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는 총선 결과와 향후 정국 전망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주류매체의 총선평가 지면에 등장하지 않는, 재기발랄한 20~30대 청년논객들만 모아 방담을 진행했다. 참석자는 김민하(주간경향 2030세상 읽기 필자, 총선 기간 진보신당 홍보실 국장), 조윤호(한겨레 2030잠금해제 필자, 대학생), 최태섭(경향신문 2030콘서트 필자, 문화연구 박사과정)이었다. 미디어스에서는 윤성한 편집장과 한윤형 기자가 나갔다. 미디어스 측의 발언은 ‘미’로 표기하고 나머지 참석자 발언은 성씨를 따서 표기한다.

진 건 진거지, 왜 안 졌다고 해?

미: 결과보고 야권이 졌다는 이도 있고 나꼼수 덕에 이만큼이라도 이겼단 이도 있는 등 말이 갈리거든요. 결과 총평부터 해주시죠?

▲ 김민하씨

김: 진 거죠. 물론 민주당 의석숫자가 80석에서부터 127석으로 늘어나고, 수도권에서 세력관계의 반전이 있었기 때문에 평가할 소지는 있습니다. 근데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그동안 조성되어 왔던 환경들, 즉 SNS를 필두로 한 매체환경 변화, 일반시민들의 여론, 정권 말이라는 특성, 이런 것들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 결과면 패배이지 않겠는가, 라는 말이 가능하고요. 두 번째는 선거과정에서 나왔던 여러 가지 현상들을 봤을 때에도, 패배라고 평가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듣기로 새누리당 입장에선 선거 중반엔 전체적으로 100석도 어려울 거란 비관적 평가가 있었거든요. 그에 비한다면 수습을 굉장히 잘해서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이고 이와 대조적으로 야권은 계속 지리멸렬한 행보만 하다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못 올렸기에 정치적으로는 패배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게 아닐까 합니다.

미: 하지만 나꼼수 덕에 이만큼이라도 이겼다는 말도 거듭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김: 음... 그렇게 따지면 진보신당도 안 졌습니다? (웃음)

최: 그런 슬픈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웃음) 선거 끝나고 친구들이 많이 했던 말이, 내 (트위터) 타임라인에선 진보신당이 여당, 녹색당이 제1야당인데, 결과는 왜 이러냐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김: 그건 그 사람이 타임라인을 잘못 구성한 거죠. (웃음) 뭐 근데 그건 원래 자기취향으로 하는 거니까... (급수습)

조: 예전에 채널A 섭외 받아서 동아일보 관계자 만난 적 있는데, 그런 말을 하더군요. 요새 인터넷 보면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다. 사실 보수적인 생각 가진 국민들이 더 많은데, 인터넷이나 SNS나 나꼼수팬층에선 개혁적인 시민들이 과잉대표되는 거에요. 근데 이놈이 쌔지면 반작용도 더 쌔지잖아요. 학교에서도 운동권이 쌔면 반권도 쌔지고, 게임에서도 유저가 잘하면 최종보스가 다시 설정되고. (웃음) 사실은 MB심판을 말하면 말할수록 보수적인 사람들도 단합하게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저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생기고 말이죠. 이런 분위기를 포착 못한 것이 아닌가. 김용민 ‘막말파문’ 도 그렇죠. 민주당에서 사건 터지자마자 입장표명했어야 했는데 질질 끌었죠. 김용민을 버리면 나꼼수 표가 날아간다, 이런 말 하면서. 근데, 모르는 거에요. 버렸을 때 날아가는 표가 더 많은지, 끌고 갔을 때 증발하는 표가 더 많을지, 따져봤어야 하는 문제인데,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보면 MB심판이란 대의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공감했는지도 살짝 의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최: 저는 이번 선거 결과를 봤을 때, 여러 가지가 한방에 날아간 선거가 아닌가. 두서없이 읊어보자면, SNS 대세론, 나꼼수 대세론, 정권심판론, 이 모든 것들이 다 한 번에 날아갔죠. 반MB 밖에 없었기 때문에 선거에서 망했다는 얘기를 지금 하죠? 근데 이런 문제는 저도 예전부터 줄곧 지적해온 얘긴데, 이번에 보면 또 하나의 문제가 반MB도 제대로 못했다, 이런 겁니다. 일목요연하게 MB를 왜 심판해야 하는지를 야권이 정리를 해주지도 못했어요. 자리싸움에만 치중해서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반MB에 안주한단 비판과 별개로, 반MB라도 조직적으로 잘 했다면 이 정도로 처참한 결과는 안 나왔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민간인 사찰도 잘 활용을 못한 상황 아닌가요?

미: 그기에는 민간인사찰 특종을 보도한 KBS 새노조의 실수도 있었구요...

두 개의 방패로 서울을 포위한 새누리당

김: 근데 그 문제는 (야권이 못한 것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이 방어를 잘 한 것도 있어요. 저는 새누리당이 정확히 두 개의 프레임을 가지고 선거에 임했다고 봅니다. 그중 하나는 박근혜와 이명박의 차이점을 제시하면서 이명박 심판론을 무력화했다는 거구요. 두 번째는 일종의 반격논리인데 친노를 심판하자는 거에요.

