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 노조가 '공정방송 쟁취'와 '김인규 사장 퇴진'을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한 지 50일째인 24일, KBS 보직 간부 22명이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동참하고 나섰다. 간부가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 참여한 것은 KBS 역사상 초유의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직사퇴에 동참한 김정중 다큐1팀장(KBS <다큐3일> 담당 CP)은 25일 오후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경영 기자의 해고가 보직사퇴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징계가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고 계속 (사측에) 이야기를 해왔지만, (또 다시) 징계가 나온 시점에서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는 (팀장들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보직사퇴가 이번 파업에 작은 힘이라도 되었으면 한다”면서 “정세진 아나운서의 말처럼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답게 방송하고, 기자는 기자답게 뉴스하고, PD는 PD답게 방송을 하는 순간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보직을 사퇴한 간부 22명은 지난 3일 ‘징계를 중단하고 결단을 내리길 촉구합니다’는 제목의 기명성명을 통해 김 사장의 사퇴를 촉구한 25명의 보직간부에 포함된 이들이다.

다음은 김정중 다큐1팀장의 일문일답

- KBS 파업역사상 보직간부가 사퇴를 하고 파업에 참여한 것은 최초라고 하는데, 보직 사퇴한 계기는?

"결정적인 계기는 '최경영 기자 해고'인 것 같다. 애당초 (새 노조 1기 집행부에 대한) 징계로 촉발된 파업이다. 그동안 징계를 하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고 계속 사측에 이야기해 왔으나 실제로 징계가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성명서만 쓰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간부들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 조만간 또 인사위원회가 열린다고 하지 않나."

- KBS 사측은 최경영 기자에 대해 "사장에 대한 저질욕설은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공영방송인으로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런 빌미를 안 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렇다고 해임을 받을 정도의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정도까지의 징계사유가 되지는 않지 않나. (앞으로) 우리 동료나 후배들에게 어떤 징계가 가해질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CP는 PD들과 현장에서 부딪혀 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데 후배들이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서 나갔는데 (이대로) 징계받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 KBS 사측이 새 노조의 파업을 '정치 파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임단협 결렬로 인한 파업이 아니긴 하다. 그러나 왜 지금 순간에 파업을 할 수 밖에 없었느냐에 대해서는 KBS 내에서 경험해본 사람들, 특히 제작현장과 보도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면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제작의 자율성이 많이 훼손되고, 오더성 아이템들이 많이 하달됐다. 4년 동안 쌓인 굴욕감·열패감이 폭발한 것이다.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에서 정치적으로 독립되고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손발이 묶인 상황이 4년 동안 지속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이번 파업은) 그런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 4월 3일 보직간부들의 '김인규 사퇴 촉구' 성명에 대해 KBS사측에서는 관련 기사를 쓴 출입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김인규 사장의 사퇴를 촉구한 게 아니라, 징계를 중단하라고 한 것일 뿐이다'라고 일일이 해명하면서 기사 수정을 요청한 해프닝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회사의 독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수준의 국어를 배웠으면 다 아는 것 아닌가? 김 사장이 과거에 한 말을 상기시킨 것인데, 초등학생 이하의 독해력이라고 봐야한다. 아니면 그것을 그렇게 믿고 싶지 않거나."

(4월 3일 보직간부 25명은 성명을 내어 김인규 사장이 2008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KBS 사장공모 신청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저를 둘러싸고 혼란한 KBS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어제 결심했다"고 말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결단을 촉구했었다.)

- KBS 사측이 마련한 '불법파업대응지침'이라는 문서를 보면 각 부서장이 집회장에 가서 소속 부서원의 참여 여부를 파악해 오전 9시 오후 6시에 보고 하기로 돼 있는데?

"열심히 (보고)하는 부서도 있었을 것이다. 보도부분이나 라디오 부분은 분위기상 그랬던 것 같다. 부서원의 파업에 참여하는 정도를 가지고 A, B, C로 구분해서 보고를 했다. 가장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에게 A를 주었다."

- 보직 간부 사퇴가 조합원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은데 조합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보직을 사퇴하고 나온 것이 작은 힘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정세진 아나운서가 했던 말처럼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답게 방송하고, 기자는 기자답게 뉴스하고, PD는 PD답게 방송을 하는 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파업의 결과가 제작현장의 자율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김인규 사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빨리 나가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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