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EBS 시청자들에게 의아한(?) 일이 발생했다. 조선일보 TV 편성표의 지상파 부문에 EBS가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EBS편성정보가 있던 자리에는 대신 작년 12월에 개국한 'OBS 경인TV'의 편성정보가 제공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EBS는 14일부터 기존에 지상파TV 편성표 하단에 소개되는 EBS플러스1, EBS플러스2 등 교육채널 부문에 통합돼 소개되고 있다.

이미 OBS의 역외재전송으로 인한 케이블 채널 변경때 채널 13번을 뺏긴 바 있는 EBS로서는 매우 '섭섭한' 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EBS는 조선일보 측에 항의를 했고, 조선일보는 이를 받아들여 EBS와 OBS를 함께 싣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 조선일보는 4월 14일부터 TV편성표 지상파 부문에서 EBS 자리에 OBS를 넣고 있다.
조선일보 문화부 한현우 팀장은 "EBS를 빼고 나서 독자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OBS와 EBS 양쪽을 다 고려해야 하니까 난감한데 양쪽 방송사나 시청자들 모두가 불만을 덜 가지도록 조만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한 팀장은 "현재 디자인이나 위치를 고민 중인데 아직 결정난 것은 없다"며 "TV편성표를 바꾸는 것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사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TV편성표에서 'EBS빼고 OBS넣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가장 먼저 OBS를 TV편성표의 지상파 부문에 넣으면서 EBS를 교육채널 부문과 통합해 별도 박스에서 소개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약 한달 전부터 TV편성표에 OBS와 EBS를 함께 싣고 있다. 이들 신문을 제외한 일간지들은 아직 OBS를 TV편성표에 반영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앞으로 EBS와 OBS의 '편성표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한달 전부터 한겨레는 OBS와 EBS 편성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번 조선일보의 'TV편성표 변경'에 대해 EBS의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동아·중앙 등 타 신문의 추세를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OBS가 해당 신문사에 설득작업을 하지 않았겠냐"고 조심스럽게 '추론'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어찌됐든) EBS가 공익채널임에도 지상파방송사로서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서운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사교육을 못받는 사람, 지식인 등 소수 약자들을 주 타겟으로 하는 EBS가 '오락 위주' 편성 채널에 밀리는 것이 섭섭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OBS는 "우리가 EBS를 빼달라고 한 적은 절대로 없다"며 "EBS를 빼고 OBS를 넣는 것은 해당 신문사들의 판단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OBS 홍보팀 한성환 차장은 "과거 iTV 시절에도 (iTV 편성표는) 일간지 TV 편성표에 다 실렸다"며 "OBS는 수도권 지상파니까 서울·경인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빼더라도 수도권 지역에서는 지상파 부문에 제대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