이게 민간인 사찰 건에 대한 반격에 어떻게 드러나는지 봅시다. 먼저 박근혜도 사찰대상일 수 있다고 말하죠? 이게 첫 번째 전략, ‘분리’에요. 그러니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엔 타격이 크게 안 오죠. 우린 청와대 하는 소리 잘 모른다는 무책임한 말도 이 전략에 기반한 거구요.

그 다음으론 현재 민주통합당 주류가 친노세력이고 이 선거에 친노 입김이 작용하고 있고, 주요 대권주자도 친노이기 때문에, 잃어버린 10년, 참여정부를 통해 고통을 받지 않았냐, 친노 심판하자, 이게 민간인 사찰 문건 80%가 참여정부 거란 주장에 나타나는 거죠. KBS 새노조 얘기하셨는데 확인 안하고 문건 터트리면서 이 말도 안 되는 물타기에 당하게 됐죠.

이렇게 두 가지 차원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반MB전선, 정권 심판론이 제대로 기능을 못한거죠. 그럼 이게 안 먹혔을 때 다른 던질 프레임이 있었느냐. 2010년엔 무상급식이란 걸 던져서 승부를 봤잖아요? 이번엔 그런 것도 없었어요. 보편적 복지를 강령에 넣었지만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선거 중 나온 쟁점이란 게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였는데요, 민주통합당 입장이 불분명해요. 한미FTA 폐기인지 재협상인지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제주해군기지 문제도 똑 떨어진 답을 못 냈고, 그러다보니 이런 문제도 친노심판 프레임에 걸려들어 버린 겁니다.

미: 한미FTA나 제주해군기지나 참여정부가 추진해놓고 왜 거부하느냐라고 공세했죠?

김: 그렇죠. 무책임하단 얘기가 나온 거죠. 민주통합당이 입장을 가지고 있다기보단 야권연대를 하기 위해 통합진보당 입장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준 거죠. 수구언론에서 그렇게 공격하기도 했지만 민주통합당에서도 제대로 된 입장을 못 냈어요.

최: 그러면서 야권의 지지층과 선거운동 전략에서 수도권 편중이 되게 심각하다는 게 결과로 나왔다고 봐요. 지방에서 느끼는 박탈감이 굉장히 많다고 봅니다. SNS 통한 선거운동이나 투표율 독려라는게 과연 지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제가 2009년도에 제주대에서 학술발표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슈인 용산 얘기하고 촛불 얘기하고 그랬어요. 근데 발표 끝나고 나니 제주대 사람들은 이 문제들에 아무 관심이 없어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었습니다.

이 사람들에겐 재개발이나 부동산 문제가 딴 나라 얘긴 거에요. 집을 두 채씩 가지고 있는데, 농장에 하나 서귀포 시에 하나 뭐 그렇게 가지고 있는데, 부동산 투기를 어떻게 이해해요? 제주도는 리조트 지역이나 신제주시 아파트촌 아니면 부동산 투기가 없어요. 그래서 용산문제로 서울의 진보세력과 대화할 수가 없는 겁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차가 분명히 있어요. 강원도의 소외감도 비슷한 상황이 아니었을까요? 이번에 진중권 선생님이 선거결과 보고 수도권이 시대정신을 대표한단 말씀을 하셨는데요. 물론 일리도 있지만 위험한 부분도 있죠. 수도권에 자원과 인구가 집중되어 있고 중요한 지역인 건 맞지만, 여기도 결국 지역이에요. 수도권만 가지고 뭘 할 수 있다고 보면 안 된다는 걸 이번 선거가 보여줬다고 봅니다.

김: 중요한 얘기인데요. 전 이렇게 봅니다. 수도권이 선거의 중요한 부분인데, 사실 자세히 보면 경기도에서도 민주통합당이 좋은 성과 나온 게 아니고, 핵심은 서울입니다.

미: 경기도도 보면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들에서만 민주통합당이 이기는 걸로.

▲ 말하자면 이런 결과가 나왔다. 국민일보 4월 12일 1면 사진

김: 맞아요. 그래서 핵심은 서울인데, 여기는 말하자면 전통적으로 중앙이슈란 것의 지배를 받는 동네거든요. 민간인 사찰, 김용민 막말파문, 이명박 심판론, 나머지 지방에서 볼 때는, 이 동네들도 제각기 정권 심판론을 가지고는 있는데, 결은 달라요. 수도권은 추가적인 계발이 뉴타운 정도 빼면 불가능하죠. 서울사람들 입장에선 집값이 올랐으면 좋겠다, 뭐 이 정도? 국회의원이나 정부에 대해 개발계획을 특별히 바라지 않아요. 근데 지방은 개발계획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이 부분을 중앙여론에선 신경 안 쓰죠. 그래서 지역의 박탈감, 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그런 것들이 이번 기회에 드러났다고 봅니다. 솔직히 SNS에서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토론하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반MB정서, 보수언론에 다문화주의를 뺏기다?

최: SNS가 어쩌면 예전의 블로그보다 더 폐쇄적인지도 몰라요. 기존 인간관계에서 출발하고 결국 자기 타임라인만 보게 되거든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선 의견그룹이 너무 강해요. 그리고 결국 내부그룹이고 다른 의견이 침입을 못합니다. 제 타임라인만 보고 있으면 의견들이 다 제 맘에 듭니다.

미: 리트윗 때문에 괴로울텐데요?

