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대검찰청에 출두하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오늘 오전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관련 금품수수문제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검찰에 출두한 이후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하여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수사를 하면서 드러나는 내용에 따라 결정될 일이라 추론할 수 있겠으나, 그동안 현 정권 하에서 ‘검찰’의 행보를 평가해 보면, 그렇게 '무색무취'하거나 '기계적'이지가 않다. 검찰은 특히 규모와 영향력이 큰 정치적 사건에 직면해서는 미리 기획과 의도를 가지고 수사에 임한단 게 세간의 의혹어린 시선이다. 검찰은 그동안 중요한 국면에서 사람들의 이런 의혹에 더욱 불을 지피는 정치적 행동을 보여준 바 있다.

이미 검찰은 알선수재 혐의에 한정하여, 주말께 최시중위원장을 구속시키려 한다는 검찰내부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단순한 청탁비리사건이 아니라 불법대선자금 사건"이라며, 청와대와 검찰을 압박하고 있는 양상이다.

최시중 사건에서 수사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한 잣대는 그의 금품수수에 대해 검찰이 어떤 법을 적용할 것이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검찰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조사받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에서 어디에 비중이 실릴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최 전위원장이 금품수수는 인정하면서 그 돈을 대선 여론조사에 썼다고 밝혔다가 번복한 상황은 청와대에 대한 ‘경고’로 읽히기도 하지만 금품수수 상황에서 가장 형량이 낮은 쪽이 정치자금법 위반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 전 위원장 본인이 살려면 받은 돈을 대선자금으로 만들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가져가는 쪽이 맞겠으나, 정권의 부담을 줄이려면 직무상 관계는 없지만 청탁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알선 수재로 가는 쪽이 맞다. 그래서 검찰이 알선 수재에 치중한다면 일종의 ‘덮고 가기’로 볼 수 있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해서 대선자금 문제까지 밝혀내야만 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는데 중요한 배경설명으로 작용하는 지점이 바로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이력이다.

▲ 부산저축은행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의 모습 ⓒ연합뉴스
최재경 중수부장은 한나라당 최병렬 전 의원의 조카이며 디도스 사건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최구식 의원의 사촌이다. 경남 산청 출신이지만 대구고를 나온 탓에 PK가 아닌 TK인맥으로 흔히 분류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일 당시 BBK 주가 조작 사건 수사를 맡아 무혐의 결론을 내리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 1168호(2012년 3월) 보도에 따르면, BBK 주가 조작 사건 수사 발표 기자회견장을 나오면서 기자들은 “최검사는 다음 정권에서 대검 중수부장 자리는 떼어놓은 당상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뀐 후 그는 실제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거쳐 작년 8월 중수부장에 올랐다. 수사기획관 재직 당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고 중앙지검 3차장 당시 미네르바 사건과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사건을 담당했다. 이런 이력으로 그의 이미지는 ‘친여 성향’으로 각인되어 있다. ‘파이시티’ 검찰 수사가 정권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 ‘덮고 가기’ 수사가 될 거라는 판단의 배경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최재경 중수부장의 인물평조차도 검찰 내부에선 “정치색이 진짜 없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검사”란 것이 대세라고 한다. 또 애초 ‘파이시티’ 수사 자체가 검찰의 기획수사가 아니라 우발적으로 불거진 것인데, 미리부터 대선자금으로 쓰였단 결론을 내리고 이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검찰은 정치검찰이라 비판하는 것은 무리한 논법이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검찰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에서 볼 때도, 임기 말 검찰은 언제나 ‘죽은 권력’ 혹은 ‘지나가는 권력’에 대해선 혹독한 수사를 하며 신구세력 모두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해 왔다는 문맥에서 현재의 상황을 해석할 수도 있다. 검찰에게 중요한 것은 총선이라기보단 대선인데, 민주통합당조차 ‘파이시티’ 사건에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엮어 넣을 방법을 딱히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검찰 입장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무엇이겠느냐는 지적이다.

현 정권하에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킨 검찰이 본격적인 레임덕에 돌입한 MB정권과 결별을 선언할 단호한 칼을 휘들 것인지, 아니면 검찰의 인사철을 앞두고, 최시중의 대선자금 견제구에 놀란 인사권자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덮어두기' 수사를 할 것인지, 그 수사방향의 키는 일단 실무 수사책임자인 최재경 중수부장에게 넘겨진 상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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