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그룹 수뇌부는 22일 오전 삼성 본관 지하 1층 국제회의실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을 비롯한 10가지 항목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에서 "그동안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다"면서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이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퇴진 이유를 밝혔다.

▲ 4월22일자 한겨레 6면.
삼성그룹 쇄신안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며 이 회장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고객관리최고책임자)도 자리를 내놓고 해외시장 개척업무를 맡게 된다. 또 '행복한 눈물' 등으로 고가 미술품 의혹을 받았던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도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쇄신안에 따라 전략기획실은 해체되며 이학수 부회장과 전략기획실 산하 전략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김인주 사장은 잔무 처리를 마친 뒤 일체의 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대외적 대표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맡게 되며 삼성은 사장단 회의를 지원할 업무지원실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은 특검에서 문제가 됐던 차명계좌는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해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한 뒤 남은 돈은 사회를 위해 쓰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은행업 진출 추측'에 대해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오직 금융사들의 경영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서 일류기업으로 키우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삼성은 순환출자 문제에 대한 여론을 감안해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 매각하는 한편, 이번 특검 수사에서 횡령 등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과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의 사임을 결정했다.

삼성그룹은 쇄신안 가운데 전략기획실 해체와 사임 등 가능한 부문은 6월말까지 법적 절차와 실무 준비를 완료한 뒤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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