최: 아 그건 논외로 하고. (웃음)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몇 군데만 다녀도 상황이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저같은 경우는 유머커뮤니티를 자주 다니거든요. 유머커뮤니티에도 좌우가 있어요. (폭소) 좌는 ‘오유’(오늘의 유머), 우는 ‘일베’(일간베스트)라 보시면 됩니다.

근데 ‘오유’를 보면, 김용민 사건 났을 땐 무조건 김용민을 옹호했어요. 이자스민 학력문제 나오자 막 이자스민을 비난했지요. 그리고 수원 살인 사건 났을 땐 조선족에 대한 불만과 혐오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거든요. 자신들이 겪은 외국인 노동자 범죄, 성폭행, 이런 걸 얘기한단 말예요. 그래서 보수언론이 만들어낸 사기라는 견해도 있지만, 이젠 진보 쪽이 외국인 혐오증이 더 심하단 얘기가 맞아요. 다만 그게 트위터에서 주도적으로 보이는 현상은 아닌 겁니다. ‘일베’는 ‘홍어’와 ‘라도’를 까는 반호남 인종주의자들이 모여 있구요. ‘오유’에는 반이주노동 인종주의자들이 모여 있는 게 맞습니다.

이건 이번 선거 이전부터 있었던 경향인데요. 한국 사회에도 이제 호남차별 문제를 넘어 이른바 ‘선진국형 파시즘’이라 부를만한 게 도래한 거에요. 이건 기존의 호남혐오에 비하면 사회가 좀 더 발전해야 생길 수 있는 거니까, 진보라 믿는 이들이 이걸 가지고 있으면서 그게 진보와 모순되지 않는다 믿는 정서가 광범위하게 있습니다. 반MB와 반여성과 반이주노동자가 같이 갑니다. 반MB를 외치는 이들에 그들이 껴있는 거에요. 근래에 개혁적 시민들이 주도한 시위에서 두 번 정도 폭행사건이 있었잖아요? 여의도 나꼼수 시위에서 노무현 욕했다고 맞은 사람 있었고. 이번에 대한문 앞에서 ‘슬럿워크’ 여성들을 향한 폭력이 있었어요. 물론 이건 수많은 개혁시민들 중에선 소수일 겁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이런 경향이 포착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그 경향이 더 결집하게 된 느낌도 있어요.

▲ 어떤 이들의 사고회로에선 이와 같은 흐름이 자연스럽다는 거다.

조: 그래서 보수언론이 다문화주의를 가져가는 기현상이 일어나죠.

최: 근데 이 의제를 보수언론이 꾸준하게, 정론으로 가져갈 수는 없어요. 해봤자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잔 정도이고.

미: 그들을 한국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 그 사람들 없으면 국가가 안 돌아간다. 일 시켜야 한다.

미: 사람 불러야 한다. (웃음)

최: 그렇지 그런 거고, 더 이상 얘기를 할 수가 없는데, 문제는 진보 쪽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나 해법이 없는 겁니다. 특히 실제적으로 부딪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데, 어떤 답을 내놓았는가. 일용직 노동자들은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자기 임금 깎여나간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해법을 내놓았는가. 문제인식을 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전혀 없지 않았는가. 김용민 사건도, 페미니즘을 저쪽에서 가져가서 저렇게 써버리면, 김구라 파문을 수구 쪽에서 썼는데요. 물론 수구 쪽에서 평소에 하던 발언 중 그보다 더 심한 게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이쪽은 문제제기만 나오면 망하는 거에요. 진보 쪽은 더 도덕적이란 이미지와 그래야 한단 요구가 있으니까요.

미: ‘쫄지마 씨발!’이 그런 것에 쫄지 말고 이쪽이 더 결집해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하잖아요?

조: 김용민 사건 때 김어준씨가 ‘우리 다같이 비를 맞자’고 했는데,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죠, 우비를 입던지.

최: 기우제는 자기들이 지내놓고 왜 비는 같이 맞자고 할까요? (웃음) 그것도 답은 아닌데, ‘우리편 까지 말아요’와 ‘우리편이라 더 까야 해요’ 사이의 절충안, 제3의 길, 이런게 보이지 않는. 답답한.

김: 오히려 다문화가정이나 이런 것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발언을 해온 것이 이명박 정부고, 우파들이 그런 대책이 필요하다 얘기하고, 수구보수는 국가를 통치하는 관점에서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근데 민주당이나 지지자들은 어떤가. 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거나, 갖고 있더라도 얘기하지 않는다. 지지층들이 싫어하니까. 그래서 중도그룹에선 더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 가질 법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미: 그 말을 들으니 박정희 대 윤보선 1963년 선거가 떠오르는데, 윤보선이 박정희가 남로당 출신이라고 폭로하니까, 박정희가 메카시즘이라 맞섰고, 그러다 보니 영호남 농민의 표가 박정희에게 몰리는 신기한 일도 있었죠.

