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관련 일체의 직에서 퇴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

아울러 삼성은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를 골자로 하는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삼성 측은 또한 특검 수사결과 드러난 약 4조 5천억원의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을 실명전환한 후 "유익한 일에 사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22일 오전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10가지 항목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삼성은 또한 은행업 진출을 하지 않기로 하고 대신 비은행 금융업종 육성에 주력하기로 했다.

"은행업 진출 안 하겠다....삼성카드 주식매각 '검토'"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2일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겠다고 밝혔다. ⓒ 민중의소리
삼성은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은 당장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위협받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하는 한편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순환출자의 핵심 고리 가운데 하나인 삼성카드 보유 에버랜드 주식(25.64%)를 4~5년내 매각하는 등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이날 회견에 직접 나와 '국민께 사과 및 퇴진 성명'을 통해 "저는 오늘 삼성 회장 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면서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 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다"면서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이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년전 저는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인정받는 날, 모든 영광과 결실은 여러분의 것이라고 약속했다"면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한다"고 전제하고 "오늘날의 삼성이 있기까지는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과 사회의 도움이 컸다"면서 "앞으로 더 아끼고 도와 주셔서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워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몇달간 고심 끝에 퇴진을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 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홍라희 씨도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역시 고객총괄책임자(CCO)에서 사임한 뒤 열악한 해외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삼성은 이와 함께 각 계열사의 독자적 경영역량이 확보된데다 사회적으로도 그룹 경영체제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는 점을 감안해 전략기획실을 폐지하고 이학수 전략기획실장과 차기 실장으로 지목돼온 김인주 전략지원팀장도 잔무처리후 퇴진하기로 했다.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세금 안 내고 실명전환만 하겠다"

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이 회장의 차명계좌 등 차명재산에 대해서는 실명전환후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뒤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학수 부회장은 '차명계좌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난 이후 부분만 세금을 내겠다는 것인냐, 아니면 과거에 내지 않은 세금 모두를 내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공소시효가 지난 세금은 납부하려 해도 낼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특검 수사 결과 조세 포탈한 것으로 나타난 부분에서 세금을 내고, 남은 것은 이 회장이나 이 회장 가족이 쓰지 않고 사회에 유익하게 쓰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주식은 특검에서 조세포탈로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실명으로 전환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은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에 대해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못박고 "오직 금융사들의 경영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서 일류기업으로 키우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자회견을 위해 삼성 본관으로 들어온 이건희 회장 ⓒ 민중의소리
나아가 삼성은 순환출자 문제 해소에 대한 시민단체의 지적과 여론 등을 감안해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5년내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주식 매각은 작년 8월 개정된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규정을 의무적으로 이행하는 수순이다. 개정 금산법은 금융회사가 취득한 동일 기업집단내 비(非)금융 계열사 주식 가운데 5% 초과분에 대해 1997년 3월 이전 취득분은 2년 유예뒤 의결권을 제한하고, 그 이후 취득분은 즉각 의결권 제한과 함께 5년내 자발적으로 매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금산분리 폐지에 맞물려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삼성은 이 외에도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7.23% 중 5%를 초과한 2.3%분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번 특검 수사에서 횡령 등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과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의 사임을 결정했다.

삼성은 이 회장의 퇴임후 삼성을 대외적으로 대표할 인물로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을 지명하고, 앞으로 계열사간 업무 협의와 조정을 맡게될 사장단회의(사장단협의회)를 실무 지원하고 대외적으로 삼성그룹의 창구와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행정서비스를 전담하는 업무지원실을 임원 2~3명 정도로 꾸려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설치키로 했다.

삼성은 이들 쇄신 가운데 전략기획실 해체와 사임 등 가능한 부문은 6월말까지 법적 절차와 실무 준비를 거쳐 완료한 뒤 7월1일부터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씨는 고객총괄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삼성 측이 지주회사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과,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차명주식이 실명전환 될 경우를 고려하면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경영권 상속.승계 구도의 근간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이재용 경영권 승계, 지배구조에는 사실상 '변화없음'

이와 관련 이학수 부회장은 기자들이 이재용 씨의 거취에 대해 묻자 "5월에 예정된 삼성전자 인사에서 직책 등이 정해질 것이다. 현재 경영수업 중이며, 승계 문제는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을 승계할 경우 불행한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용→ 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삼성카드→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의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은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 매각을 "현실적으로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고 앞으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경영쇄신 내용 전문

1. 이건희 회장은 경영에서 퇴진합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 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사임 절차를 밟을 것입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기업경영에 온 힘을 다해 왔지만 국민의 기대와 뜻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지난 몇 달간 고심 끝에 퇴진한다고 하였습니다.

삼성 사장단을 비롯한 임직원 전원은 이건희 회장이 못다 이룬 세계 초일류기업을 만드는데 매진하는 한편, 국가경제 살리기에 더 한층 노력하기로 다짐했습니다.

2. 이건희 회장의 퇴진과 함께 홍라희 관장도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 직을 사임하겠다고 하였습니다.

3. 이재용 전무는 삼성전자의 CCO를 사임한 후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하게 될 것입니다.

4. 전략기획실은 해체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동안 전략기획실은 대규모의 투자가 수반되는 그룹 차원의 전략사업을 육성하고, 각 계열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 왔습니다. 특히 IMF 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각사의 독자적인 경영역량이 확보되었고, 사회적으로도 그룹 경영체제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는 점을 감안하여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기로 하였습니다.

5. 전략기획실의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은 잔무처리가 끝난 후 일체의 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납니다.

6. 차명계좌 처리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특검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한 것으로 이번에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고 하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 보자고 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이러한 회장의 취지에 맞도록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습니다.

7. 다음으로 금융사업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삼성생명, 증권, 화재 등 금융사에 대해서는 경영 투명성을 더 높이고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겠습니다.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의혹이 많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명확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삼성은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습니다. 오직 금융사들의 경영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서 일류기업으로 키우는데 매진할 것입니다.

8. 그리고 사외이사들이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삼성과 직무상으로 연관이 있는 인사들은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않겠습니다.

9. 지주회사와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습니다만, 현재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약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고 앞으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습니다. 다만 순환출자 문제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에 매각하는 등 계속 검토하겠습니다.

10. 끝으로 이건희 회장의 퇴진 후에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할 일이 있을 경우 삼성생명의 이수빈 회장이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또한 사장단회의를 실무 지원하고 대외적으로 삼성그룹의 창구와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행정 서비스를 전담하는 업무지원실을 임원 2 ~ 3명 정도의 소규모 조직으로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설치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말씀 드린 내용 중 전략기획실 해체, 사임 등 가능한 부분은 6월 말까지 관련된 법적 절차와 실무 준비를 모두 마치고, 7월 1일부터 차질없이 시행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발표한 것으로 삼성의 쇄신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칠 것이 있으면 적극 고쳐 나가겠습니다.

미디어스 기사제휴 / 허환주 조태근 기자 (민중의 소리)

기사입력 : 2008-04-22 08:14:32
최종편집 : 2008-04-22 14: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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