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종임 칼럼]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신냉전이라 불릴 만큼 전 세계에 경제적, 군사적 위기를 불러일으켰고, 언제 전쟁이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수많은 개인채널이 존재하는 지금의 미디어 생태계 내에서, 국제뉴스 보도는 지정학적, 국가주의적인 시각이 요구되는 정확한 정보전달이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국내 언론보도에서 국제뉴스는 큰 비중을 차지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는다. 취재 인력과 다양한 취재원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뉴스는 대부분 해외 주요 통신사 뉴스 보도를 요약정리해 보도하곤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내에 미치는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현지에서 직접 취재한 뉴스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파원 리포트] 지금 미얀마 법정에서는 (4월 3일자 KBS 뉴스)

국내 언론사들은 지난 몇 년 동안 해외 특파원 유지를 위해 필요한 투자를 경영상의 이유로 대폭 축소해왔었는데, 이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국제뉴스는 관련 사안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고, 지정학적이고 정치적 관계에 대한 분석적 판단 능력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보도의 경우 더 복합한 정치적 관계들이 얽혀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확보가 그 어떤 뉴스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취재 기자와 데스크의 노하우만으로는 기사 작성이 불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몇 년 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면서, 해외 코로나 확산상황이나 치료제 개발 등 관련 정보수집을 위해 국제뉴스 보도의 비중은 늘어난 상황이다. 그러는 와중에 지상파 중 KBS는 해외뉴스 보도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 최초로 미얀마 난민 보도를 했고, 방송 이후 국민들에게 중요한 정보제공과 함께 정부와 미얀마 간의 외교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처음 발발했을 시기, 전쟁 관련 정보 수집을 기존의 뉴스 보도 방식의 관행을 그대로 따르면서, 잘못된 정보가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기사로 보도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일례로 KBS는 지난 3월 8일 1TV 아침뉴스 <뉴스광장>에서 미국 유명 배우 디카프리오의 우크라이나 기부 소식을 보도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우크라이나 1000만달러 기부’라는 제목으로 방송뉴스를 보도했지만, 방송 이후 이 뉴스는 곧 오보임이 밝혀졌다. 이후 지상파 뉴스보도에 대한 비판과 책임론이 커지자 3월 15일 방송에서 사과를 하기도 했다.

[문화광장]〈사과드립니다〉‘디카프리오, 천만 달러 기부’ 사실 아닌 것으로 (KBS 보도화면 갈무리)

문제는 지상파 뉴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인터넷 언론에서도 이 가짜뉴스를 사실로 보도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보도 관련 이러한 오보가 방송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상파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MBC의 디지털 뉴스 ‘엠빅뉴스’에서는 2월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위기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는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아마추어리즘 때문에 전쟁이 발발했다는 내용의 영상이었다. 이후 대중의 비판을 받자 이 영상은 26일 삭제되었다. SBS의 디지털 뉴스 스브스뉴스에서는 3월 17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에 ‘백린탄, 진공폭탄, 집속탄…러시아가 쓴 무기들 분석’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는데, 문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쟁 무기 중 인류 최악의 화학무기로 불리는 이것의 이름은 무엇인가”라는 퀴즈를 냈다는 점이다. 이 정보 역시 공개 이후 대중의 비판을 받았다.

지상파 방송사는 디지털화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디지털 플랫폼의 활용과 빠른 정보제공일 것이다. 실제로 유튜브 등의 지상파 관련 채널은 수많은 구독자뿐만 아니라 높은 조회수를 얻으면서, 선형적 뉴스 편성시간이 갖는 어려움을 돌파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보도의 경우, 전쟁의 잔혹한 참상을 가볍게 다루는 우를 범했다. 지상파 방송 뉴스가 갖는 신뢰도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고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수도 상황 생중계 화면 (MBC, KBS, SBS 유튜브)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국제 사건 보도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확충과 취재 가이드라인 등 뉴스보도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기자들의 철저한 준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뉴스보도 중 가짜뉴스 보도 사례, 그리고 디지털 뉴스 콘텐츠의 가벼움이 갖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이종임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52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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