절대왕정 vs 부족연합국가

최: 하지만 새누리당이 잘 한 이유를 좀 다르게 봐야 할 게 있는데, 비대위란 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상 박근혜의 자의적인 권력행사였거든요. 당내에서 위기의식이 공유되는 상황에서, 박근혜에게 일임한다는 뭐 그런 상황이었죠. 물론 이게 상시적으로 나올 수 있는 리더십은 아닐 거에요.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주어질 수 있었던 ‘전제적’인 리더십으로 잘 돌파를 한거죠. 비대위원으로 영입한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을 잘 활용하고요. 전반적으로 저쪽은 절대왕정인데 이쪽은 부족연맹왕국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니 절대왕정이 부족연맹왕국보단 효율성이 높죠. 양쪽 다 민주주의는 아니었어요...

김: 새누리당은 박근혜라는 이미 결정된 대권주자가 있었죠. 그래서 여기에 ‘스핀닥터’들이 붙어서, 대권과 연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그러니까 대권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선거를 기획했습니다. 색깔도 빨간색, 당명은 새누리, 네거티브가 터졌을 땐 이렇게 대응, 아주 기술적인 건데요, 이게 되는 이유는 결국 박근혜는 이미 결정된 대권주자이기 때문입니다. 민주통합당은 이게 안 돼죠. 앞서 말했듯 부족연합에 불구하고 각 상황마다 각 계파의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하니까요. 스핀닥터가 있다 쳐도 각 계파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을 뿐이거든요.

조: 예전에 이준석을 만난 술을 마신 적이 있었어요. 제가 ‘민주통합당이 먼저 불렀으면 갔을 거냐’라 물었더니 ‘안 갔다’고 답하더라구요. ‘민주통합당 가서 뭘 할 수 있는 게 있느냐, 가 봤자 아무것도 못했을 거다’라고 합디다.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비대위원을 20대에 주고 그가 마음대로 말하고 일부는 반영도 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을 줄 깜냥이 현재의 민주통합당에 없는 겁니다. 청년비례대표 한다고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생난리 쳤는데 이준석 손수조만큼 뜬 사람 있나요? 이준석과 손수조는 이제 모든 사람이 다 아는데, 청년비례대표 이름 누구 아는 사람 있나요?

미: 김지윤은 알겠네요. (웃음)

조: 떨어졌죠. (웃음)

최: 이준석이나 손수조처럼 자질없는 애들 튀어나와 문제가 많다 그러는데, 그럼 자질 좀 있는 애들 불러서 난리를 치게 해줬으면 훨씬 잘했을 거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이 들어요. 민주당 쪽에선 이십대를 어떤 식으로 다뤘는가. 닥치고 우리에게 투표나 해라, 그럼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리고 투표 안하면 너희 개새끼다, 이러고 가버린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 미래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는 것 아닌가 싶어요.

김: 이준석에겐 비대위원이란 권한을 줬고, 손수조 경우도 일개 후보가 아니라 문재인에게 붙여준 거고, 박근혜가 몇 번이고 찾아가서 힘을 실어줬으니, 차이가 있는 거지요.

최: 손수조를 문재인에 붙인 건 신의 한수죠. 문재인 입장에선 이겨도 져도 문제에요. 구도 자체가 소녀와 아저씨. 그냥 아저씨도 아니고 야권 중진에 유력 대권주자. 이게 선입견일 수 있는데, 아저씨가 뭔가 억지로 뺏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웃음)

조: 문재인은 지면 끝나니까, 총력전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부산에 묶여버린거죠. 박근혜가 자꾸 내려온단 말이에요. 그럼 문재인은 지키기 위해 서울에 올라올 수가 없는 구도가 만들어지죠. 새누리당 입장에서 볼 땐 참 묘책이죠.

최: 총선구도 자체가 참 구렸어요. 민주당이 준비한 게 없었어요. 할 얘기가 없었어요.

미: 새누리당 사람들은 김용민 때문에 이겼다고 많이 평가하는데, 반면 정청래 같은 이는 나꼼수가 없었으면 수도권서 이만큼도 못했다고 말하는데, 두 시각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요?

김: 둘 다 일리는 있죠. 왜냐면 수도권 바람을 일으킨 요소들 중 하나가 나꼼수인 건 맞으니까요. 근데 김용민 막말파문이 타격이 되었던 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민주당 대응이 대단히 비합리적이었단 거죠. 선거에도 흐름이 있는데, 악재가 터졌을 때 대항하는 태도란 게 있는 건데, 새누리당은 이에 프레임으로 대응했지만, 프레임 대응이 안 되는 것에 대해선, 이 논란 자체가 빨리 끝나도록 해야, 치워버려야 하지요. 그래야 지지층이 일시적으로 실망하고 등을 돌리더라도 다시 결집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근데 여론동향 보면서 어영부영하다가 사나흘을 날렸어요. 그래서 흩어진 지지층이 다시 결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재결집하다가 투표가 끝나 버렸어요. 야권층은 다 모이지 못한 거죠. 그래서 둘 다 일리는 있다고 봅니다.

조: 말씀하셨다시피 둘 다 일리는 있는데, 앞으로의 행동을 생각하면 그 가치는 다르다봐요. 나꼼수 때문에 이겼다 했다고 하면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죠. 그냥 나꼼수 인기 업고 계속 간다? 이런 말 밖에 나올 수 없는 거구요. 그래서 당에서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유의미한 분석은 당에서 김용민 사건에 대해 잘 대처하지 못했다, 이쪽이라 봐야 할 거 같아요.

최: 제일 큰 책임은 민주당이죠. 민주당을 까야 합니다.

통합진보당은 정말로 성공한 걸까?

