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됐던 <미디어스> 설문조사 '삼성특검 수사, 당신은 어떻게 보십니까'가 마무리됐습니다. 참여해주신 총 103명의 독자 여러분께 고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재벌에겐 너무도 관대한 특검의 행태에 질려서였을까요. 아니면 특검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일까요? <미디어스>의 이번 설문조사 참여율이 그동안의 설문조사에 비해 '상당히' 저조하군요. 그간의 <미디어스> 설문조사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 '유인촌 코드인사 발언' '한반도 대운하'에 각각 434명, 332명, 289명이 참여한 것과는 사뭇 대조됩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삼성특검을 '봐주기 수사'라고 평가하신 분은 81명(79%), '의지도 없고 결과도 미흡했다'고 하신 분은 19명(18%)입니다. 삼성특검을 '부정적'으로 보신 분들이 100명(97%)에 이르는 군요. '경제 등을 감안해 여기서 마무리해라'고 하신 분은 1명(1%),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신 분은 2명(2%)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번 설문조사에서 삼성특검을 '부정적'으로 보신 분들이 97%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저희 매체의 '진보적 성향'을 고려했다 하더라도, 수치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만큼 이번 삼성특검이 '별볼일 없었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됩니다.

삼성특검 수사는 지난 17일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10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마무리됐습니다. 이재용씨에 대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이 모두 불법으로 확인됐고, 이건희 회장이 이에 대해 '보고 받았다'고 시인했지만 결과는 불구속 기소입니다. 또 천백여 개의 차명계좌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고 팔아 양도소득세 1129억원을 포탈한 것으로 결론내렸지만 삼성특검의 결론은 불구속 기소입니다.

특검팀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배임이나 조세포탈 범죄와 다르다고 보고, 삼성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피의자들을 구속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탈세액이 천문학적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뭐 이해는 합니다만 '삼성 봐주기' 논리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특검의 이 같은 '삼성 봐주기'가 과연 진정으로 삼성을 위하는 길일지에 대해서도 의문입니다.

삼성특검은 장장 99일 동안 삼성 비자금 의혹 등과 관련한 '모든 것'을 조사했습니다. 곰이 마늘·쑥만 먹고 사람으로 변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되지만, 삼성특검은 도대체 뭘 제대로 한 것인지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전현직 임원 명의로 된 차명계좌 1300여 개를 찾아냈음에도 '비자금이 아니다'라는 삼성 쪽의 입장을 받아들여 정밀하게 추적하지 않았습니다.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남에도 압수수색을 제때에 하지 않아 삼성 임직원 분들이 증거를 숨길 시간을 벌어주기도 했지요.

각설하고. 22일 삼성이 '경영쇄신안'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전격 퇴진하고, 이재용씨가 고객총괄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지요. 하지만 논란의 핵심이었던 '경영권 승계구도'는 그대로입니다.

지난 2월 CEO 교육 기관인 세계경영연구원(Institute of Global Management)이 국내 CEO 1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CEO들의 89%가 "삼성 비리조사는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도움된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기형적인 삼성 비리의혹을 들춰내고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겁니다.

이제 삼성은 '언발에 오줌누기' 좀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기형적인 지배구조, 천문학적인 비자금 등 불투명한 경영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만이 해답임을 삼성 스스로 깨달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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