 해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승격이란 명분 하에 이뤄진 대규모 위장전입은 시민들의 참정권 행사를 가로막았고 지난해 대선에서 당진의 투표율은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시민과 공무원들은 법 위반 사실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KBS 탐사보도팀의 취재로 드러나게 된 충남 당진군의 '비밀'.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지금까지 전혀 몰랐다고 말하는 당진 경찰이다. 두 눈과 귀를 막고 사는 것도 아닌데 그 말을 누가 믿을까.

KBS <시사기획 쌈> '추적!위장전입 광풍-견제없는 小왕국'은 KBS 홈페이지(http://news.kbs.co.kr/ssam/) 또는 KBS 탐사보도팀 홈페이지(http://tamsa.kbs.co.kr/)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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