미: 그래도 민주통합당 얘기는 많이 나왔다 봅니다. 통합진보당은 어떨까요?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은 선거 패배에 대해 민주통합당 핑계를 대던데 그건 또 민주통합당 관계자들 보기에 기분이 그렇지 않을까요?

김: 민주당 입장에선, 민통당이 우측으로 좀 가면, 통진당이 좌측으로 좀 가야하죠. 선거전략이란 측면에선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서 중도에서 좌까지 야권연대가 모두 가져가야 하는 건데요. 선거프레임의 측면에서 볼 때 통진당은 민주당을 계속 압박해서 좌측으로 끌어오고요, 자기들은 우측으로 계속 이동했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야권연대가 커버하는 영역이 크지 못했습니다. 분업을 잘못한 거에요. 통진당 플래시광고, 신문광고, 공보물 다 보면, 기존에 그들이 걸었던 길도 아니고, 최소한의 일관성이 없습니다.

미: 내용이 없었다는 지적이 더 많지 않나요?

김: 내용없이 이미지만 있다 하더라도 일관된 선거전략을 던져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MB심판이나 야권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처음엔 이정희의 눈물을 부각시켜서 자기들이 큰 희생을 했다고 말하다가, 중간엔 유시민이 나오는 신문광고에서 복지정책 얘기를 하다가, 나중엔 꽃 달고 리본 달고 그런 걸 하니, 선거전략에서도 좋지 않고, 중구난방이고, 당으로서의 존재감이 사라지게 된거죠. 오히려 야권연대의 힘을 깎아먹었어요. 인터넷 홍보 동영상 하나를 보면 남한 8도의 사람들이 나와 사투리로 정치에 대한 욕을 합디다. 충청도는 10분이 지나도 말을 안 한다든가, 뭐 그런 차원의 개그에요. 결국 그 광고가 얘기하잔 바는 썩은 정치 심판하자 프레임인데, 그렇다면 그걸로 끝까지 가던지. 이도저도 아니었지요.

최: 광고는 최악이었어요. 결국 그런게 유시민 센스인데.

조: 홍그리버드가 나았죠.

김: 그건 선거플래시의 명작입니다. 박물관에 가야죠. 네이버 들어갔는데 배너가, “새누리당 새됐다?” 안 누를 수가 없는 거에요. 도대체 어떤 놈이 이걸 했지? 선거 때면 정당광고 보기 싫은데, 눌러야 돼. 눌렀더니 홍준표가 이러고 나오는데, 충격적인 마케팅이었죠.

최: 나를 불태워서 너희들을 살려주면 나중에 너희가 살려주겠지? 뭐 이런 구도죠. 야권은 따라할 수 없는... 하여간 남들 선거하고 있는데 민통당 통진당은 와서 청첩장 뿌리고 “우리 결혼해요~”하는 느낌이었어요. 2002년 노무현 이후 야권의 승리공식으로는 단일화가 대세인데, 결국 단일화 약빨도 이번에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나, 싶어요. 단일화 말고 다른 시나리오를 찾아야 하지 않았나. 정치도 유행이 빨리 바뀌는데 말입니다. 근데 아직 새로운 것이 오지 않았단게 냉엄한 현실인 것 같아요. 더 고민을 해야 합니다.

조: 단일화에도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약했어요. 주변 친구들 반응보면 선거공보물 보면 야권정당들은 MB심판 밖에 없더라고 말하거든요? 특히 민통당과 통진당이 그랬어요.

김: 단일화란 것이 지지자의 단순덧셈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안 났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게 이번 선거 결과이지요. 그간은 단일화만 하면 다른 정책적 컨텐츠 없이도 그것만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줘서 플러스 알파가 나온다고 말했는데, 뭐 문성근이 ‘국민의 명령’ 만들 때의 주장이기도 하죠. 근데 그게 이번에 잘 안 될 수 있단 점을 보여준 겁니다.

▲ 조윤호씨

조: 통진당은 선거결과의 차원에서도 우려할 만한 지점이 있어요. 민주노동당 때 닦았던 노동자 지역구에서 다 밀리고 민주당에서 양보한 수도권과 호남지역에서 이긴 셈이 되었단 말이에요. 이렇게 해서 독자생존이 가능할까? 뭐 그런 의문이 듭니다. 결국 통진당이 승리한 양보한 지역구 대부분은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지역구였어요. 양보를 안 했으면 야권 전체 몫은 더 커질 수도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민주당 입장에서도 야권연대의 필요성이 반감되었다, 뭐 그런 상황으로 보여지구요. 물론 그렇다고 야권연대 자체를 전적으로 내치지는 못하겠지만, 통진당 지반 자체가 많이 약화된건 사실이에요.

미: 노동자 지역구에서 안 된 건 진보신당이 발목잡아서 그랬다는 주장도 있지 않습니까?

