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당시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허당 청문회’가 끝난 이후에도 언론계는 줄곳 ‘최시중 절대 반대’를 외치며 ‘사퇴 촉구’를 계속하는 분위기였다. <미디어스> 편집회의에서 이대로 손놓고 방통위 출범을 좌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두했다. 초대 방통위의 정책방향을 가늠해보기 위한 ‘의미심장한 특집’을 기획해보자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여러차례 회의를 거쳐 '초대 방통위원회 정책과제 진단'을 위한 설문조사와 기고, 관련 연속 기획기사가 논의됐다.
<미디어스> 기자들을 공포에 떨게 한 종목은 ‘설문조사’와 ‘원고 청탁’이었다. 사무실을 콜센터로 둔갑시킬 만큼 어수선했던 지난해 창간특집 '방통융합시대 영향력 인물 30' 설문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 것. 설문 받기도 어려운데 기고까지!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지난해 선정한 영향력 인물을 중심으로 학계, 언론기관 대표, 시민언론단체, 언론현업단체 등 방송통신융합 관련 분야 전문가와 책임자 등 60명의 대상자를 추려내고 나니 편집국에는 한층 더 막막한 기운이 감돌았다.
철옹성 같은 ‘비서팀’ 접선에 고생
지난 4월 2일부터 10일까지 ‘헝그리 정신’으로 알아낸 연락처로 이명박 대통령, 이건희 삼성 회장을 포함한 60명 전원에게 설문조사 및 원고 청탁 전화와 이메일을 돌리고 확인전화까지 완료했다. 아, 정확히는 57명이다. 김덕규 국회 방통특위 위원장 등 정치권 인사 3인은 선거철에 맞물려 확인전화 연결에 실패했다는 것을 고백한다. 60명 중 회신한 응답자는 모두 32명으로 마감됐다. 4월은 유독 출장이 많은 달인지 미응답자에게 다시 확인해보니 대다수가 ‘출장중’이라고 답해왔다.
“방통위와 시작부터 각 세우기 싫다”
의외로 초대 방통위의 정책과제를 묻는 익명의 설문조사 자체에도 ‘몸을 사리며’ 응하지 않겠다는 전문가들이 상당했다. 시작하는 마당에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예의론’도 등장했다. 실명으로 나가는 기고문 ‘초대 방통위에 바란다’는 더욱더 못 써주겠다는 것이었다. 단순 덕담조차도 어떻게 비칠 지 고민된다면서 꺼림칙해하는 반응들. 편집국 내부에서는 ‘방통위원회 위원장이 대통령 최측근이라 여러모로 민감해하는 것일까’라는 추측도 나왔다. 정치권이나 방통위의 규제대상 업계도 아닌 분야조차도 너무나 신중한 접근을 보여 다소 의아했다는 후문이다.
정치적 독립성을 가진 시민사회단체 쪽에서 비교적 우호적으로 응대해주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최시중 위원장 사퇴’입장을 고수하면서 방통위원회를 전면 부정하기 때문에 초대 방통위에 대한 주문을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설문 문항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최대한 응답자의 편의를 존중하고자 압축적으로 정리하기 위함이었다는 변명을 드리면서 양해를 구한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 설문에 답한 분들과 소중한 원고를 보내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기획기사를 마감하면서 가진 평가회의에서 기자들은 기획 관련 ‘연속 야근 사태’에 대한 나름의 소감을 밝혔다. 마감에 쫓겨 종합적인 정책진단이 부족했다는 ‘자아비판’과 함께 보편적 서비스 강화와 관련하여 다양한 사회계층의 미디어접근권, 참여권 등 ‘돈 안 되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깊이 다뤄 보자는 포부 등이 나왔다.
이번 ‘초대 방통위 출범’ 기획특집에 대한 <미디어스>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대하겠다는 부탁의 말씀으로 마무리하겠다. “고맙습니다~”
관련기사
- "업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라"
- 한미FTA 대책마련은 잠잠…국회비준은 유력
- 규제와 진흥은 동전의 양면
- [전문가 기고] 초대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⑤
- 융합미디어 '보편·공공' 개념 확보돼야
- 공영방송 '사영화' 뜨거운 감자
- 시청자 권익 '들러리' 전락 우려
- [전문가 기고] 초대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④
- [전문가 기고] 초대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③
- [독자기고] 초대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②
- 방통융합 '지는 해 뜨는 해'
- '최시중호' 방통위, '정치·산업적 편향' 극복해야
- 초대 방통위 핵심과제 "융합·공공서비스 활성화"
- [독자기고] 초대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①
- [전문가 기고] 초대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②
- [전문가 기고] 초대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