김: 택도 없는 얘기죠. 발목은커녕 발톱 하나 잡을 수 없는 힘이 없었는데... 함께 나온 지역구가 두 세 개 밖에 없었구요, 그것들을 조정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저런 사유 때문에 잘 안 됐는데, 그 중에서도 유의미한 득표를 한 곳은 창원 성산 정도 밖에 없어요. 그렇게 치면 진보신당도 경남 거제에서 통진당 조직이 안 움직여줘서 떨어진 거나 다름 없죠. 하여간 대부분 유권자들이 진보신당이 따로 있는 줄을 몰랐습니다. 당에서 있으면 전화가 걸려와요. “진보신당이죠? 유시민 좀 바꿔주세요!” “아 저희는 유시민과는 관련이 없는 당이구요. 노회찬 심상정이 있다가 탈당한 진보신당이라고 하는...” “아 그런가요? 그럼 노회찬 좀 바꿔주세요!” “말씀드렸듯 노회찬도 탈당하고 없는데요...” “그럼 그 당은 도대체 누가 하는 거죠?” “저희는 홍세화 대표와...” “뚝” (폭소) 이런 식입니다. 통진당에 문제가 생기면 진보신당사 전화기에 불이 났고, 홍세화나 김순자가 유세를 잘 하면 시민들이 손을 꼭 잡으면서 ‘진보당 꼭 찍어 주겠다’ 말씀하셨어요. 이게 객관적 현실인데 발목을 잡았느니 마느니 하면 안 되죠.

최: 내부에서도 통진당은 문제가 있지요. 이름에 ‘통합’이 들어가 있는데, 자기들부터 통합을 해야지, (웃음) 야권통합을 말하기 전에, 그들부터 통합을 하셔야 하고, 결국 이번 총선의 승리자는 경기동부?

조: 당장 북한 인공위성 논평가지고 이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싸움의 신호탄이 올라갔죠.

조: 보수언론이 자꾸 통진당의 북한 편향에 관한 문제를 제기할 테고요. 그럼 민주당 내부에서도 너무 왼쪽으로 끌려가고 있다, 그래서 중도층을 놓치고 있다, 란 반응이 나올 수 있죠. 이렇게 통진당 문제도 야권연대 전체 문제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철저한 검증을 받을 수 있단 점을 주목해야 해요. 조선일보 보도 보면 마치 경기동부가 프리메이슨이 것처럼, 경기동부가 통진당을 움직이고 통진당이 민주당을 움직이는 것처럼 묘사해 왔는데, 이 전략이 끝까지 가겠죠.

최: 선거할 때는 괜찮았어요. 당 자체가 일종의 선거연합이었으니까요. 근데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투쟁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경기동부가 비례를 독식한 게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어요. 당을 꼭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건 비례의원들인데, 거의 다 자기들이 먹어버렸으니 설득할 명분이 없어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당을 절실하게 지켜야 하는 건 경기동부 밖에 없는 겁니다.

조: 저는 처음에 3자통합이 이루어질 때는 국민참여당이 주도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어요.

최: 대선도 문제죠. 물론 단일화 판에 끼고 싶어 하긴 할 텐데, 그 전에 후보가 누구로 되느냐는 큰 문제니까요.

김: 이정희 대 유시민으로 가겠죠. 경기동부는 이런 논리로 이정희를 밀겠죠. 첫째는 대중성, 둘째는 이정희는 원래 경기동부 핵심이 아니었음으로 이것은 타 정파에 대한 양보다. 이러면 유시민은 벙지는 거죠. 그럼 노(회찬)와 심(상정)이 유시민의 팔다리가 되어 함께 싸워야 합니다.

최: 아니면 그냥 뭐 자기 지역구에 짱박혀 ‘몰라!’하면서 안 나올 수도 있어요.

미: 사실 민주당과 경선이나 하니까 부정 문제가 불거진 거지 당내투쟁을 할 때는 NL이 숫자가 월등하니 부정도 필요없지 않나요?

김: 당내에서는 부정이 아니라 억지를 씁니다. (웃음) 좀 이상한 짓을 해놓고 억지를 쓰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부정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안철수 등판’에 대한 전망

미: 안철수가 결국엔 나올 거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고 계신지?

최: 닉네임을 붙여줘야 할 것 같아요. ‘간철수’라고... 계속 간만 보고 있네요...

김: 계획이 바뀐 것 아닐까요? 플랜A에서 플랜B로 바뀐 것일지도 모릅니다. 원래는 야권이 총선에서는 이긴다고 보고 8~9월 즈음에 나와 문재인과 단일화를 하고 후보가 되거나 물러난다는 것이 플랜A였을 것 같습니다. 근데 예상 외로 패하면서 좀 급하게 나와야 하는 상황이 온 겁니다. 비유하자면 마무리투수로 1이닝만 가려고 했는데, 불펜에 있다가 몸도 덜 풀렸는데 갑자기 올라와야 하는 그런 상황이죠. 근데 지금 올라오지 않으면 그것도 답이 없거든요. 선거 여론이 급격하게 박근혜 쪽으로 쏠릴 테니까요. 그래서 나와야 하는데, 아마 자기 생각엔 아직 준비가 좀 덜 됐고, 그래서 냄새만 피우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합니다. 야권의 날아간 지지층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안철수의 과제겠지요. 일각에선 입당하란 사람도 있지만 뭐, 그건 지금 시점에선 큰 의미가 없는 얘기인 것 같구요.

조: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민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넘어간 중도층을 안철수가 끌어올 수 있느냐는 것. 둘째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 안한 이를 안철수가 끌어올 수 있냐는 것. 이점만 보여준다면 야권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요. 이걸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없으니까요.

최: 새벽 3시에 뜬 (중앙일보의) 안철수 출마선언 기사보고 실시간 ‘멘붕’했어요. 말하자면, 민주화시대의 종언 아닌가. 안철수는 문국현과 다를 건 또 뭔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멘토도 하고 그랬지만, 정치관이랄게 없잖아요? 총선에 느닷없이 개입해서 인격이 좋은 사람을 찍으세요, 란 말이 대체 뭘까. 이런 게 그 사람의 ‘정치’라면, 그가 나오면서 정치의 시대가 닫히고, 뭔가 좀 이상한 시대가 오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뭐 MB가 재벌회사 사장님이면 안철수는 벤처기업가라는 그 차이는 분명히 있겠으나...

조: 과학기술부 장관을 하신다고 하면,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미: 그건 대선에만 안 나오면 박근혜라도 약속할 수 있는 자리 아닐까요?

김: 민주당 입장에선 한시대 끝난 거 맞죠. 노무현조차도 3김시대의 극복이면서 그 계승이었으니까요. 노무현이 제시한 동서화해는 김영삼과 김대중의 화해라고 해석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노무현은 김영삼이 입문시켰고 김대중과 함께 정치를 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안철수는, 3김과 연관되지 않은 첫 번째 야권의 거물이라 볼 수 있는 겁니다.

미: 그에 반해 문재인의 대권도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이젠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 (말을 좀 고르다) 노 전 대통령께서 살아 돌아오지 않는 이상은.

조: 살아 돌아오시면 문재인에겐 더 기회가 없을 것 같은데. (웃음)

박근혜의 불안요인: MB와 반MB는 함께 다시 온다

조: 다시 야권의 전략 얘기로 돌아오면 박근혜가 미래권력이고 이명박은 과거권력이죠. 민주당이 상대해야 하는 건 전자인데 자꾸 후자만 얘기하는 점에서 패착이 났다고 봐요.

미: 왜냐하면 민주당은 자신들이 미래권력이라 생각하니까... (웃음)

조: 네거티브도 박근혜에게 맞춰서 했다면 차라리 더 나았을 거에요. 상대는 색깔도 바꾸고 옷도 다 갈아입고 왔는데 ‘너 똑같은 놈이야’ 하니 안 된 거죠. 정수장학회 문제도 있고, ‘이명박근혜’가 아니라 박근혜를 타겟으로 잡았어야 했어요.

최: 근데 또 다시 생각해보면 박근혜 입장에서도 지금부터의 일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친이는 이익집단이고, 자기 이익을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이명박 말도 잘 안 듣습니다. 친이가 밀려나면서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협상을 하진 않았을 거에요. 이번엔 비상시국이라서 그냥 넘어갔지만 자기 몫을 달랐을 때 박근혜가 그걸 다 통제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미: 총선 전에 분당이란 수를 쓸 수 있었겠지만 그게 끝난 지금은 한숨 돌린게 아닐까요?

김: 친이 친박 갈등은 아니라도, 예를 들어 새누리당 대표가 누가 되어야겠느냐란 문제 같은 건 첨예하게 남아있지요. 먼저 정두언이나 남경필이 필요하단 생각이 있을 수 있죠. 수도권과 청년에게서 졌으니까, 거기에 강한 주자들을 내세운다. 다른 얘기로는 충청도를 계속 붙들기 위해 강창희로 가자. 혹은 친이분열을 막아 분당을 지켰던 김무성? 또는 낙선한 친박 홍사덕 등?

미: 손수조를 시킨다? (웃음)

김: 핵심은 저는 정두언이나 남경필을 내세우는 그 분석이 옳다고 보구요. 박근혜가 그들에게 당대표를 줄 수 있는가의 문제라 봅니다. 그러면 한 번 또 넘어가겠지만 아니면 또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죠.

▲ 최태섭씨

최: 총선에 이기는 바람에 복잡해진 측면이 분명히 있어요. 위기는 한 차례 지나갔고, 이들 모두를 자신의 대선에 동원할 수 있겠느냐 뭐 그런 문제죠. 대선에선 반MB정서가 총선보다 더 강해질 거라고 봅니다. 박근혜가 MB와 어떻게 관계설정 하느냐 문제가 있는데, 완전히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본다면 지나치게 낙관적이에요. 차라리 친이가 다 국민생각으로 나가서 전멸했으면 모르겠습니다. 당 안에 남아 있어요. 그런 판국에 대통령과 대립각을 끝까지 세울 수 있겠는가. 그건 좀 힘듭니다. 그렇기에 반MB, 정권심판론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는 겁니다.

미: 대부분 평론가들이 하는 말과 정반대잖아요?

최: 아닌 척하고 총선 치르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계속 당이 같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김: 가능한 차별화는 이미 다 진행이 되었고요. 차별화라고 말은 하는데, 결국 MB가 탈당을 하느냐 마느냐의 절차가 남아 있죠. 근데 이 절차까지는 안 밟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전까지 MB가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이용해서 여당의 ‘분당’을 인질로 잡고 협상을 했을 거란 말이에요. 이때 내세웠던 협상조건 중 큰 것이 아마 이것이었을 거에요. 물론 일각에서는 비리문제나 이런 걸 얘기하기도 하지만... 여하간 탈당은 하지 않으면서 기존의 한나라당을 떠올리기 힘들게 하는 기술적인 차원의 차별화를 할 거라는 것, 이 전략이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봐요.

최: 대통령은 레임덕이 있어도 ‘겐세이’는 놓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MB는 이념적인 사람도 아니고, 굉장히 자기 본의적인 사람이에요. 자기가 위험하다 판단되면 도움이 안 되는 짓도 서슴치 않고 할 겁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느냐 아니냐 칼자루는 오히려 MB가 쥐고 있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MB와 얌전하게 협조하도록 하면 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면 안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MB와 너무 잘 지내면 차별화가 안 된다? 뭐 이런 딜레마가 생긴 거죠.

김: 그렇죠. ‘겐세이’는 간단합니다. 기자회견 한 번 해서 이상한 말만 한 번씩 날리면 됩니다. “이제부터 세금은...” (웃음) 그때도 이렇게 말할까요? “우리도 그 세금의 피해잡니다.” (폭소)

조: 이해관계와 지지층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서로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한쪽을 끝까지 털면 결국 자신들에게도 돌아오는 것이 있구요. 아직 8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에...

김: 8개월이면 천년이죠...

최: 노무현이 국민경선에서 뜬 게 그해 5월이었어요. 우린 오직 그 5월이 오지도 않았거든요. 물론 노무현 성공스토리 같은 건 다시 안 나오겠죠. 위기에 빠지면 지나가던 토끼가 도와주고 이런 수준의 일레귤러가 겹친 설화니까...

김: 그리고 노풍은 전조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널리 안 알려졌다 뿐이지 오랫동안 준비를 한 이들과 지지할 준비가 된 집단이 존재했죠.

최: 대선에도 수도권 문제는 남겠죠. 선거이슈는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거기서 소외된 이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지방은 기본적으로 돈 잘 끌어오고 개발 잘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제 경기권에서 뉴타운이 시작되거든요. 근데 추진은 좀 쉽지가 않죠. 서울에 있다가 뉴타운 때문에 밀려나온 사람도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욕망의 정치’가 예전처럼 선명하게 작동은 안하는 상황인데, 사람들은 또 이걸 갑갑해 하긴 하거든요.

미: 진보신당 쪽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 2012년이 끝날 때까지는 조용히 있는 게 (웃음) 지금 대선까지 짜여진 좁은 의미의 정치란 것의 프레임에서, 적어도 선거레이스의 측면에선 진보의 역할이 없다고 봐요. 반면 2012년이 지나가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면, 뭐 가령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통합진보당 일부는 입각도 할 테고 연립정부가 구성될 수 있는데, 여하간 박근혜 정부든 민주정부든 정권이 바뀌고 거기서 실망이 누적되면 또 대안을 찾을 상황이 올 수 있는 거지요. 그때까지 잘 준비를 해야 하는 건데, 보조금이 없어서. (웃음)

그리고 20대 개새끼론

미: 맺어야 하는 시기인데 이 문제를 깜빡 잊고 지나쳤습니다. 그냥 정상적으로 정치에 대한 얘기를 해서는 이 문제가 나오지를 않네요. 이른바 ‘20대 개새끼론’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도 또 대두합니다. 어떻게 보세요?

▲ 열중하며 듣는 기자의 모습

조: 요즘만 그런게 아니라 매번 젊은 세대 투표율이 더 적잖아요. 지금 30대가 20대 때엔 지금보다 더 투표를 했느냐,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럼 대체 그간엔 사회가 어떻게 발전을 했단 걸까요? 2002년 촛불시위 세대, 2008년 촛불시위 세대도 결국 20대가 되어 선거를 할 때엔 욕을 먹었습니다. 원인분석을 해야죠. 개새끼라고 욕하는 건 비생산적이고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결국엔 투표를 안 해서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야권이 패해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거라 봅니다. 투표 많이 해서 새누리당 되면 개새끼론이 안 나왔을까요? 더 욕했을 겁니다.

김: 자기들끼리 모여 선거 분석할 때엔 그렇게 말할 수 있죠. 젊은 층이 투표를 덜해서 졌다고요. 그러면 왜 안 했는지, 이끌어내려면 뭘 해야 하는지 전략을 짜는게 정치세력이 할 일이죠. 근데 남들 다 듣는데서 그렇게 말하는 건 이상하고요. 두 번째로 투표 안할 권리도 있는데, 그들이 왜 그런 권리를 선택했을까. 이런 문제를 던져보지 않고 무턱대고 욕부터 한단 것도 해괴합니다.

최: 개새끼론의 발화자가 주로 386이거나 그보다 좀 더 어린 사람들인데요. 세상사 자기 마음 먹은 데로 돌아가지 않으니 계속 누군가에게 잘못을 돌리고 싶은 거죠. 근데 자꾸 너도 개새끼, 또 너도 개새끼하고 인간의 범주를 줄여놓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왕따가 되어 있는 거야. (웃음) 개새끼론이 그런 프로세스거든요. 아까 말한 한 시대가 닫힌단 얘기와 비슷한 맥락 인거죠. 민주화 운동했던 그 맥락이 왜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지 못할까, 라고 떼를 쓰는 건데, 우리도 그 맥락에 호의적이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쯤에서 세상사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셔야 하는 게 아닐까요?

▲ 방담이 끝난 후 뒷풀이 중인 청년논객들과 기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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